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호 리뷰: 연극 <보도지침>] 판단과 선택은 우리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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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전두환 정권의‘보도지침’을 폭로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연극이다.

A: 판사, 변호사, 검사, 피고 사회부 기자 김주혁, 피고 잡지 편집장 김정배도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법정에서 악의는 논리로 탈바꿈되고, 선의는 색깔의 망령을 덮어쓴다. 핑퐁처럼 오가는 대사의 호흡을 정신없이 따라가다가도 어느 순간에 숨을 멈추게 된다. 두 번의 침묵 앞에서 나는 숨을 멈췄다.

“지침이십니까? 부탁이십니까?”라는 물음 앞에서의 침묵.
“앞으로 넌 어떻게 살 거니? 어디로 갈 거니?”라는 물음 앞에서의 침묵.

침묵은 무궁무진하다. 회피이자 의지의 표현이다. 질문에 따라서 긍정일 수도 부정일 수도 있다. <보도지침>에서 마주하는 침묵은 전자이며 후자이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할 물음, 입을 뗄 필요도 없는 물음 앞에서 연극은 침묵을 택한다. 나는 그들의 침묵에서 고슴도치같이 가시를 세운 ‘나’를 본다. 중재자의 탈을 쓴 위선자의 침묵도, 폭로자의 침묵도 모두 내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적당한 말로 ‘보도지침’을 변주하며 살아간다. 엠바고, 관습, 대세라는 어느 정도 순화된 용어를 사용할 뿐이다. 체화된 지침은 평온하고 ‘상식적’인 세계를 만든다. 그 속에서 침묵할 것인가. 소리 낼 것인가. 연극은 시종일관 질문을 던진다. “ 너는?”

B: 판사도, 변호사도, 검사도, 피고 사회부 기자 김주혁도, 피고 잡지 편집장 김정배도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극 속의 진실은 무엇인가. 마치 양면 색종이처럼 한 면의 반대편엔 또 다른 색깔이 있고 그들이 속한 입장이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어떤 의미에선 그들이 하는 모든 말은 그들의 입장에서 옳은 말이고 진실이다. 판단과 선택은 우리의 몫.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하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 되려면 자유뿐만 아니라 책임이 따릅니다.”
“자유가 지나치면 방종을 부릅니다. 이 자리는 방종한 시민을 재판하는 자리입니다.”
“정의란 사회를 올바르게 유지하고 구성하는 것입니다. 양국이 대치하고,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국가의 기밀입니다.”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유지하고 구성하기 위함입니다.”

나의 대답은 무엇인가.
<보도지침>은 죄를 가르는 법정이자, 말을 주고받는 광장이고, 마음을 주고받는 극장이다. 유죄와 무죄 사이의 거리가 멀지만 법정 속에서, 광장 속에서, 극장 속에서 그 간극을 줄여보라. 법정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생각해보자. 그 광장 속에서 나는 침묵할지, 이야기할지 생각해보자. 극장 속에서 내 모습은 방관자인지 생각해보자. <보도지침>은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본 공연은 대학로 TOM 2관에서 이달 11일까지 상연하며 관람료는 전석 50,000원이다. 공연시간은 월요일을 제외한 화~금 오후 8시,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2시/5시다.

A: 지여정|ceravi@khu.ac.kr, B: 박요셉|yoseph@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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