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호 리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인식의 전환: 수집에서 창작으로

▲「이것이 나의 드릴이다!!」, 이현진(2017), 자신이 몰입했던 여러 만화의 유명한 장면들을 출판 만화의 컷 구성과 같은 연출 방식을 활용하여 시각화한 작품

▲「이것이 나의 드릴이다!!」, 이현진(2017), 자신이 몰입했던 여러 만화의 유명한 장면들을 출판 만화의 컷 구성과 같은 연출 방식을 활용하여 시각화한 작품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오타쿠는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원래 집이나 댁이라는 뜻이지만 집 안에 틀어박혀서 취미생활은 하는,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덕후는 일본의 하위문화를 상징하는 ‘오타쿠’라는 단어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학위 없는 전문가’, ‘능력자’ 등으로 불리며 긍정적인 인식을 내포한 문화적 코드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덕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분야에 깊이 몰입하며 가지게 되는 기질이나 자세, 행동 양식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이제 ‘덕후’는 사회의 다양화로 인해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하며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정보를 교류하는 하나의 ‘소통 문화’다.

전시는 고성배 작가의 ‘프로젝트 갤러리관’과 나머지 10명의 덕후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있는 ‘전시실’로 구성된다. 고성배 작가는 ‘본격 덕질 장려’를 표방하는 독립잡지 더쿠《THE KOOH》의 편집장으로 덕후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시도한다. “당신은 어떤 덕후인가요?”. 고성배 작가의 갤러리 관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덕후 자가진단표다. 덕후는 ‘수집 덕후’, ‘홀로 덕후’, ‘배회 덕후’, ‘공상 덕후’로 총 4가지 유형이 있다. 덕후 자가진단이 끝나면 고 작가의 덕후 습성을 나타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혼자 놀기, 집착, 은폐, 공상, 수집 등 덕후의 습성은 아주 다양하다. 갤러리 관을 한 바퀴 돌아 마지막에는 자신의 덕후 기질을 고백하는 ‘덕밍아웃(Duck-Ming-out)’이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글자 밑에 작은 수첩이 놓여있다. 수첩에는 나만의 공상을 마음껏 적을 수 있다. 시를 써도 좋고,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그려도 좋다.

고 작가의 작품을 관람한 후, 길게 이어지는 통로 끝으로 걸어가면 나머지 10명의 덕후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된 곳이 보인다. 핸드폰 장식을 위해 10년 동안 수집한 세로 60cm의 핸드폰 액세서리, 식물 수집 덕후 작가의 식물 요양소 등 참여한 작가 고유의 언어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영상, 회화, 설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나는 덕후가 아닐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참여해도 소용없다. 고 작가는 한 개인은 누구나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덕질 분야’가 있음을 말해준다. 당신만의 소우주를 만들어 보아라. 매일 저녁 자신만의 공상을 쓰거나, 그리거나 모으면 된다. 수집된 공상들은 계속 커질 것이고, 그것은 당신만의 세상이 될 것이다.

전시 설명은 주중 11시/13시/15시/17시 (총 4회), 주말 11시/15시/17시 (총 3회)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본 전시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서울 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7월 9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고나혜 | konahye93@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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