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호 사설] Delusion of Grandeur

自大狂, 과대망상, 병적인 자기 중심벽, 에고마니아 등으로 번역되는 Delusion of Grandeur는 ‘자신이 아주위대한 인물이거나 특별한 능력(돈·권력)을 가졌다고 여기는 증상’으로 요약된다. 원생으로서 고백하자면 자신의 연구논문이 유수의 학회지에 실린다거나 상을 받았을 때, 혹은 석·박사학위청구논문을 찍어냈을 때 자신이 아주 특별한 인물인 것 같은, 그래서 지식이라는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착각을 할 때가 있었다. 서둘러 제 자리로 돌아왔지만 자신이 남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은 꽤나 달콤했다.

 

대학원이라는 공동체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특별한 권력을 쥐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니,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너무 자주 만나다 보니 내가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까지 하게 된다. ‘미안하지만 부탁한다’, ‘밤늦게 미안하다’라는 말은 어쩌면 원생으로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정중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과목의 수강생이든, 학과의 조교이든, 연구회나 연구실의 멤버이든, 학회의 간사이든 상관없이 원생들은 교수들의 말에 따라야 한다. 거절했을 경우 나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교수들이 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수고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학회지를 만든다. 대략 한 달 정도의 말미를 두고 몇 월 며칠까지 이렇게 해 주십사 부탁을 드린다. 여러 번 연락한다. 답변이 없다. 마감일이다. 연락이 온다. 자신은 시간이 없으니 당장 처리하라 한다. 혹은, 교수가 실수한다. 원생이 실수했다고 우긴다. 원생은 실수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마음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들지만 일단 참아본다. 아니, 참아야만 한다. 그래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그래야 언젠가는 교수가 될 수 있다고 나를 다독여 본다.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을 교수라고 한다. 그런데 교수들은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연구 활동에 원생들을 자기 좋을 대로 이용하기도 한다. 원생의 시간과 인권은 교수들의 관심사항이 아닌 듯하다. 아직 과정 중에 있는 원생들보다는 지식적으로 더 많이 알기에 교수들은 원생들보다 더 나은 특별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대학원이라는 공동체가 위계 사회이고 원생들은 그 위계의 최하위층인 불가촉천민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쩌면 원생들도 언젠가는 Grandeur가 되기를 꿈꾸며 대학원을 견뎌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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