[227호 보도기획: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근로자 혹은 학생, 조교의 정체성에 대하여

2017년 하반기 대학가에는 ‘동국대 사건’이 화제였다. 서울고용청에 따르면 4대보험·퇴직금·연차수당 등을 인정받지 못한 대학원 조교들이 동국대 총장을 고발했으며, 총장은 학생 신분 조교 458명에게 퇴직금이나 연차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조교 역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하면 관련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현재 본교의 경우, 대부분의 대학원생 조교들은 근로자가 아닌 학생으로, 근로보상은 대부분 장학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현재 대학원생 조교의 업무활동은 근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대학원생 조교는 다른 근로자들이 가진 복지에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근로보상이 급여가 아닌 장학금의 성질로만 이루어져야하는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에 대해 구성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보도기획>에서는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학교와 학생의 인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국제교정에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이메일을 통해 실시했으며, 총 445명의 원생이 설문에 응했다. 또한 국제교정 교무처와 서울·국제교정 총학생회에 근로자성 이슈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아쉽게도 서울교정 총학생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이므로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경희대학교의 원생들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원생들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찬반 여부를 파악했다. 설문에 의하면 “대학원생 조교가 근로자로서 인정받아야합니까?”라는 질문에 90.5%가 ‘예’라고 답했으며, ‘아니오’라고 응답한 인원은 9.5%였다. 대부분의 원생들이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아니라고 응답한 인원도 거의 10%에 달했다. 대학원생 조교가 근로자로서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교외의 다른 근로형태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라는 의견이 61.2%로 1위를 차지했으며, ‘학생과 근로자 사이의 확실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라는 의견이 22.7%로 다음을 이었다. 대학원생 조교가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는 ‘조교의 근로 환경이 교외의 다른 근로보다 월등하기 때문에’가 41.5%, ‘피교육자로서 대우받아야하기 때문에’라는 의견이 39%로 1, 2위를 차지했다.
많은 원생들은 기타의견에서 조교의 처우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과 처우개선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장학제도가 등록금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받아 두 항목의 장학에 선발될 경우, 장학을 전부 받을 수 없는 문제도 제기했다. 한 원생은 “주 5일 조교 근무를 하면서 5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은 고지서 감면으로 장학혜택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문에 대학원의 우수장학이나 학업장려장학 선발 시 해당액을 전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조교의 근로보상이 급여로 치러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의 의견과 더불어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해서 대학원생 조교는 근로보상이 장학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최저임금 상승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한 원생은 “최저시급과 주휴수당, 휴가 및 보험료가 계산된 급여에 준하여 조교의 근로보상 재측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기타의견의 전반적인 내용을 통해 조교들의 처우가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느끼고 있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대학원생 조교의 처우개선이 요구되는 실정에서,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이 처우 개선에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원생들의 인식을 설문을 통해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온도차이

이런 교내외적 분위기에서 경희대학교는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국제교정 교무처의 조교인사담당자는 근로자성 인정에 대해 학교 측이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뉴스를 통해 근로자성에 대한 사안은 인식하고 있지만, 어떤 논의가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며 원생과 학교에 더 긍정적인 방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며 구체적인 안건으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성 인정이라는 이슈에 대해 섣불리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국제교정 총학생회는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해 장단이 있는 논점이므로 당장 제도적, 행정적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경우,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이에 따른 세금 부과와 외부 직원 채용으로 인한 조교선발 인원 감소 등의 문제점이 뒤따를 수 있다”며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문제는 ‘근로자성’에 천착하기보다 대학원생의 인권 증진을 바탕으로 협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원생들이 근로자성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학교나 총학생회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교내 구성원 개인은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론이 형성되거나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발전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 당분간 이 사안에 대한 진척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교내 구성원인 대학원생 조교의 처우개선을 위해 이 사안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관련 법령이나 지침이 정해지지 않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은 서둘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조교 업무 개편을 통해 그간 행정업무를 담당해온 대학원생 조교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서강대학교는 최근 2018학년도 교육조교 장학금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볼 때, 성급한 조치는 일부 대학원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학교와 원생 간의 논의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또한 아직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여론을 수렴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인식의 재정립이 필요한 때

지금까지 대학원생 조교들은 지속적으로 처우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연구조교는 학교와의 계약보다는 교수들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중점을 둔 것이라, 근로계약 대상(교수)이 고용자의 성격을 갖지 않았다. 또한 조교 대부분의 정체성이 학생과 근로자 사이에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원인들로 인해 대학원생 조교는 그동안 자신의 처우개선에 대해 제대로 요구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조교들이 느껴왔던 불만족스러운 처우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할 시점으로 보인다.
학교와 원생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다수의 대학원생들은 사실상 경제적인 자립이 힘들기 때문에, 조교 근무를 통한 장학금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조교 근로에 의지하는 것은 비교적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또한 학교의 입장에서는 근로할 조교가 필요하지만 지원자가 부족해 애를 먹기도 한다. 서로 필요한 입장이지만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이견을 조정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바야흐로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성으로 인해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인식이 대대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교내 전반적인 재인식을 통해 대학원생 조교의 처우를 다시 한 번 재고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교내 부서의 업무 과중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와 원생 양측 모두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유락 | cyr6160@naver.com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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