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호 리뷰: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출산, 三代이야기>] 유한한 인간에게 무한한 연속성을 주는, 출산

202-21-1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을 나의 엄마도, 엄마의 엄마인 할머니도 경험했다는 생각에 가슴 한쪽이 찡하게 아려왔다. 인류의 존속은 이렇듯, 엄마들이 느낀 고통의 순간들이 연속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전시장 내 객원 큐레이터의 글 中

 

<출산, 三代이야기>는 할머니가 엄마를 낳고, 엄마가 나를 낳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저 애 낳은 이야기다. 대개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는다. 대학을 졸업했고, 직장에도 다녔었고, 사랑도 했지만 결혼과 출산은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할머니가 엄마를 낳고, 엄마가 나를 낳았지만 나는 애를 낳지 않았다. 출산을 경험한 이들에게 출산은 평범한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 출산을 경험하지 못한 혹은 경험하지 않을 이들에게 출산은 그저 애 낳은 이야기가 아닌 두렵거나 기대되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일지도 모른다.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II에서 716일부터 922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한 가족의 三代에 걸친 출산경험담이다. 1949년 첫 출산을 한 할머니의 구술 내용부터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밤을 하얗게 지새운 1979년 엄마의 첫 출산(26), 2010년 객원 큐레이터 조성실의 첫 출산(32) 이야기가 핵심자료이며 출산과 관련해 한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자료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보고, 읽고 듣는 전시인 <출산, 三代이야기>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두려움과 설렘’에서 관람객은 두 줄이 선명한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태아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임신이 눈과 귀로 확인된다. 2부 ‘고통, 그리고 만남’에서 할머니는 “죽는다고 고함을 지르고, 그렇게 못 견디게 애를 낳아”엄마는 “아우, 옛날에는 애 낳다가 많이 죽잖아, 내가 이 신발을 과연 신을 수 있을까?, 조성실은 “너무너무 아파가지고 왜 이렇게 안 나와,도대체 언제 나오나 얘는” 이라며 출산하던 날을 회상한다. 출산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三代의 경험이 자신과 다르지 않음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운다.또한 7~80년대 애를 낳을 때 사용하던 태아심음측정기, 태아머리 흡입인출기, 신생아용 저울,상아 청진기 등도 전시돼 있다. 3부‘아주 특별한 이름, 엄마’에서는 엄마가 되어 처음으로 만나는 아기수첩, 분유통, ‘애기의 병과 치료법’이라는 소책자 및 전단지 등을 볼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지만‘엄마’는‘출산’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될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엄마가되기 위해서는 아기를 돌보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하며 그 과정은 여성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4부‘에필로그’에서 관람객은 三代의 사진을 통해 만삭과 탄생의 교차로 확인되는 세대간의 연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본 전시는 三代의 출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각종 자료 80여점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1974년을‘우리는 임신 안 하는 해’로 지정한 사단법인 주부클럽연합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가족계획 엽서, 각종 피임도구(즈텍스, 꽃동네, 새가정) 및 피임약(산지 루우프 정, 에이본)과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등 산아제한 구호가 적힌 홍보물 등이 전시돼 있다.‘ 적게 낳아 건강하게 키우자’라며 산아제한을 외치던 출산율 5.4(1966)의 대한민국이‘낳을수록 희망가득, 기를수록 행복가득’이라는 출산장려를 외치는 출산율 1.2(2010)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의 모습을 각종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에 함께 다녀온 지인에게 본인의‘아기수첩’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지인은 자신이 첫째이기 때문에 아기수첩, 엄마가 쓴 육아일기를 가지고 있지만 둘째인 동생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둘째인 나는 엄마가 만든 배냇저고리만을 가지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은 우리는 우리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낳은 우리를 이야기했다. 유한한 인간에게 무한한 연속성을 주는 <출산, 三代이야기>를 통해 엄마에 대해, 나에 대해, 그리고 미래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송영은|lovericki@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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