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호 문화비평: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2017)] 자기만족과 인정 투쟁의 사이에서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인기가 대단하다. 처음 편성될 때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는데, 지금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할 정도로 방송사의 효자 프로그램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방송에 등장한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여행상품의 등장과 <서울 메이트>, <친절한 기사단>과 같은 유사 예능프로그램의 등장을 이끄는 등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외국인 예능의 트렌드 세터가 되었다. 확실한 스타 대신 한국여행과 TV 출연이 처음인 외국인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평자들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가지고 있는 특징, 즉 한국문화와 음식을 처음 경험하게 된 외국인을 내세웠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접하는 것들에 대한 이들의 반응이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절반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 이데올로기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mbcplus.com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인정 투쟁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형식을 먼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을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한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한국인 패널들의 의견이 더해지는데, 이들은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을 경험하면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서 그 영상 위에 여러 해설을 덧붙인다. 그들의 해설은 한국 문화와 마주친 외국인 친구들의 행동에 의미를 더하거나 외국인이 발견한 한국문화의 신선함을 평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것을 고려해 볼 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둘러싼 평가, 즉 한국문화와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의미는 사실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특징보다 한국인 패널들의 해설로 채워진 청각적 이미지에 치우친 결과이다. 때문에 이러한 평가는 절반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청각 이미지보다 풍경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중의 시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풍경을 살펴보자. 카메라는 외국인 친구들이 입국하는 순간부터 따라다니며 이들이 한국문화와 관습, 시스템, 음식 등을 접하는 순간을 끊임없이 포착한다. 당황하거나 신기하게 바라보는 표정, 호기심이 깃든 표정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러한 전략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외국인도 좋아할까?’라는 식의 기대감을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이것과 더불어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문화, 시스템, 음식 등을 새로운 방법으로 접하거나 해석하는 풍경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다시 말해 이 프로그램의 시각적 형식은 처음으로 낯선 문화와 음식을 경험하는 모습을 이국적인 풍경으로 전시하는 동시에 그들의 눈을 경유한 한국의 풍경이 결합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후자의 모습이다. 카메라가 포착한 호기심 어린 외국인 친구들의 표정과 몸짓은 얼핏 보면 새로운 것을 만나는 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국을 외국의 시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해석의 개입은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풍경에 의해 은폐되어 있다.
독일 친구들의 경주 여행으로 진행되었던 7회 방송은 이러한 측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버스를 타고 경주로 향하던 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떡볶이와 같은 한국의 간식을 맛보기 시작한다. 우리에게는 길거리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간식이지만 그들에게는 난생 처음 본 빨간색 음식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메라의 시선은 이 순간을 슬로우 모션과 기대감을 조성하는 효과음을 화면에 더하기 시작한다. 여기에“매우면 어떡하지”라는 한국인 패널들의 걱정하는 모습도 더해진다. 출연자 페터가 떡볶이를 먹고 맵지 않고 맛있다고 말하는 순간, 긴장감을 조성했던 화면의 장식들은 어느새 경쾌한 음악과 한국인 패널들의 안도감으로 모습을 바꾼다. 핀란드 친구들이 찜질방을 체험했던 18회 방송에서도 비슷하다. 그들은 찜질방을 들어가면서 핀란드 사우나의 우수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매점까지 결합된 한국식 찜질방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찜질복을 입고 식당에서 음식과 맥주를 마시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한국인 패널들은 한국식 찜질방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여기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 속에 숨어 있는 승인에 대한 욕망이다. 구체적으로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모든 것, 즉 문화, 관습, 시스템, 음식 등이 절대 후진적인 것이 아니라‘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운 것이라고 인정받는 작업이다. 따라서 이 작업의 핵심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기준을 충족시켜줄 만한 이방인의 시선이다. <어서와 한
국은 처음이지?>는 이것을 위해 외국인 출연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바로 여기가 이 프로그램이 은폐한 이데올로기이다. 파일럿 방송 때는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들이 주인공이었고 이후 독일, 핀란드, 프랑스, 영국 출신의 친구들이 이어서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낯선 문화와 음식을 체험하는 것에 적잖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더 적극적으로 한국을 배우려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한국의 문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고향에도 비슷한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하며 연신 엄지손가락을치켜들었다.

 

젠더·인종화된 이데올로기

물론 이 프로그램에 백인 남성만 출현한 것은 아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유럽 출신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인도 친구들도 등장했으며, 러시아 출신의 20대 여성들도 등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등장했을 때 프로그램이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연출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멕시코 친구들은‘흥부자’라는 수식어와 라틴 특유의 분위기로
무엇이든 포장되었으며 인도 출신의 친구들은‘슈퍼 리치’로 부자가 낯선 나라에서 체험해보는 경험들이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젠더와 인종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러시아편과 영국편이다. 우선 러시아편의 논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방송은 한국의 대학에서 유학 중인 사할린 출신의 스웨틀라나가 고향 친구를 서울로 초청해 자신의 단골음식점과 뷰티헤어샵을 둘러보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시청자들은‘서울까지 데려왔는데 화장과 머리만 하고 간다’라는 불만을 표출했다.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러시아편은 이전에 보여주었던 공식과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전의 방송들은 전통적인 한식을 체험할 수 있는 식당이나 한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된 반면 러시아 편의 내용은 서울에 있는 러시아 음식점을 체험해보고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꾸미는 것에 치중되어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러시아 편은 이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이중시선 중 외부인의 시선이 부재하다고 말할 수 있다.
영국편의 논란은 출연자의 발언과 관련된 것이다. 출연자 중 한 명인 사이먼이 빵집에서 빵맛이 좋다는 의미로‘문명화(civilize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다. 이러한 표현은 이데올로기가 은폐되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난 경우이다. 시청자들은‘문명화’라는 단어가 서양의 우월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시아를 무시한 처사라며 비판을 가 했다. 방송 이후 사이먼이 SNS를 통해 자신이 사용한 단어는‘civilized’가 아니라 ‘similar’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데올로기가 은폐되지 않고 노골적으 로 드러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외국인 친구들을 통해 탈민족적 네이션을 향해 달려가려 하지만, 그곳에 닿으려고 노력할수록 목적지로부터 멀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계급적, 인종적으로 우월한 이방인 친구들의 시선은 한국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울리는지를 판별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음식과 문화, 관습들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행동은 세계 속을 누비는 한국을 스스로 대견하게 바라보는 자기만족에 빠져버리게 만든다. 세련된 문명인에 의한 반응을 갈구하면 갈구할수록 젠더화되고 인종화된 이데올로기와 함께 재한 외국인의 대다수를 이루는 조선족과 동남아 출신의 존재는 더 깊은 곳으로 은폐된다.

백 태 현 / 동국대학교 국제학생센터 강사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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