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호 리뷰: 이길래 조각가 오픈스튜디오] 철필로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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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예술적 삶을 담고 있는 생활공간이자 창작을 위한 고뇌와 작품 제작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예술가의 작업실은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공간이다. 작가의 내밀한 공간인 만큼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워 더욱 신비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대중과 예술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작가의 작업실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오픈스튜디오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월 본교 동문인 이길래 작가가 뉴욕 오페라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와 개인적으로 작업실 방문 요청을 하여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하였다.

이길래 작가가 뉴욕으로 출국하기 하루 전에 방문한 작업실은 경기도 여주시 운치 있는 향촌에 위치해 있었다. 작가의 작업실은 자연석으로 쌓아올려진 성벽과같은 외벽의 건물 안에 작업공간과 수장고,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작업실 앞마당에는 소박한 정원 하나 없었지만, 작가의 대표 작품인 <나무> 시리즈의 청동 소나무 조각 작품이 있어 자연보다 더 자연적인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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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공간에 들어서자 각종 공구와 동파이프 등이 있는 공장과 같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작업 중이던 이길래 작가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길래 작가는 동파이프를 망치로 두들겨 타원형 고리로 만들어 나무 표피를 표현하였고, 이러한 표피는 하나의 세포와도 같다고 하였다. 또한, 동파이프 고리를 조적방식으로 용접해 소나무를 조형화시키는 작업방식에 관해 설명해주며 생성과 응집을 통한 생명성에 대해 말해주었다. 작가의 수많은 망치질로 단단하게 이루어진 세포들이 쌓여 하나의 소나무로 탄생하게 되는 작업과정은 자연의 성장 과정과 시간적 추이가 닮아 있다.

“생명이나 물체가 분해되면 그 기능이 소멸되듯이,

세포나 파편이 응집되면 유기체적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수많은 동파이프 단면들이 물성화 과정을 통하여 영원히 죽지 않는 소나무를 만들고,

나는 이 땅 위에 그것을 식수(植樹)해 나아가고 싶다.  -작가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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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공간을 나와 향한 전시공간은 생명력을 담은 소나무 조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길래 작가는 “척박한 땅에서도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의 상징성을 통해 인간과 자연물이 일체가 되도록 하여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전시공간 중앙에 위치한 3m 크기의 대형 소나무 조각 작품은 이길래 작가가 2015년 한국미술가평론협회 작가상 수상기념 전에 전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겸재 정선의 <유연견남산도(悠然見南山圖)>의 소나무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같은 시리즈 몇 점이 뉴욕 오페라 갤러리에 전시된다고 한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그린 소나무가 이길래 작가의 조각을 통해 현대로 돌아와 뉴욕까지 뻗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괜스레 나까지 설렌다.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난 뒤 생활공간에 들어가 티타임을 갖고 발길을 돌린다. 뒤돌아본 작업실의 풍경이 달리 보인다. 들어갈 때는 청동 소나무 조각이었으나 나오며 바라보니 조각 사이사이로 하늘이 투과되어 하늘에 그려놓은 소나무 회화 작품 같다.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성벽 같았던 작업실 외벽은 생성과 응집의 작가의 작품과 닮아 있었다. 작업실을 들어간 것이 아닌 작품에 들어갔다 온 느낌이다. 이길래 작가는 대중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것 또한 예술가의 몫이라며, 방문을 원하는 사람은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leegilrae.com)에 기재된 연락처를 통해 언제든지 연락해도 좋다고 전했다.

최다운 | dawooning@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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