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호 Review: SeMA벙커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국가와 이데올로기, 희생된 개인의 역사

▲ 20년 만의 귀향 – 손승연

 

서울특별시는 SeMA 벙커에서 평화디딤돌, 동아시아 시민네트워크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 속에 희생된 강제이주민들을 추모한다. 전시회는 140여 점에 이르는 손승현 작가의 사진 작품들과 두 편의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70년 만의 귀향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은 제국주의의 강압에 각지로 흩어졌고, 그들은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다. 일본의 제국주의가 패망한 지 70년, 강제이주자들은 한반도 역사에서 소멸된 것만 같았다. 조국이 그들을 잊은 사이 여러 시민 단체와 유족, 그리고 제국주의를 반성하는 일부의 일본인들에 의해 그들은 다시 기억되었다. 사진전은 역사의 비극을 관통하는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을 제목으로 삼았다. 사진 작품을 통해 강제노역에 동원된 이주자들의 유해 송환 과정을 여러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전시 순서대로 감상하면 ‘돌아오지 못한’이들의 귀향을 함께하는 인상이 든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70년 만의 귀향을 뒤로하고 반대편에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주제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들은 검은 배경에 인물의 얼굴만을 가득 비추고 있다. 이들은 사할린을 거쳐 중동지방으로 강제 동원된 이주민들의 후손이다. 사진의 대상들은 미세하나마 이국적인 외모와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 감정도 없는 듯 무표정하고 다문 입술은 담담했다. 다른 것은 배제한 채 본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요란한 수식이나 화려한 배경도 없는 사진이지만 그들의 얼굴을 한참동안 보고 있으면 역사적 인식과 국가라는 거대담론이 아닌 강제이주 희생자를 비롯한 ‘개인의 역사’로 다가온다.

 

또 다른 고향

사진 전시장 옆의 한 모퉁이에는 다큐멘터리 상영 공간이 있다. 상영작은 데이비드 플레스 교수의〈길고 긴 잠〉과 송기찬 교수의〈또 다른 고향〉이다.〈길고 긴 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홋카이도에 끌려간 강제이주자들의 유골을 발굴하여 송환하는 내용이다. 그들을 기억하는 한국과 일본 후손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마치 역사를 화해한 듯, 한·일 양국의 발굴자들의 대화는 유쾌하다. 그 맞은편에는〈또 다른 고향〉이 상영되고 있다. 〈또 다른 고향〉은 재일교포의 시각으로 강제이주자들에 대한 기억을 어루만진다. 통념상 강제이주자들의 정통인 한반도가 아니라, 해외에서 이미‘또 다른 고향’을 가진 재일교포들의 입장에서 강제이주자들과 한·일 양국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은 어떤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보다 희생자와 유족의입장에서 그들을 추모할 것을 권한다.

 

희생자를 추모하다

짧은 다큐멘터리에서 말하고 있는 점은 이 사진전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일치한다. 마치 검은 배경의 인물 사진이 오직 개인의 얼굴에만 집중하도록 의도했던 것처럼, 역사와 사건의 근원적 실체에 집중해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역사는 희생자들을 고유하면서도 유일한 실체로 바라보지 않았다. 나 역시 국가적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희생자들을 책 속의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금이나마 그들이 겪은 비극을 공감하려면, 피해자와 유족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다가가야 한다. 그들을 역사 속 큰 물결의 일부분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일하게 존재하는 개인의 역사로서 이해하는 것이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본 전시는 이달 15일까지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최유락 | cyr6160@naver.com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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