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호 기획: 국민연금 고갈] 국민연금기금 소진, 급여와 보험료의 불균형이 근본 원인

국민연금은 국가가 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국민들의 노령, 장애, 사망에 대해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연금 제도이다. 최근 투자수익률 하락과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정부가 추계한 것보다 9년이나 앞당겨졌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샀다.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는 이전부터 반복해서 언론에 보도되고, 선거마다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강하게 언급되고는 한다. 이에 본보에서는 국민연금 고갈과 관련된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얼마 전 어느 시민단체가 국민연금기금이 2051년에 소진된다는 자료를 내놓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소진 시점이 정부가 공식 발표한 2060년보다 빠르다. 근래 기금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주목해 정부 가정보다 2% 포인트 낮게 잡으니 2051년에 소진된다는 주장이다. 작년에는 국회예산정책처가 자체 분석을 통해 소진년도를 2058년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수십 년 이후 전망이므로 누구도 시점을 알아맞힐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미래 추세이다. 현행 국민연금이 제도 변화 없이 그대로 운영되면 대략 2060년 전후로 소진된다는 전망은 분명하다.

국민연금기금 소진, 현행 제도에선 불가피

왜 국민연금기금은 소진될까? 거꾸로 질문해 보자. 왜 민간 생명보험에선 소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가입자가 낸 만큼만 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낸 것에 비해 더 지급한다. 대략 수익비가 2배에 달한다. 이러니 전반전에는 아직 가입자들이 많아 기금이 계속 쌓이지만 가입자가 수급자로 전환되는 후반전에는 급격히 기금이 줄어 어느 시점에 소진된다. 2013년 정부가 추계한 소진 시점이 2060년이고 당시 필요보험료율이 21.4%로 도출된다. 지금은 가입자들이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지만, 2060년 가입자들은 우리와 동일한 급여를 받으면서도 2배 이상을 내야 하니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만하다.

이러한 추계 결과를 접하는 우리는 난감하다. 국민연금에 대한 믿음도 약한데 후세대에게 큰 짐을 넘기고 있다니. 답은 명확하다. 현행 9%도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우리가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 종종 이러한 심리적 불편함이 추계 결과에 의문을 던지는 논리로 발전한다. 몇 가지 주장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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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 재정 전망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어떻게 미래 일을 알겠느냐고?

우선 40~50년 후의 전망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항변이 등장한다. 1년 앞 경제성장률, 세입도 알아맞히지 못하고, 갈수록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나름 솔깃한 문제제기이다. 과거 대한민국이 해방을 맞은 시점에서 오늘을 예상하고 정책결정을 하는 꼴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물론 누구도 정확한 수치를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추세이다.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은 보험료, 기금수익, 연금급여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 때 보험료는 소득의 9%, 급여는 소득의 40%이다. 산출 기준이 ‘소득’으로 동일하다. 기금 수익 역시 금리와 연동되기에 대체로 경제성장률, 소득 등 경제 지표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래 경제성장률, 임금인상률, 금리 등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보험료, 기금수익, 급여가 같은 방향으로 동행하기에 미래 연금 재정의 추세를 전망할 수 있다. 앞의 시민단체 발표처럼, 기금수익이 특별히 낮아지면 소진년도가 앞당겨지고 거꾸로 높아지면 연장되겠지만 2060년 근방에서 소진된다는 추세는 변함이 없다.

출산율이 올라가면 해결된다?

출산율을 올리면 국민연금 재정이 개선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자 TV토론에서 국민연금 재정 대책의 하나로 출산율을 상향하면 가입자가 늘어 국민연금이 튼튼해진다고 제안했다. 과연 그럴까? 기초연금에서는 이러한 설명이 타당하다. 당시 세금을 내는 납세자가 많을수록 기초연금 재정 기반은 튼튼해진다.

반면 국민연금은 제도 내부자, 즉 가입자만을 상대로 한다. 국민연금에 가입할 때, 얼마를 내고 나중에 얼마를 받을 지가 미리 정해지기에, 현재와 같이 수익비 2배 구조에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들도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자기가 낸 보험료의 2배를 받아간다. 이들이 가입자 신분인 전반전에는 국민연금 재정이 개선되겠지만 수급자로 전환되는 후반전에는 낸 것에 비해 더 받아가기에 재정은 더 어려워진다. 전후반을 합친 시야에선 대안이 되지 못한다. 여러 다른 이유로 출산율을 올려야겠지만, 이것을 국민연금 재정의 해법으로 삼는 건 적절한 논리가 아니다.

기금수익률 제고?

그래서 다시 등장하는 주제가 기금수익률이다. 기금수익률을 올리면 미래 재정이 개선되는 건 분명하다. 오래전부터 정부가 수익률 제고를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핵심 목표로 삼고 금융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공사의 설립을 추진해 온 이유이다. 국민연금기금에게 수익률은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연금기금은 국민들의 노후예탁금이기에 안정성도 중요하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공공성도 유념해야 한다. 게다가 아무리 수익률을 최우선 순위로 꼽는다고 해도 국민연금기금만 높은 수익을 올리기는 어렵고, 운 좋게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더라도 기금 소진년도를 조금 늦출 뿐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고수익은 고위험을 동반한다는 상식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국민연금기금의 소진 전망은 급여와 보험료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출산율이 올라가거나 기금수익률이 높아지면 미래 재정에 일부 변화가 생기지만 이것이 재정구조의 틀까지 바꾸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민연금기금 소진에 대비해야할까?

국민연금 미래 재정을 위한 개혁 제안

첫째,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상향이 불가피하다. 서구 공적연금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아 가는 이유는 급여에 부합하는 보험료를 내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처럼 연금보험료를 별도로 내는 18개국을 모으면 평균 급여율은 약 40%로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보험료율은 15%로 훨씬 높다. 불편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도 이 수준으로 접근해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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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급여율과 보험료율 비교(연금보험료를 별도로 내는 18개국) ⓒ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책세상, 2016, 129쪽.

내년에 정부가 4차 국민연금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한다. 5년 전인 2013년에 발표된 3차 추계와 비교해 결과가 다소 우려된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5년 동안 국민연금 제도는 그대로인데 기금수익률이 하향하고, 수급자 수명이 연장돼 기금소진년도가 앞당겨질 개연성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미룰 수 없을 듯하다. 이 때 불안정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이 더 쌓인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해외자산운용시장을 감안하면 관리가능하다 여겨진다.

둘째, 국민연금기금운용 의사결정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가입자단체 위원이 과반을 차지한다. 형식적으로는 가입자 대표성이 확보되어 있다. 그런데 위원회 활동은 분기별로 열리는 2~3시간 회의가 전부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구조이다. 게다가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성 사례에서 보듯이, 개별 종목에 관한 사안은 ‘전술적 투자 영역’이라는 이유로 국민연금공단 내부에서 처리해 버린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앞으로 국민연금기금을 상설조직으로 실질화해야 한다. 개별 운용에 대해서도 중요한 사안일 경우 위원회가 직접 들여다볼 수 있도록 권한을 지녀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보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전환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의 실질적 참여와 감독이 구현되는 방향으로 개편되기를 바란다.

셋째,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에서 수익성, 공공성, 안정성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법은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내도록 명시해 수익성 제고를 압박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의 노후예탁금 성격,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감안하면 균형적 접근이 요청된다.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임대주택, 요양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는 방식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사회책임투자 역시 기본 수준의 수익성을 도모하고, 사회서비스 투자도 정부의 특수채를 매입하는 국채 투자 방식이라 국민연금기금에 적합한 방식이라 여겨진다.

언제나 국민연금기금 소진은 뜨겁고 중요한 주제이다. 여러 주장이 오고가지만, 무엇보다 기금 소진의 구조적 원인을 명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출산율, 기금수익이 미래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본질적 요소는 아니다. 급여와 보험료의 짝을 맞춰가야 한다. 내년 4차 재정추계 결과 발표 즈음에 보험료율 인상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기 바란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의 거버넌스도 정비돼야 한다.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상설화하고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는 운용전략이 자리 잡아야 한다.

오 건 호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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