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호 과학학술: 위상수학] 공간의 근본적인 성질을 연구하는 위상수학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위상수학’의 개념을 활용해 상전이에 대한 기존 이론을 뒤집어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지난 4월 정부에서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주제에 응용되는 산업 수학에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을 밝혔다.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위상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이다. 이에 본보는 위상수학의 개념을 포함하여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2016년 노벨 물리학상과 위상수학

201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특이한 상태에서 물질이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의 문을 연 데이비드 사울레스(David Thouless)와 덩컨 홀데인(Duncan Haldane), 마이클 코스털리츠(Michael Kosterlitz)이다. 이들의 발견은 물질의 여러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이론적 이해의 돌파구를 제공하였으며, 혁신적인 물질들의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물리학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순수 수학의 한 분야인 위상수학의 개념이 접목되어 불연속적이고 특정한 값을 가지는 물질의 위상수학적인 성질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배경으로서 주요 역할을 하였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물질의 상태(phase)는 온도에 따라 바뀌는 기체, 액체, 고체와 불의 상태인 플라스마(plas-ma)가 있다. 원자 크기의 초미세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아주 작은 세계로 들어가면 모든 물질은 양자물리학의 법칙을 따르나,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물질의 상태에서는 원자들의 임의적인 움직임때문에 양자의 직접적인 영향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절대 온도 0도(섭씨 –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에서 물질은 특이하고 새로운 상태로 전이(transition)되고, 양자 영향이 발현되어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 극저온 환경에서는 움직이는 입자들이 받는 저항이 갑자기 사라져 전류가 무저항으로 흐르는 초전도체(superconductor)가 된다.

연구자들은 평평한 2차원적 박막 형태의 물질에서는 절대온도 0도에서조차 열요동(thermal fluctuations)이 그 질서를 파괴하여 상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믿어 왔다. 1970년대 초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마이클 코스털리츠는 이 기존 이론에 이의를 제기하고 공동 연구를 통하여 응집물질물리학(condensed matter physics) 이론에서 20세기 가장 중요한 발견 중의 하나인 KT 전이(Kosterlitz-Thouless transi-tion)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위상수학의 개념이 사용되었고, 이를 위상상전이(topologi-cal phase transition)라고 부른다.

위상상전이는 얼음과 물 사이처럼 일반적인 상전이가 아니고 박막 물질에서 여러 개의 작은 소용돌이(vortex)가 주요작용하여 발생한다. 극저온에서 소용돌이들은 짝을 지어 두개씩 가깝게 붙어 있는데 온도가 상승하면 위상상전이가 일어나면서 갑자기 서로에게서 떨어져 (그림1)처럼 각자 물질 위를 떠다닌다. 이 이론은 응집물질의 현상뿐만 아니라 원자물리학과 통계역학과 같은 물리학 분야에도 적용된다.

ⓒ www.nobelpriz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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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80년대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덩컨 홀데인은 물질의전도성을 결정하는 기존의 양자역학 이론을 깨는 위상수학 이론을 이용한 양자홀효과(quantum Hall effect)를 이론적으로 내세웠다. 박막 판 반도체의 전기 전도성이 온도나 자기장,순도에 관계없이 연속적이지 않고 정확한 특정 값들로 나누어진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측정되었고, 이에 대한 이론적 해를 제공한다. 앞에 설명한 상전이도 갑자기 상이 변하게 된다는 점에서 연속적으로 값이 변하는 다른 물리 현상과 구분된다.

이러한 불연속적인 물리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에 연속적인 양을 다루는 기존의 수학 미적분학적 이론은 적합하지 않다. 그 대안으로 불연속적이고 정확한 특정 값으로 물체들을 구분하는 위상수학의 이론이 적합하다고 201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예상하였고, 이 예상은 여러 실험 결과와 완벽한 수준으로 일치한다. 이렇게 특이한 양자역학적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바탕이 된 위상수학은 수학 비전공자에게 생소한 수학 분야이다. 위상수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 곡면의 오일러 표수를 예로 들어 아래에 기술한다.

위상수학과 곡면의 삼각 분할

위상수학은 어떤 수학적인 물체가 늘여지거나 줄어들고 틀어지는 등 뚫거나 찢어짐이 없는 변형에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늘여지거나 줄어들고 틀어지는 등의 변형을 연속적인 변형(continuous transformation) 중에서도 위상동형(homeomorphism) 변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그림2)에서 가장 왼쪽 위의 공 모양의 물체인 구(sphere)가 아주 유연하고 신축성이 좋은 고무로 만들어졌다고 가정할때, 위상동형 변형을 통하여 이를 늘리고 줄이면 대접 모양의 물체로 바뀐다. 이를 통하여 대접 모양은 구와 위상동형인 물체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릇의 손잡이 모양에 구멍을 뚫는 것은 더 이상 위상동형 변형이 아니며, 손잡이가 있는 컵은 구와 다른 물체가 된다.

(그림2)에서처럼 새로운 구멍을 뚫을때마다 위상수학적으로 다른 물체가 생기고, 구멍(hole)의 개수가 늘어난다. 구나 대접은 구멍이 없고, 손잡이가 있는 컵과 도넛 모양은 구멍이 1개, 안경테는 구멍이 2개, 프레첼(pretzel)은 구멍 3개인 물체이다. 이러한 물체들의 껍질은 곡면(surface)으로 불리고, 구멍의 개수는 곡면의 종수(genus)라고 한다. 종수는 위상동형 변형에도 변하지 않는데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려면 곡면의 오일러표수(Euler characteristic)와 삼각 분할 등의 이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그림2)에서처럼 구멍을 쉽게 판별하여 개수를 셀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곡면의 형태가 복잡하면 직접 구멍의 개수를 세기가 아주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수식이 필요하다.

ⓒ www.nobelpriz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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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면(surface)은 어떠한 점에서도 근처 주위만 보면 평면의 일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학적 공간을 말한다. 예를들어 지구만큼 큰 구에서는 어떠한 점에서 있더라도 주위가 평평한 평면의 일부분인 것으로 생각되므로 구는 곡면의 일종이다. 비슷하게 도넛 모양의 껍질을 원환면 또는 토러스(torus)라고 부르는데, 그 크기가 아주 크다면 그 위의 어떠한 점에서도 평면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므로 토러스도 곡면이다. 이 두 곡면은 크기가 유한하고 매끄러운(smooth) 3차원 물체의 껍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곡면은 닫힌곡면(closed surface)의 일종이다.

유한개의 다각형들이 있을 때, 변들을 짝지어 붙여서 만들어진 곡면을 삼각분할곡면(triangulable surface)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축구공은 오각형과 육각형을 붙여서 만들어지는 삼각분할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닫힌곡면은 어떤 적당한 삼각분할곡면과 위상동형이라는 사실을 1924년 위상수학자 라도(Rado)가 증명하였다. 이는 닫힌곡면을 연구할 때 삼각분할곡면만을 고려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각형은 고정된 한 꼭짓점에서 다른 꼭짓점들을 연결하는 변들을 내부에 추가하여 여러 개의 삼각형으로 나누어 질 수 있으므로 삼각분할곡면은 다각형 면들이 모두 삼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각분할곡면보다는 삼각분할곡면이라 불린다.

여기서 떠오르는 질문은 어떤 종류의 닫힌곡면들이 존재하고 어떤 것들이 위상동형인지이다. 이처럼 닫힌곡면들을 위상동형에 대하여 분류하는 작업은 19세기에 완료되었고, 가향성(orientability)과 오일러 표수(Euler characteristic)가 그 중심 역할을 한다. 곡면이 가향이라는(orientable) 것은 관찰자가 곡면에 있는 어떠한 길을 따라가서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되더라도 관찰자의 상하 또는 좌우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가향성(nonorientable) 곡면으로는 잘 알려진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가 있고, 모든 비가향성 곡면은 뫼비우스의 띠를 그 곡면의 일부로 포함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가향성 닫힌곡면들의 분류에서도 오일러 표수가 사용되지만 우리는 지면 제약상 가향성이 있는 닫힌곡면들만 고려한다.

오일러 표수(Euler characteristic)

오일러 표수는 그리스 문자 χ로 표시되며, 삼각 분할 곡면에 대하여 χ=υ-е+–∫로 정의 된다. 여기서 υ는 꼭짓점(vertex)의 개수, е는 변(edge)의 개수, –∫는 면(face)의 개수이다. 사면체는 υ=4, е=6,–∫=4를 가지고 오일러 표수로 χ=4-6+4=2를 가진다. 축구공은 정오각형 12개와 정육각형 20개가 조합되어 만들어지며, υ=60, е=90, –∫=32이고 χ=60-90+32=2로 사면체와 같은 오일러 표수를 가진다. 사면체가 고무로 만들어져 있다 가정하고 풍선처럼 공기를 팽팽하게 집어넣으면 축구공 모양이 되므로, 사면체와 축구공은 모두 구와 위상동형인 곡면들이다. 도넛의 껍질 모양인 토러스가 (그림3)과 같이 삼각 분할되어 있을 때, υ =25, е=50, –∫=25이고 오일러 표수는 χ=25-50+25=0 이다. 안경테와 위상동형인 종수가 2인 (그림3)의 가장 오른쪽 곡면은 이중 토러스(double torus)라고 불리고 그림과 같이 삼각 분할되어 있으면 υ=40, е=80, –∫=38, χ=40-80+38=-2이다.

가향성이 있고 닫힌곡면에 대하여 종수(genus)는 g=(2-χ)/2로 정의되고 곡면의 구멍(hole)의 개수를 측정한다. 사면체, 축구공과 위상동형인 구(sphere)의 종수는 (2-2)/2=0, 손잡이가 있는 컵, 또는 도넛의 껍질과 위상동형인 토러스(torus)의 종수는 (2-0)/2=1, 안경테와 위상동형인 이중 토러스(double torus)의 종수는 (2-(-2))/2=2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질문은 위상동형인 닫힌곡면들은 같은 오일러 표수로 같은 종수를 가지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222-6-1 그림3-1

222-6-1 그림3

ⓒ Wolfram Mathematica Graphics Package

 

 

이를 위하여 삼각 분할에 변이나 꼭짓점들을 추가하여 더 쪼개어진 삼각 분할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삼각 분할의 세분화(subdivision)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아래의 3가지 기본 과정을 임의의 순서대로 반복적으로 유한 번 실행하는 과정이다. 첫 번째, 어떤 면이 4개 이상의 변을 가지는 다각형일 때, 다각형의 두 꼭짓점을 연결하는 변을 추가한다. 두 번째, 만약 하나의 꼭짓점을 어떤 변의 내부에 추가한다면 그 변만 두 개의 변으로 나누어 준다. 세 번째, 만약 하나의 꼭짓점을 어떤 면의 내부에 추가한다면 그 꼭짓점과 그 면의 각각의 꼭짓점을 연결하는 변들을 추가한다.

 

222-6-1 그림 4

 

 

삼각 분할을 세분화하더라도 오일러 표수는 변하지 않는다. 첫 번째 세분화 기본 과정에서는 면이 두 개로 나누어지고 한 변이 추가되므로 면과 변의 개수가 각각 하나씩 증가한다. 오일러 표수의 정의에 따르면 면의 개수는 더해지고 변의 개수는 빼주기 때문에 하나씩 추가되는 경우 상쇄되어 오일러표수는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 기본 과정에서는 변과 꼭짓점의 개수가 각각 하나씩 증가하고 앞과 비슷한 이유로 오일러표수가 변하지 않는다. 세 번째 기본 과정에서는 꼭짓점이 추가되는 면이 η개의 변을 가진다면 면이 η개의 면으로 나누어지므로 면의 개수는 η-1개, 변의 개수는 η개, 꼭짓점의 개수는 1개가 증가하게 된다. 이 변화량은 χ=υ-е+–∫식에서 (η-1)-η+1=0으로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오일러 표수는 변하지 않는다. 이를 종합하면, 세 가지 세분화 기본 과정의 조합인 삼각 분할의 세분화는 오일러 표수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개의 위상동형인 삼각분할곡면은 위상동형 관계를 잘 이용하면 한 곡면 위에 두 가지의 다른 삼각 분할이 있는 경우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자세한 증명 과정은 지면 관계로 생략한다. 한 곡면 위에 두 가지의 삼각 분할 S1과 S2가 있다고 하자. 삼각 분할 S1에 S2의 꼭짓점들을 추가하는 삼각 분할 세분화와 삼각 분할 S2에 S1의 꼭짓점들을 추가하는 삼각 분할세분화를 적절하게 동시에 실행하면 두 세분화가 삼각 분할 S3로 같아지게 만들 수 있다. 위에서 증명한 것처럼 세분화 과정은 오일러 표수를 변화시키지 않으므로 삼각 분할 S1의 오일러 표수와 세분화된 삼각 분할 S3의 오일러 표수가 같다. 한편, 삼각 분할 S2와 S3는 오일러 표수가 같다. 그래서 두 삼각 분할 S1과 S2는 같은 오일러 표수를 가진다. 이는 두 개의 위상동형인 닫힌곡면이 똑같은 오일러 표수를 가진다는 것을 말한다. 위상수학에서 나오는 양들은 오일러 표수나 곡면의 종수처럼 위상동형 변환에는 불변이고 정수처럼 불연속적인 특정한 값들이다.

 

물리학의 응용을 넘어서

닫힌곡면의 종수가 정수 값을 가지면서 점프가 일어나는위상수학 개념에서 양자홀효과를 설명하는 단서를 찾아내었듯이 사울레스와 홀데인, 코스털리츠는 위상수학과 양자 물리학을 연결하는 선도자 역할을 하였고, 그 공로로 201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양자홀효과는 위상수학자 싱센 천(Shiing-Shen Chern)과 제임스 사이먼즈(James Simons)가 개발한 천-사이먼즈 이론(Chern-Simons Theory)을 1980년대 물리학의 양자장이론(quantum field theory)에 접목한 위상양자장이론(topological quan-tum field theory)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위상양자장이론은 이론물리학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로서 위상수학적인 성질로 양자장의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분야이다. 이론물리학에서뿐만 아니라 순수위상수학에서도 이 분야가 수학적으로 추상화되고 이론화되어 연구되는 주요 분야이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위상수학적 상을 박막 구조인 2차원 평면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적이고 3차원적인 물질들에 대해서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위상 절연체(topological insulator), 위상 초전도(topological superconductor), 위상 금속(topological metal) 등이 새롭게 연구되고 있다. 이 분야들은 응집물질물리학(condensedmatter physics)에서 최첨단 분야이고 이 위상물질들이 전자기학과 초전도체, 미래 양자 컴퓨터 등의 새로운 분야에 유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물체 형태의 근본적인 성질을 밝혀내는 위상수학의 결과는 사물인식, 인공지능망 네트워크, 유기화합물의 구조 등에 활용되어 수학적으로 엄밀하고 정확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여 첨단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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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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