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호 인터뷰: 최영재, 아동보호치료시설 ‘나사로 청소년의 집’ 원장] 위기청소년에게 양치기가 되기를

근래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등 청소년 강력 범죄가 부각되면서, 위기청소년 문제가 소년법 개정·폐지 여론과 함께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위기청소년 문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관심 가지고 해결에 동참해야 하는 문제이다. 본보는 지난 11월 17일, 소년법에 의해 처분을 받은 위기청소년들을 40년째 돌보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온 ‘나사로 청소년의 집’ 최영재 원장을 만나 위기청소년 문제와 현 소년법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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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위기청소년 보호치료시설, 나사로 청소년의 집

Q. 위기청소년의 개념정의와 나사로 청소년의 집(이하 나사로의 집)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기청소년은 건강한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못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 한 청소년을 말해요. 위기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내리는데 1호부터 10호까지 있어요. 가장 처벌 강도가 센 10호는 소년원 2년 수감이에요. 나사로의 집은 소년법에 따라 6호 보호처분을 받은 위기청소년을 약 6개월 간 보호하고 치료해서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에요. 저희는 현재 서울·인천·수원·의정부·청주 등 여러 지역에서 6호 보호처분을 받은 위기청소년 40여 명 정도를 보살피고 있죠.

Q. 나사로의 집은 원래 남자 위기청소년을 위한 시설이었다가 2005년에 여자 위기청소년을 위한 시설로 전환하신 걸로 아는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여자 위기청소년(이하 여자 청소년)보호시설이 <마자렐로 센터>라고 한 곳만 있었습니다. 여자 청소년을 보호할 시설이 너무 적었지요. 어느 날 판사님이 전화하셔서 여자 청소년 보호시설이 턱 없이 부족하니, 나사로가 여자 청소년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여자 청소년 보호시설로 전환했습니다.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고 중요해진 만큼, 여자 청소년을 잘 교육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내보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 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가정에서부터 사회 전체가 좋아지는데 이바지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런데 제가 남자다 보니 처음 전환하고 나서 2년 동안은 정말이지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고생했어요. 남자 위기청소년들은 잘 다룰 수 있었는데, 여자 아이들을 남자 아이들처럼 대하려니까 자꾸 어긋나더라고요. 여선생님들도 “목사님, 남자 아이들과 달라요. 여자를 이해하셔야 해요”라고 조언을 해주고 그랬어요. 그래도 이제는 13년이 다 되어가니 지도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돌이켜볼 때, 여자 아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게 더 어렵기는 해도, 한 번 돌리면 남자 아이들보다 차분하고 잘 해내는 것 같아요.

Q. 직접 와보니 아이들이 좋은 여건에서 생활하고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고 시설을 유지하는 데에 재정적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시나요?

2007년에 한국장로교복지재단 법인으로 편입하기 전까지는 정말 힘들었어요. 개인 시설로 30년 있으면서 선생님들한테 월급도 거의 못주고 어렵게 생활했죠. 월급이라고 주는 것도 교통비 정도였어요. 여러 은행에 빚을 내면서 메우고, 메우고… 그러다 사회복지법인에 속한 시설은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법인에 편입했습니다. 시설 명의와 재산을 법인에 다 넘기면서부터, 법인의 신용도를 보고 국가에서 운영비를 지원해줍니다. 덕분에 그걸로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먹이고, 입히고, 제대로 교육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 월급도 드리고요.

최영재 원장·위기청소년·소년법

Q. 40년째 남들이 잘 걷지 않는 어려운 길을 걷고 계십니다. 위기청소년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일을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 정말 골치 아픈 문제아였어요. 부모님께 죄송해서 문제아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럴 바에 ‘그냥 죽자’했다가 ‘혹시 지옥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영원히 절망에 빠진다는데…’했죠. 희망이 없다는 것, 그게 제일 무서웠거든요. 초등학교 때 잠깐 교회에 나갔었는데, 한 번은 다리가 부러져서 목발을 하고 가니까 교회 선생님이 저를 붙잡고 막 울었어요. 그 생각이 문득 나서 스물 한 살에 교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죽어라 말씀을 읽고,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했지요. 그러자 안 고쳐지던 못된 성질들이 고쳐진 거예요. 얼마나 행복하고 마음이 편해지던지… 제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었죠.

방황해봤고 거기서 벗어나도 봤으니까 저처럼 방황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서울구치소에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퇴소해서 갈 곳이 없으면 찾아오라고 하자, 소년원에서 출소한 아이들 6명이 정말로 저를 찾아왔어요. 그때 지하방에서 같이 살게 됐는데, 그게 나사로의 집의 시작이었죠. 그 뒤로 결혼하고도 아이들을 데리고 10번을 이사 다니면서 살다가 여기 양주 산골에 자리 잡았어요. 그러다 저 혼자 아이들을 다 돌볼 수 없어서 여러 교회 교인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제 여동생과 우체국 직원이던 두 여자 분이 사명감에 사퇴하고 찾아와 도와주시면서부터 초기 나사로의 집을 꾸려나갔던 6명이 구성됐죠.

Q. 직접 위기청소년의 생활을 해보셨고 오래 지도해 오셔서 아이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저희 부모님이 제가 하나뿐인 아들이라고 너무 오냐오냐 키우셨고, 제 성격이 워낙 고집이 셌던 것이 문제였어요. 하지만 보통 위기청소년을 만드는 것은 위기가정이고,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회예요. 아이들을 보면, 아이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에요. 이 일을 하다가 보니 10명 중 9명은 가정불화, 부모님의 이혼, 빈곤 등 아주 열악한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도 있고요. 제대로 사랑받고 교육받지 못하니까, 아이들이 감정 조절하는 힘이 없어서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해요. 거기에다 가출해서 먹고 살아야하니까 생계형 비행을 저지르게 되지요. 게다가,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는 어른이 없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회체계가 없으니 비행의 악순환이 일어나요. 아이들이 가해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환경의 피해자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Q. 사회적으로 청소년 범죄 문제가 조명되면서 소년법 개정이나 폐지에 대한 여론이 큰데, 현재 소년법과 실제 시행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발생한 어찌보면 정말 극악무도하다고 할 수 있는 청소년 범죄로 인해 그런 여론이 일어나게 된 것을 알고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소년법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소년법 폐지를 논하기에 앞서, 청소년 비행을 판결할 때 보호 처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청소년은 신체적·정서적·도덕적 어느 면으로나 미성숙단계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는 단계이지요. 이는 달리 말하면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위기청소년에 대해 ‘보호하고 교육한다’ 는 의미로 보호처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고, 잘 보호하고 교육한다면 얼마든지 이 땅에서 세금 내며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하지만 소년법이 지금 방식대로 유지되기보다는 비행의 정도, 유형에 따라 보호형태를 다양하게 하거나 처벌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대가 변하면서 청소년들이 보고 접하는 것이 많아져 범죄는 지능화되고, 강력해지고, 더 다양해졌어요. 과거의 법으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큽니다. 하지만 법이 바뀐다 해도 판결을 내리기 전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범죄 배경에 대해 철저하고 섬세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가출하고 배고파서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면 단순한 충동으로 범죄를 저질렀는지를 살피고, 아이를 보호할 가정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봐야 해요. 일부 강력범죄 청소년 문제만을 보고 전체 청소년 문제를 재단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시 재범하지 않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도 방안을 찾아야죠. 또한 사람들의 인간적인 관심과 애정도 많이 필요해요. 현재 판사들도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과 영상 통화도 하고, 김장도 해주러 오고, 뮤지컬·연극 등 문화적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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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非行)이 비행(飛行)이 되는 그날까지!

Q. 위기청소년 지도에 오랫동안 몸 담아오신 분으로서 어떤 교육신념을 가지고 어떻게 지도해야하는지, 한 말씀해주세요.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며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못된 행동을 고치도록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못했을 때는 어떤 방법으로 제지를 해야 통제가 되는지 이제는 터득이 됐죠. 무조건 무섭게 하고 통제하는 것은 효과가 없어요. 기다려주고, 같이 아파해주고, 사랑해줘야지. 그러면 제가 어릴 때 교회 선생님이 저를 붙잡고 우시던 모습에 감동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언젠가 사랑을 깨닫고, 바뀌어서 제2의, 제3의 나사로의 집 원장이 될 수도 있다고 믿어요.

Q. 나사로의 집에서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 실제로 어떤 프로그램들로 위기청소년을 교육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검정고시, 특기적성, 상담치료 세 가지를 주요 축으로 교육하고 있어요. 재학 중인 아이들보다 중·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더 많아요. 기초학습 능력이 많이 부족한 아이들이지만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공부시켜 합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2017년 4월에는 고입·대입 검정고시에 100% 합격했습니다. 상담치료는 독서·놀이·미술·글쓰기 치료 등을 통해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요. 특기적성은 캘리그라피, 목공예, 악기 등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에 맞는 분야를 찾을 수 있게 해요. 직업훈련 교육으로는 애견미용, 한식조리기능사, 제과제빵 등의 반이 있어요.

특히 애견미용은 시작한지 횟수로 10년 조금 넘었고, 시험관이 직접 우리 시설에 와서 아이들이 3급이나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어요. 지금까지 150명 정도 자격증을 딴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자격증도 자격증이지만, 우리 기관이 강아지를 8·90 마리 키우면서부터 아이들이 강아지와 어울리며 마음을 치유하게된 것이 더 큰 보람이에요. 아이들이 틈만 나면 강아지한테 가서 놀고. 보육원에서 거칠게 자란 아이들은 개하고 그렇게 친해요. 계속 안고 있고, 자기가 미용시켜주고. 아이들 진로에도 도움이 되고, 정서적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죠.

Q. 한 길을 오랫동안 묵묵히 걸어오신 분으로서 한 전공에 깊게 매진하는 원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자기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 청소년 교정 사역을 하는 것이 제 가슴을 뛰게 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때로는 어려운 일도 있 지만, 이 일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주지요. 여러분들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어떤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극복할 수 있고, 행복하게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정리: 곽민지 | christin616@khu.ac.kr

사 진: 김민서 | anna@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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