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호 기획 :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협동조합(Cooperative)과 사회적 경제는 발명된 것이 아니다. 이는 18세기 중엽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한 대량실업, 생계비 증가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탄생하고 성장해 왔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소비자협동조합을 결성하여 보다 좋은 것을 싸고 안전하게 구입하려 하였고, 프랑스인들은 불안정 고용과 노동 소외를 생산자협동조합을 통해 극복하려 했으며,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산업혁명이 뒤쳐졌던 독일은 자본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소액으로 돈을 모아 빌려주는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형태의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연대와 협력을 통해 경쟁을 넘어서려 했던 것이다. 협동조합은 자발적조직(Associations), 상호부조조직(Mutual),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포함하는 사회적경제로 확장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03-1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발전

OECD는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를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으로, 사회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가진 조직들’이라고 정의한다.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00년을 전후해서 활동했던 프랑스의 경제 사상가‘샤를 지드(Charles Gide, 1847~1932)’다. 그는 협동조합이나 공제조합과 같이 이타적 협력과 상호부조정신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을 사회적 경제로 개념화하고, 이러한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산업자본주의의 시장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개혁의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였다.

반면 마르크스(Karl Marx)는 사회적 경제에 대해 ‘사회질서에 대항하지 않고 빈곤을 줄여서 법과 질서를 유지하려든다’고 비판하였다. 마르크스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민간단체 등이 법적 타협을 이룩한 이후 체제 내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등장한 ‘사회적 경제’는 애초 시장경제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1945~1973년 국가개입의 고조기에 기존경제체제의 종속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유럽형 사회복지모델이 1970년대 전세계적 자본 불황을 경과하면서 퇴행하고, 영미를 중심으로 등장한 신자유주의모델에 의해 국가의 본원적 기능에 속하는 역할을 민간부문으로 위임하게 되면서, 시민사회와 지역사회의 이해당사자들이 다양한 사회적 욕구를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방식으로 조직하려는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게 된다.

 

202-03-2

 

왜 사람들은 협동조합에 주목하는가?

영국의 협동조합학자인 버챌(Ian Birchall) 등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협동조합을 통한 새로운 길 찾기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2008년 이탈리아의 볼로냐, 스위스의 소비자 협동조합, 스페인의 몬드라곤에서 증명되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8,000개의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의 40%를 차지하면서 해고 없이 2008년 금융위기를 건넜으며, 스페인의 몬드라곤 역시 그러했다. 스위스에서는 철수하는 프랑스의 유통자본 까르푸를 스위스 협동조합이 인수하면서 고용을 유지시켜나가는 사건이 벌어진다. 협동조합은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고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닥치면 내부에 유보된 자금을 활용하여 해고를 막고 고용을 유지해 나간다. 실제로협동조합은 서비스의 제공과 직접적인 고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세계 다국적 기업이 만든 일자리보다 20%나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민영화와 구조조정으로부터 일자리를 지켜낸 이탈리아와 스페인, 스위스의 사례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우리가 하려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 및 시행된 지 1년여 만에 2014년 6월 현재 5,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협동조합의 정의와 운영원칙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ICA)은 협동조합이란“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업과 비교한 협동조합의 특징은 첫째, 협동조합은 투자자(주주) 소유 기업이 아니라 출자자(조합원)가 소유하는 이용자 소유 기업이다. 이러한 차이로 해서 기업은 투자자인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을 운영한다면 협동조합은 이용자인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업체를 운영한다.

둘째, 출자액에 관계없이 1인 1표에 의해 민주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관리한다. 주식회사의 1주 1표가 아니라 출자액에 관계없이 협동조합은 조합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1인 1표의 방식으로 행사하게 된다. 협동조합하면 떠오르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1인 1표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어렵게하기 때문이다. 셋째,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은 출자에 따른 배당보다는 기업의 마일리지와 같이 이용에 따른 이용액 배당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이러한 특징은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게 한다. 첫째, 협동조합은 출자에 따른 배당보다는 서비스 이용이 목적이기 때문에 투자이익을 목표로 출자를 유인하지 않으며 이용에 따른 배당을 우선하게 된다. 둘째, 협동조합은 이윤이 직접적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비싸게 서비스 또는 재화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에 최소 비용을 더한 방식으로 경영하고 이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편익을 제공한다.셋째, 협동조합도 거래비용(의사결정비용, 경영자대리인비용 등)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은 끊임없이 조합원에 대해 교육하고 민주적으로 소유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는 미덕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202-03-3

 

 

 

사회의 진화와 조건부 협력자로서의 인간

굴뚝으로 상징되는 산업화 사회에서는 대량생산을 위한 테일러 포드식의 표준화와 규격화된 노동이 중요한 사회였다면 산업구조의 변화와 3차 산업의 성장은 일터에서의 협업이 중요한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사람 중심의 고객경영을 말하는 것은 기업의 이윤과 효율을 위해서도 오히려 민주적 경영과 협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간노동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문제가 어려워질수록 보상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고, 그 대신 기업의 비전에 대한 동의와 자율적 노동, 사업목적에 대한 동의가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50년간‘인간은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서 사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존재’라는 가정에 동의해 왔다. 그러나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은 우리가 완전하고 정연한 선호체계를 가지고, 완벽한 정보 하에서, 즉각적 효용 극대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인간은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오스트롬(Elinor Ostrom)이 논증한 바‘네가 규칙을 지키는 한 나도 규칙을 지킨다’는 조건부 협력자로, 수많은 사례를 통해 공유의 비극을 극복해왔다.

주식회사가 속한 더 큰 공동체인 국가가 민주적으로 통치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까지 많은 우려가 있었다. 우매한 대중이 투표라는 권리를 가지는 순간 공동체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국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공리가 되었다. 국가가 민주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면 국가보다 작은 공동체인 주식회사도 그럴 수 있다는 공리 역시 이상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협동조합들이 그동안 꿈꾸어 온 회사에서 주인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으로 일하는 사회로 한걸음씩 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 민 수 / 한국협동조합연구소 부소장, 쿱비즈 협동조합 대표

* 그림설명및출처

– 그림1: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조직, 협동조합 (출처: www.crescinrete.it)

– 그림2: 사회적 경제조직의 분류 (출처: OECD(2007))

– 그림3: 일반기업과 협동조합의 차이점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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