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호 인터뷰: 이영준 교수, ‘교양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

이영준 교수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서 김수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2011년부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교양교육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왜 대학의 교양교육이 강조되고 있으며, 대학원생은 교양교육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지난 8월 9일, 서울교정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장실에서 이영준 교수를 만나 교양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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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교양교육에 빠졌을까

Q. 요즘은 학교 밖에서도 인문학이나 교양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고, TV 프로그램에서도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재밌는 현상이에요. 한국의 인문학 열풍을 외국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너무나 신기해합니다. 사실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문학 지향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인문학 서적, 외국에서 안 팔리는데 한국에선 잘 팔립니다. TV 버라이어티 쇼에서 인문학을 주제로 하고, 그것이 인기 있는 현상도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서점을 가보면 시집 전문 코너가 있을 만큼 판매량이 많고, 대중들이 시를 즐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어요. 이것 역시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시’를 즐기는 문화는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고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한데, 한국 사람들의 시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하면 중국 사람들도 깜짝 놀랍니다. 한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거꾸로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한류도 뚝딱 나온 것이 아닌 거죠. 인문학 열풍이나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 가지고 있던 양반문화의 품위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한국 사람의 말투나 행동에는 품위가 깃들어 있습니다. 생활 습관에서부터 공손함이나 예의가 배어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그 모습이 다소 변질되었지만, ‘품위’라고 하는 그 본질은 남아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것도 일종의‘교양’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에 인문학이나 교양교육 열풍이 부는 것은 내재되어 있는 품위를 이끌어내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교양’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교양’이라는 것은 단어의 사전적 정의(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제가 새롭게 정의를 내려 본다면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에게 기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봐요. 그렇다면 기본적인 소양이 무엇인지 궁금하겠죠? 바로 글을 읽고, 쓰는 것, 그리고 독서 습관, 세 가지가 기본적인 소양, 즉 ‘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정확한 정보를 찾아가고 탐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에요.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가 모르는 분야라도 정확한 정보를 찾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죠. 두 번째는 글을 쓰는 것인데, 쓸 줄 안다는 것은 자기 생각이 뚜렷하게 잡혀있다는 것입니다. 글 쓰는 것은 상당히 힘든데, 공부 좀 했다 하는 교수들도 어려워하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독서 습관인데, 단순한 책 읽기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에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기 위한 능력입니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이‘교양’이라면, 이 말은 상당히 높은 지적 수준과 태도를 뜻하고 있는 거겠죠.

Q. 그렇다면 대학의 ‘교양교육’은 무엇을 가르치는 것인가요?

쉽게 말하자면 교양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고, 대학의 교양교육은 기초체력을 키워서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정신의 근육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 지식의 성격이 바뀔 겁니다. 사회도 급속도로 변화하게 될 거예요.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고, 어떤 미래가 올 지 아무도 모릅니다. 교양교육은 어떤 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인간이라면 갖춰야 할 ‘인성’이 있어요. 현대 사회에서는 기계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보다, 지식을 사용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 바탕에 ‘인성’이 있습니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 그런 세상이 되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정신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것이 대학의 교양교육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질 겁니다. 이전의 사회에서는 비전을 가진 ‘리더’만이 문제를 발견했다면, 미래에는 개인이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해결해야 합니다. 제각각 다른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질 겁니다.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가 필요하고, 교양교육은 그 시야를 넓히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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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7년의 성과와 미래

Q.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출범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후마니타스 교양연구소 소장으로서 후마니타스의 교양교육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경희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교양교육 모델을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와 인간 전체를 아울러서 본다’가 경희대 교양교육의 근본적 관점인데, 경희대는 이미 ‘문화세계의 창조’를 교시로 내세운 설립 초기부터 교양교육을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세계총장회의를 주최하거나, 세계 평화의 날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등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학교의 움직임들은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이런 전통 위에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에 관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인간의 가치 탐색(인가탐)’, ‘우리가 사는 세계(우사세)’와 같은 교재로 교양교육을 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육과정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나 세계의 구성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 홍익인간’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인문학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어요.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다른 대학 어디에도 없는, 가장 한국적인 교양교육입니다.

Q. 앞으로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7년 동안 우리의 교육과정은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기존의 평가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재도약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이미 ‘세계 평화의 날’제정에 앞장서 본 경험이 있어요. 우리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통해 학교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문명전환기를 맞아 글로벌 미래 인재를 키워나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자부심을 가지되,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국제적 프로그램으로 키우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평가도 살펴봐야합니다. 뭔가를 하고 있으니 부족한 부분에 대한 비판은 나올수밖에 없어요, 굉장히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의 부족한 점에 대해 자각하도록 일깨워줬으니 앞으로는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 고쳐나갈 일만 남은 겁니다. 일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개선도 쉽지 않고, 이상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들이 많다보니 해야 하는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게다가 커리큘럼, 강의 수, 교수 처우 문제 등 단순히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또한 우리가 가진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에는 엄청난 노력과 구성원들의 도움이 필요하죠. 구성원 모두의 힘이 모아진다면, 우리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생에게는 멀지만 가까운 교양교육

Q. 교양교육이 생각처럼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교양교육이 대학원생과 어떤 연결 고리를 갖고 있을까요?

대학원생을 교양교육과 연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양교육의 관점에서 본인의 학문을 바라본다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직접적으로 연결을 지어보자면 ‘논문’이 있겠네요. 대학원생 때 결정되는 논문 주제는 평생을 결정짓는 연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논문으로 다뤄야 하는데, 그 문제를 발견하는데 교양교육이 도움이 될 거예요. 교양교육은 ‘학자’로서 현실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능력을 키워줄 겁니다. 문제의식을 명확하게 하면 본인의 논문 주제를 1분 내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주제에 대해 잘 알게 되겠죠. 이런 사람은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으니 답도 알고 있어요. 막힘없이 논문을 쓸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발견한 문제에 대해 송곳처럼 날카롭게 파고들다 보면, 생각보다 깊이 들어와있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구멍을 깊게 파고드는 것보다 범위를 넓히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들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소통을 통해 이뤄지는데, 교양교육의 보편적 사고 방식이 다른 분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Q. ‘ 대학원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교양교육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대학원의 위기는 주변 학문을 살펴볼 수 없는 한국 대학의 구조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학은 전공이 굉장히 세분화되어있고, 대학원생은 세분화된 학문의 한 영역을 공부하고 있어 주변 학문을 공부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는 변화를 맞이했을 때, 급격한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정치학에는 경제학이나 사회학적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내용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면 정치학의 기반도 흔들리게 되죠. 지금 대학원의 현실과 맞물린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위기 속에서 교양교육이 실마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보는, ‘융합’이 요즘 사회의 큰 흐름입니다. 서로 다른 전공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큰 원칙이 필요한데, 그 기준을 잡아 주는 게 교양교육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교양교육을 통해 기초체력을 잘 갖추고 있다면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전공과 융합을 통해 학문적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대학원생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이제는 한 우물만 파가지곤 먹고 살 수 없는 시대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관심을 가져야 하죠. 앞에서 말한 ‘교양교육’의 관점에서 학문을 보면, 본인의 전공 학문에서 연구되지 않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나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은 우물 안 개구리의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세계와 경쟁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교양교육은 인간 보편성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세계 구성원들 사이에서 소통의 장벽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세계적으로 소통을 해야 할 대학원생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노력들이 여러분을 발전시키게 되길 빕니다.

대담·정리: 유혜선 | hsyoo25@khu.ac.kr
사 진 : 김민서 | anna@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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