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호 책지성: 조나단 월드먼, 『녹‘RUST’』] 도처에 널린 위험

 

ⓒ cmaxpixel.freegreatpic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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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RUST’』은 작가 조나단 월드먼이 30년 된 요트를 구입하고‘녹(綠)’을 발견하게 되면서 영감을 얻어 탄생됐다. 누구든 일상생활에서 녹을 발견했을 때 크게 개의치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녹을‘소리 없이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붉은 재앙’이라고 설명한다. 녹은 다리를 무너뜨리고, 핵발전소의 반응기를 잠식하며, 핵폐기물 용기에 구멍을 내는 등 부지불식간에 우리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다. 또 녹은 군대에도 침투해 F-16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충돌하게 만들었고, 상업용 비행기가 비행 도중 공중분해되는 사고도 녹 때문에 일어났다고 한다. 또한 녹은 비행기 못지않게 자동차를 괴롭히는데“한밤중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자동차가 녹스는 소리가 들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는 녹 때문에 1년에 약 3.5kg 가벼워진다는 속설이 있다.

녹과의 사투는 화려하거나 멋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이 책에는 묵묵히 부식을 막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녹‘RUST’』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경제, 미술, 국방, 역사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녹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녹과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하나의 전사(戰史)라고 볼 수 있다. 전문가로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과학 기술의 발전을 위해 땀흘려온 이들에게 찬사를 보낼만하다.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최근에는 스테인리스강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녹이 있을 법한 곳은 페인트로 덮여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녹을 많이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과거로 돌아가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녹을 볼 수 있었고, 철과 강철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녹이 슬 수밖에 없는 물질로 여겨졌으며, 우리는 녹슨 물건을 버리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 뉴욕에서 일어난 혁신적인 사례는 우리들의 생각을 뒤바꾸기에 충분하다. 횃불을 높이 든 채 당당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상징이자 뉴욕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1886년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에 기증했던 자유의 여신상은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 민주주의, 기회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름만큼이나 자유로울 것 같은 이 여인을 구속하는 한 가지 요인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녹’이었다. 책의 이야기는 다 큰 성인 두 남자가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 시위를 벌이는 소동으로부터 전개된다. 혹여나 동상에 손상이 생겼을까 하는 우려에서 여신상 관리 책임자인 데이비드 모핏(David Moffit)은 동상의 상태를 확인하다 심각한 부식상태를 알게된다. 두 사람의 치기 어린 모험으로 인해 미국 역사상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녹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거의 100년 동안 방치되어온 자유의 여신상은 곳곳에 금이 가고 곰팡이가 꼈으며, 녹이 슬고 구멍이 뚫리는 등 총체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동상에 올라가“자유는 갇혔다”라는 글씨가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두 남자는 옳은 말을 한 셈이었다.

여신상을 설계한 알렉산드르 구스타브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은 매우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호했는데, 그것은 바로 철제 골격에 구리판을 리벳으로 붙이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이 오랫동안 맞닿아 있으면 접촉 부위에 녹이 발생한다는 이탈리아의 생리학자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의‘갈바니 부식(Galvanic Corrosion)’이라는 이론의 적합한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점차적으로 부식이 발생했던 자유의 여신상은 발견된 시점부터 약 6년간 복원 사업을 진행했고, 녹과 관련해 온 나라가 난리 법석을 떨었던 초유의 사건으로 미국 역사에 기록되었다. 복원된여신상은 녹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승리를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상으로의 초대

이전까지 녹에 대한 사후 처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지금부터는 사전 처리에 대해 다루겠다. 인간이 소리 없이 다가와 재앙을 가져다주는‘녹’에게 본격 맞선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녹과의 전쟁에서 승리의 결과물은 바로 캔 음료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손쉽게 캔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것의 제작과정과 품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더욱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게 만들어준 캔의 발전은 그야말로 기술의 혁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판기에서 콜라를 빼 마시지만 콜라가 든 캔은 녹이 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콜라 캔은 어떠한 부적합한 상황에서도 녹이 슬지 않는다고 하니 그야말로‘공학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는 안전한 캔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수많은 실패와 고난과 역경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안전한 캔이라 함은 많은 요소가 따르지만, 그중 꼽자면 용기 안에 있는 내용물이 온전하게 보관되어야 한다는 점과 폭발 위험성이 단 0.1%라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과 보관하는 방법이 용이해야 하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캔이 제대로 만들어졌다 해도 맥주나 소다수, 에너지 음료 등 캔 안에 주입되는 액체에 따라 거부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한다.

조나단 월드먼은 녹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캔의 제조 과정에 대해 배우는‘캔 스쿨’에 입학해 그동안 자신이 품고 있었던 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했고, 이를 책에 풀어놨다. 안전한 캔을 생산하려면 방대한 연구와 디자인 그리고 정밀한 공정 설계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캔은 최첨단 공학 기술이 집약된 최고의 결과물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캔에 산성이 높은 음료를 담아도 녹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코팅법에 달려있다. 본문에 따르면 철 성분이 아주 조금이라도 맥주와 섞이게 될 때 물 분자가 분해되면서 산소가 생기는데, 이 산소가 맥주의 맛을 바꿔버린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많은 연구원과 화학자들이 안전한 코팅법을 찾는 데 몰두했고, 오랜 노력 끝에 1935년, 에나멜 코팅을 통한 맥주 캔 개발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코팅에 사용되는 에폭시의 80%가 BPA(Bisphenol A)라고 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BPA FREE’의 광고는 유해물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Bisphenol A가 아닌 Bisphenol S나 F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은 똑같다. 우리는 캔 음료와 함께 미량의 Bisphenol을 마시는 셈인 것이다. 업체들이 코팅제의 성분을 공개하지 않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BPA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오픈 엔딩으로 마무리된 책『녹‘RUST’』은 우리들에게 위협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재앙으로부터 온 선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녹은 그다지 매력적인 대상도, 멋있는 주제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다르게 생각한 사람이 있다. 이 책에서 만난 그 주인공은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에 살고 있는 앨리사 이브 쉬크(Alyssha Eve Csuk)다. 한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철소였던 베들레헴 제철소는 남북전쟁 때 최초로 철을 생산한 후 줄곧 ‘녹’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이곳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쉬크는 제철공의 손녀로 녹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작가다. 그녀는 녹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쉬크에게 녹이란 낡음과 붕괴를 의미하는 갈색 얼룩이 아니라 살아서 자라나는 생명 그 자체이며, 반짝이는 은보다 훨씬 경이롭고 흥미로운 대상이다.

이 책에서는 미술을 전공했던 쉬크가 사진작가로 전향하게 된 전환점을 그리며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면밀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쉬크의 작품 주제가 녹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사진을 감상할 때 녹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를 쉬크는‘지나치게 적나라한 사실은 허구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많은 사람들이 이곳을‘버려진 건물과 고철더미로 가득 찬 폐허’로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어둠과 신비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에메랄드 도시”라고 말한다. 쉬크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포털사이트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니 수많은 사진들이 나왔다.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이 눈 앞에 펼쳐졌고, 책에서 누군가가 말했듯‘녹’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나의 그림 또는 조형물 같은 분위기를 뽐내는 사진이었다. 쉬크의 사진은 크기에 따라 800~3,200달러에 거래되고, 2012년 한 해 동안 100~200장의 사진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은 편이다. 금속판에 인쇄한 대형 작품을 3만 달러에 판 적도 있다고 한다. ‘세세한 부분까지 엄청나게 선명해 금방이라도 사진 안으로 빨려 들어갈것만 같았다’는 평을 받으며 못 쓰는 물건쯤으로 생각하던 녹슨 물건을 예술로 승화시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 쉬크는 이렇게 우리에게 선물을 주었다.

 

박현빈|hbpark@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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