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호 기획: 누리과정] 누리과정 정책의 쟁점과 과제

누리과정은 국가가 만 3~5세 어린이들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2012년에 도입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역 간 유치원 · 어린이집의 예산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에 본보는 누리과정 정책의 쟁점과 과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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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정책의 추진 목적과 현황

누리과정 정책이란 생애 출발선에서 균등한 교육·보육의 기회 보장과 국가 책무성 강화를위해 정부가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아교육·보육정책이다. 누리과정은 비용 지원으로서의 정책과 공통과정으로서의 누리과정(nuri-curriculum)으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전자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유아(만 3~5세)에게 동일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유아 1인당 2012년에는 월 20만 원, 2013년 월 22만 원, 2014년 월 24만 원, 2015년 월 27만 원씩 매년 증액하여 2016년에는 월 3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3년에 22만 원으로 증액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되었다. 후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는 유아들에게 동일한 교육·보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2년 이전에 유치원에서는‘유치원 교육과정’을, 어린이집에서는‘표준보육과정’으로 커리큘럼이 상이했지만, 2012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제정하여 유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월 22만 원 누리과정비 외에도 방과후과정비(누리과정 운영지원비)라 해서 오후 돌봄을 이용하는 학부모에게도 가구 소득이나 맞벌이 여부 등과 상관없이 유아 1인당 월 7만 원(국공립 유치원 월 5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99.6%의 유치원이 방과 후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67.7%의 유아가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는 대부분의 유아는 누리과정 지원금 월 22만 원과 방과후과정비 월 7만 원, 총 월 29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누리과정 지원 대상 및 금액(2017년)        ⓒ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2017)

▲ <표 1> 누리과정 지원 대상 및 금액(2017년) ⓒ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2017)

 

 

누리과정 정책의 쟁점

 

누리과정 정책의 가장 큰 쟁점은 예산이다. 누리과정비(방과후과정비·누리과정운영지원비포함)의 재원은‘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이다. 원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재원은 유치원은 교부금에서, 어린이집은 국고와 지방비에서 소요되었다.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정부는 국고와 지방비에서 충당했던 어린이집의 누리과정비(보육료)를 2015년부터는 교부금에서 전액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교부금이 감소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2011년 당시, 기획재정부는 내국세에 연동되어 있는(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임) 교부금의 규모가 매년 3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2013년 이후 세수 감소로 재정추계가 빗나갔고, 2014년에는 오히려 감소하였다. 교부금 감소와 더불어, 2015년부터 어린이집의 누리과정비 지원이 맞물리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감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의‘보육’업무이며, 누리과정을 교부금으로 통합하기로 한 법령을개정할 때,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과의 협의가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 시도교육감의 입장이었다. 이에 중앙정부는 2015년 10월 교육감의 권한인 교부금의 편성과 지출에 대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지출하도록‘지방재정법 시행령’과‘지방자치단체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편성 운영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정부와 시도교육감의 갈등은 첨예하게 부딪쳤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2016년 12월, 국회에서 향후 3년 동안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누리과정 전체 비율의 78%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22%는 일반회계 전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이 통과하면서 일단락되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누리과정 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예산 문제 못지않은 또 다른 쟁점은 누리과정 정책이 과연 취지대로 실현되고 있느냐이다. 누리과정 정책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상관없이 유아에게 동일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부모에게는 동일한 비용을 지원해서 경제적 부담을 낮추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가 질문한다면, 긍정적인 평가는 어렵다. 현재 유아교육과 보육은 담당기관, 소관부처, 근거법령, 운영방식, 대상연령, 교사 양성과정 등이 상이한 유보 이원화 체제이다(<표 2>참조). 이러한 구조에서 커리큘럼의 일원화로 동일한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도 결국에는 유보 이원화 제도를 유지한 채, 재원을 일원화하면서 발생한 문제라 하겠다.

▲  유아교육 · 보육의 이원화 체제에서 누리과정 정책으로 일부 일원화

▲ <표 2> 유아교육 · 보육의 이원화 체제에서 누리과정 정책으로 일부 일원화

한편, 우리나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의존도가 높다. 누리과정 지원을 받는 유아들의 약 62%가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표 3> 참조). 설립 주체가 다르다는 것은 설립 조건이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정부가 동일한 비용을 지원하더라도 학부모의 추가 비용은 기관마다 다르다. 누리과정비를 제외한 학부모의 월평균 추가 비용을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사립유치원 약 10만 9천 원, 민간어린이집 약 6만 1천 원, 국공립 어린이집 약 2만 7천 원, 국공립 유치원 약 1만 9천 원이다. 대다수 유아가 다니는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의 추가 비용이 가장 많다. 비용 부담이 큰 사립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국공립을 보내고 싶어도 주변에 없어서 못 보내는 경우—에서는 비용 지원을 통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한계가 있다.

▲  누리과정 대상 유아의 유치원 · 어린이집 재원 현황 및 월 평균추가비용(2016년)

▲ <표 3> 누리과정 대상 유아의 유치원 · 어린이집 재원 현황 및 월 평균추가비용(2016년) ⓒ 유아정책연구소 누리과정 정책 성과 분석(2016)

 

 

향후 과제

 

누리과정 정책 목표인 생애 출발선의 평등 보장과 교육·보육의 국가 책무성 강화는 가치 지향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정책을 구현하기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본래 취지대로 실현되기란 어렵다. 누리과정 정책의 안착을 위해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몇 가지 방안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부금의 교부율을 인상하여 누리과정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학생 수 감소라는 저출산 시대에 경직성 경비인 교부율의 증액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므로 교부율 인상 기간을 한시적으로 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도시지역 등 국공립 기관이 부족한 지역의 저소득가구 유아가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는 비용을 추가 지원하며, 정부는 의지를 갖고 국공립 기관을 확충해 나간다. 셋째, 누리과정비 등 국가 지원금의 투명한 사용을 위해 사립유치원에 재무회계규칙을 도입하여 공공성을높인다. 넷째, 어린이집이 교부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상위법인 법률을 정비한다.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규정하고 누리과정비 대상 기관으로 포함하려면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규정해야 하는데, 이는 소관부처를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유보 통합을 의미한다. 유보통합은 20년 동안 논쟁 중인 유아교육과 보육계의“뜨거운 감자”다. 지난 2년 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누리과정 정책이 유보 통합을 이끌어내는 효자 정책이 되길 기대한다.

 

 

이 윤 진 / 육아정책연구소 유·보정책연구팀장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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