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호 사진으로 말해요]

221-15-사진으로 말해요

여러 해째 학교에서 봄을 맞는다. 교정을 걸으며 매년 비슷한 말을 새로 하고, 같은 나무를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촬영 연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이전 해의 것과 구별되지 않는 사진들이다. 십 년 전에는 이렇게 오래 학교에 다니게 될 줄 몰랐다. 그때 나는 건성건성 학교를 다니는 학부생이었다. 그러다 웬일로 재미있는 수업을 만났고, 그게 마침 어려웠다. 재미가 있으려면 어렵지를 말거나 어려우려면 재미있지 말거나, 그랬어야 했다. 그랬다면 신분을 바꿔 가며 오래 학교에 다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모든 좋아하는 것들은 재미있고 어렵다. 그래야만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더 알고 더 가까워지고 더 갖고 싶어지는 마음. 대상이 내게 배어들게 하고 대상을 나로 물들이고 싶은 마음. 그 욕심은 이내 고통이 된다. 그때에야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해, 하고 내뱉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재미있고 어려운 것, 그래서 나를 움직이게 하고 내가 움직여야만 조금씩 닿아 오는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움직임은 살아 있다는 느낌, 증거다. 그 생기를 저버려도 괜찮을까.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고통스럽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이 생기 넘치는 삶이라고, 그렇게 믿어진다. 봄의 풍경을 사진 속에 붙들면서 나는 피어나고 자라나는 생기를, 그에 대한 갈망을 재확인하고 있는지 모른다.

주지영 / 국어국문학과 박사 수료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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