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호 기획: 탈원전의 경제성] 탈원전, 정말 감당할 수 없는 길일까?

지난 6월, 문재인 정부는 고리1호기를 폐쇄했다. 정부는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원전의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신고리5·6호기 폐쇄 공론화 과정에서 보수언론과 원자력학계·산업계에서 ‘전기요금 폭등’, ‘불안정한 전력공급’,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과 같은 주장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위의 주장들이 타당한지, 탈원전을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6월 19일, 40년 전 한국 최초로 가동되었던 고리1호기가 가동을 멈추고 처음으로 폐쇄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계획 중인 신규원전의 백지화, 수명연장한 월성1호기 폐쇄와 원전 수명연장 금지, 건설 중인 신고리5·6호기 폐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 효율화 및 산업용 전기요금 재편, 탈핵로드맵 마련 등을 내용으로 탈원전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국무총리실은 건설 초기 단계인 신고리5·6호기 공사를 중단하고, 3개월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쳐 향후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해 공론화 과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는 그동안 이어오던 원전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탈원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크게 변화한 정책방향의 첫 걸음이다.

40년을 이어오던 원전 중심의 전력정책을 바꾼 만큼 그 반발도 거세다. 특히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을 두고 원자력학계, 원자력산업계, 보수언론들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지 않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신고리5·6호기를 중단하면 전기요금 폭탄과 산업계 피해, 전력 대란이 발생한다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과연 정말 그럴까?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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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으로 가면 전기요금 폭등하나?

신고리5·6호기를 중단하고 탈원전으로 가면 전기요금이 2~3배 폭등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 탈원전 정책을 채택한 어떤 나라에도 전기요금이 폭등한 사례는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는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을 모두 시행하고, 재생에너지를 20%, LNG(천연가스) 발전을 60%로 높여도 2030년까지 가구당 월 5,000원 정도의 인상요인만 있을 뿐이라고 전망했다. 더구나 신고리5·6호기의 경우, 월 300원 정도의 추가적인 전기요금만 부담하면 가스발전으로 대체 가능하다.

이러한 인상요인들은 재생에너지의 발전속도나 원전의 위험비용, 숨은비용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탈원전으로 야기될 전기요금 변화가 부담될 정도로 비싸다고 볼 수 없다. 태양광 발전 단가는 매년 20% 정도 하락하고 있고, 2023년이면 kWh 당 50~60원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 에너지청(EIA)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 등도 2022~2025년에는 원전이 액화천연가스는 물론 재생에너지보다 더 비싸질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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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없이는 전력공급 못한다?

올 여름 폭염에도 7월에는 전기가 28GW나 남았다. 이번 여유분은 전체 발전설비용량(올해 약 113GW) 가운데, 전력 피크에도 가동되지 않는 예비 발전설비의 비중인 발전설비예비율은 34%로 지난 14년 중 최고 기록이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 24기가 만들어내는 원전 전체 용량이 22.5GW임을 감안하면, 원전 24기가 만든 전력보다 남아도는 전력이 더 많은 것이다. 이 낭비는 그동안 전력수요를 과다 예측해, 발전 설비를 과잉되게 증설한 결과다.

그럼에도 원전 증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여전히 전력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최근에 전력수요증가세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2016년 전력수요증가율을 4.3~4.7%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그 증가율은 1.3~2.8%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LNG 발전소의 경우 3대 중 2대는 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발전하지 않는 발전소들에게도 일종의 대기 비용으로 용량요금(Capacity Price)을 지급한다는 점이다. 작년에 한국전력이 전력시장에 전기를 구매한 총비용이 41조 7천억 정도인데, 이 가운데 용량요금이 약 11%인 4조 7천억 원에 달했다. 더 이상 무리한 발전소 증설을 하지 않고, 그 비용을 1년만 아꼈다면 공정률 28%인 신고리5·6호기 공사로 투입된 1조 6천억 원을 감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 세계가 원전을 많이 가동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 중인 나라는 31개국에 불과한데,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더 이상 신규원전을 짓고 있지 않다. 지금 원전을 증설하는 나라는 중국, 러시아, 인도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독일, 스위스, 스웨덴,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대만 등이 탈원전을 채택했으며 한국은 8번째로 탈원전 채택 국가가 되었다.

가장 많은 원전을 운영 중인 1~3위 국가들도 원전을 축소하는 추세다. 세계 1위 원전 국가인 미국은 2016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전 발전량을 넘어섰다. 또 현재 20%인 원전 발전량 비중을 2050년까지 11%로 줄이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5%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최근에 신규 건설 중인 원전 2기를 경제성 문제로 포기하기도 했다.

세계 2위 원전 대국인 프랑스 역시 지난 7월, 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5년까지 원전 17기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2015년 통과된‘에너지 전환법’이행 원칙을 확인하고, 원전 발전량 비중을 현재 75%에서 2025년까지 50%로 축소할 계획이다. 세계 3위 원전 대국인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총 54기의 원전이 42기로 축소되었다. 아베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이나, 국민의 반대로 현재 5기만 가동 중에 있다.

재생에너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원전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바로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다. 많은 사람이 탈원전에 동의하면서도 과연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많이 품는다. 하지만 국제정세로 눈을 돌리고, 탈원전을 채택한 나라들의 발자취를 보면 그것이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대안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지금도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는 24.5%로 원전 10.7%보다 2배 이상의 전력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한시적인 비율이 아니라, 1990년대 중반 이후 원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재생에너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실의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또한 2015년에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319조 원으로 원전 투자액 31조 원보다 10배나 많았다.

재생에너지의 강점은 원전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과거에 원전 발전량 비중이 30%일 때는 원전 관련 일자리가 3만 개에 불과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30%인 지금은 관련 일자리가 30만 개나 만들어졌다. 한국도 원전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에서 30%를 차지하지만, 관련 일자리는 3만 개에 불과하다. 국제 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최근2016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980만 개이며, 2030년까지 약 2,400만 개로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려면 면적이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단적으로, 태양광으로 원전을 대신하려면 여의도 면적의 150배에 달하는 땅이 필요하다는 주장처럼 말이다. 하지만 태양광은 새로운 땅이 꼭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발전이 아니다. 건물의 지붕이나, 옥상, 주차장, 도로 등 다양한 곳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계산은 타당하지 않다.

미래를 보면 선택은 쉽다

앞으로 10~20년 뒤에는 탈원전 선택이 더 쉬울 것이다. 그만큼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원전은 점점 경제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의 위험을 가중하는 것은 물론 10만 년 동안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과거 후쿠시마 사고로 치러진 사고 수습비용은 200조 원에 달하며, 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10만 년 동안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떠한가. 지난 40년간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16,000톤에 달하고, 이대로 계속 원전정책을 유지한다면 2030년에는 3만 톤으로 그 양이 늘어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처분장도 확보하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아직까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완공한 나라는 없다. 대부분 원전 안이나, 중간 저장 시설 등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탈원전으로 가는 길은 분명 비용이 들며, 많은 노력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탈원전은 지금까지 만들어 낸 위험과 핵폐기물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윤리적인 선택이다. 눈앞이 아니라 미래를 보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 무엇일지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안 재 훈 /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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