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호 기획: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의 이해와 해결

최근 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되어 관광객이 몰리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해 주민들이 거주지를 떠나게 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정주환경 개선 및 골목상권 보호, 주거지역 실태조사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상공인, 거주민, 임차인 등의 견해 차이로 현실적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의미와 국내외 발생 현황을 알아보고 해외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해결 사례를 통해 국내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동사 ‘투어리스티파이(touristify)’의 명사형이다. 투어리스트(tourist)가 관광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투어리스티파이는 ‘관광객에 맞추어지는 것(to make suitable for tourists)’으로 해석된다. 웍셔너리(Wiktionary)를 찾아보면, ‘진정성을 해치면서 장식적인 것이 더해지는(adding superficial frills at the expense of authenticity)’ 의미도 가미되어 있다. 따라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그들의 구미에 맞게 변해가는 가운데 짝퉁이 판치는 관광지로 변해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주민 500여명이 여행가방을 들고 나와 여행객 때문에 베네치아를 떠나야 하는 현실을 비유하며, 관광객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latribunadelpaisvasco.com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주민 500여명이 여행가방을 들고 나와 여행객 때문에 베네치아를 떠나야 하는 현실을 비유하며, 관광객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latribunadelpaisvasco.com

 

우리나라에서 지금 유행을 이루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본래의 의미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응용한 말로 이해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직역하면 ‘도시 신사화’다. 낙후된 지역으로 멋쟁이 중산층(신사)들이 들어오면서 고급 시설(고급 아파트, 레스토랑, 부티크, 갤러리 등)과 공간들이 들어서게 되고 이에 따라 본래 살았던 저소득층이 오른 집값, 임차료, 물가 등을 부담할 수 없어 해당 지역을 떠나는 현상을 말한다. 낙후지역이 경쟁력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변모하는 자체는 도시정책(도시재생)의 긍정적 사례가 되기도 하지만 거주비용 부담으로 인해 원 거주자들이 떠나는 현상은 사회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는 둥지 내몰림으로 불리는 부정적 측면을 주로 강조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젠트리(gentry) 대신 투어리스트를 넣은 말로서 거주지가 관광지로 바뀌면서 원주민들이 사는 곳을 떠나는 현상을 지칭한다.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등쌀에 못 이겨 ‘주거지’를 떠난다는 의미에서 젠트리피케이션과 구분된다. ‘관광객’을 중심으로 본다면,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주거지에 국한한 현상만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선 그간 이러한 용법으로만 사용되어 왔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예로 북촌 한옥마을을 들 수 있다. 2016년 외국인 관광객 1,700만 명 중 15.6%인 270만 명이 북촌 한옥마을과 종로 일대를 방문했으며, 북촌 한옥마을엔 요즘도 하루 평균 7,900여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북새통을 이루는 관광객으로 인해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들로 인한 소음 피해, 사생활 침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주거지에 막무가내로 들어오고, 현관문을 발로 찰 뿐만 아니라 담벼락에 본인들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낙서행위를 하고, 쓰레기 무단투기, 배설하기 등의 몰상식한 행위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이러한 피해 외에도 동네가 관광지로 변하면서 과일가게, 세탁소, 야채가게, 정육점 등이 사라지고 카페나 음식점 등이 들어서 생활상의 불편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주민들이 떠나고 빈집도 늘고 있다. 북촌의 경우, 지난 5년간 주민 수 13%가 줄었고, 집값도 3.3㎡ 당 400만 원 떨어졌다.

위와 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세종마을(서촌), 삼청동, 이화마을 등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거주민들이 떠나 볼거리만 남은 민속촌과 같은 곳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주형 관광지 정체성 훼손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주요한 문제이며, 주민과 관광객들의 충돌, 관광화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과 반발, 관광정책을 둘러싼 주민-행정의 갈등 등도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수반하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16년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5명이 벽화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쓰레기 등에 불만을 품고 벽화작품 위에 흰색 페인트를 덧칠한 사건이 그 비근한 예다.

북촌(가희동, 삼청동) 인구 변화 추이

관광객 증가로 거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 이에 반발하는 이른바 ‘반(反) 관광’이 여러 유명 관광 도시들에서 근자 들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잇따른 관광 반대시위가 그러하다. 연간 3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주민의 19%가 관광객이 너무 많이 오는 걸 걱정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도시경제에서 관광산업의 비중은 1992년 올림픽 개최 전 2%이었으나 최근 12%로 급증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프랜차이즈형 레스토랑은 급속하게 늘고 있는 반면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풍물형 식당은 급속히 줄고 있으며 집값과 물가상승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은 많은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는 주된 이유가 되고있다. 시내 중심가의 인구가 지난 8년간 11% 감소한 것은 바르셀로나가 겪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문제의 정도를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비슷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문제를 겪고 있다. 연간 2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베네치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호텔과 레스토랑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 경쟁력에 밀린 전통상점이나 공방가게들은 문을 닫고 있다. 과도한 관광객 이입으로 생활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것에 더해 물가상승, 생활비 급증의 고통이 커지면서 그동안 많은 주민들이 베네치아를 떠났다. 한때 30만 명에 이르렀던 인구가 현재 5만 명으로 줄어든 것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의한 베네치아 주민들의 고충이 얼마나 컸는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이곳 시민들은 이러한 현상을 ‘베네소더스(Venexodus)’라 부른다. 이 말은 베네치아(Venezia)와 대탈출(exodus)의 합성어다.

‘반(反) 관광’을 주창하는 거주민들이 하나같이 요구하는 것은 관광객 수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 도시의 당국들은 호텔 신설 금지, 관광객 수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관광산업과 종사자들의 반대가 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점에서 파리의 관련 정책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2006년 파리 시는 파리도시계획을 통해 전체 도로의 16%를 보호 상업가로 지정했고, 400여 개의 보호 상업구역이 생겨났다. 그 결과 총 259km에 이르는 도로에 입점한 3만여 개의 상점이 보호 대상이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층별 용도도 지정해 1층에는 소매 점포와 수공예점만 허용하는 것과 함께 용도전환을 제한했다. 또한 프랜차이즈의 입점도 금지했으며, 시세의 1/3 임대료만 내는 공공상가를 대량 확보해 보호 상업구역 내에서 영세세입자들이 안정적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도시 계획적 수법들은 과도한 도시 관광(지)화에 따른 전통가게의 소멸, 일자리 축소, 고유한 가로경관의 훼손 등을 예방하는 데 적잖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실태는 물론 원인구조 등에 대한 조사연구가 전혀 없다시피 하다. 2017년 1월 서울시는 ‘정주환경 개선과 골목상권 보호 대책’을 골자로 하는 북촌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소상공인, 한옥·양옥 거주자, 임차인 등 경우의 수가 많아 의견을 모으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문제를 실효적으로 해결하는 도시계획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점에서 서울특별시 종로구가 ‘주거지역 관광명소 주민피해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해 주민 피해현황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제안함으로써 주민들의 장기적인 정주환경 보호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관광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만큼 주거권과 관광 활성화의 조화를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공론화를 통해 거주권 보호를 위한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것을 지자체가 받아 제도화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조 명 래 /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도시계획·부동산학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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