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호 책지성: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율라 비스의 정원

▲작가 율라비스(Eula Biss, 1977~) ⓒwww.eulabiss.net

▲작가 율라비스(Eula Biss, 1977~)
ⓒwww.eulabiss.net

율라 비스의 정원

이 책의 저자 율라 비스의 아들이 태어나기 전날은 그 봄 들어 처음 푸근해진 날이다. 그날 그녀는 미시간 호에 뜬 부 빙에 반사된 아침 햇살을 느낀다. 진통이 시작된다. 햇살이 가득했던 그 순간에 뒤이은 긴 진통 끝에, 그녀에게 거의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이어졌다. 그녀는 호수를 헤엄치고 있다고 상상했다. 호수는 그녀 의지와는 달리 어둠의 호수로 바뀌었고, 그다음에는 불의 호수가 되었으며, 그다음에는 수평선 없이 무한히 펼쳐진 호수가 되었다. 드디어 아들이 태어 났다. 그러나 출산 후 그녀에게 좀처럼 보기 드문 병이 찾아왔다. 자궁내번증이었다. 자궁이 뒤집혀 자궁 바닥이 자궁강으로 내려오는 병이었는데 이 병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태로 운 병이었다. 이후 그녀는 불안감과 편집증에 시달렸다.

한편 그해 봄에는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공식적인 범유행병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곤히 잠든 아들 곁을 지키며 아들이 입에 넣었던 물건을 모조리 끓여서 살균했다. 그녀는 세상에 의해 자기 아들의 몸이 오염될까봐 불안해한다. 과연 아이에게 예방 접종을 맞혀야 할까? 그녀 주변의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힐지 말지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백신의 숨겨진 진실

출산 전후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예방 접종을 시켜야 하며 바른 생활습관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숨 막히는 듯한 정신적인 삶의 피로로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예방 접종과 자신의 몸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율라 비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과 백신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에 대해 끔찍해한다. 이에 그녀는 백신과 예방 접종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녀는 예방 접종의 역사, 신화, 사회학, 임상의학을 다룬책을 깊게 읽었을 뿐 아니라, 아주 세부적인 분야인 독성학까지 공부했다. 이 책『면역에 관하여』는 그녀가 탐구했던 백신과 예방 접종에 대한 것으로 예비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이 담긴 서정적인 문체는 모든 부모들에게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또한, 다른 독자들에게도 면역과 예방 접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도 명료하게 다가간다. 다시 말해『면역에 관하여』는 한 여성이 아들의 건강과 자신, 그리고 온 인류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낸 책이다.

면역에 관한 이야기는 신화 속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킬레우스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불사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현세와 저승을 나누는 스틱스 강에 아들을 담갔다. 그때 그녀는 아들의 발뒤꿈치를 잡고 물에 담갔다. 덕분에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 외에 다 친 곳은 없었지만, 결국에는 그 발뒤꿈치에 독화살을 맞아 죽는다. 이 이야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신조차도 제 운명을 거스르기에는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임을 암시한다. 율라 비스에 의하면 신화나 동화 속 부모들은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운명도 거스르는 행동을 서슴지 않지만, 결국 아이들은 부모들의 욕심에 지배당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기심이 지배하는 부모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백신’이라는 용어는 소를 의미하는 라틴어 바카(vacca) 에서 유래됐다. 백신 접종의 뿌리는 민간요법이고 최초의 시술자는 농부들이었다. 18세기 당시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천연두를 앓았지만, 소의 젖을 짜는 여자 중에는 천연두로 곰보가 된 사람이 없었다. 시골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젖 짜는 여자의 손등에 난 고름집에서 고름을 짜내어 8세 남자아이의 팔에 넣었다. 소년은 열이 났지만 앓지는 않았다. 그런 다음 소년을 천연두에 노출했고, 소년은 감염되지 않았다. 제너는 수십 명의 사람에게 실험을 더 했다. 오래지 않아 이 기법은 제너가 우두를 부른 이름인 바라올라이 바키나이 (variolae vaccinae)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예방 접종의 시초로 소는 백신 접종에 제 이름을 영원히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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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그리고 신선한 깨달음

그러나 초기에 백신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심과 두려움을 샀다. 19세기 목사들은 백신을 혐오스러운 것이라 여겼으며, 미국 정부는 백신이 오히려 면역력을 저하시킨다고 보았다. 미국 정부는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당국의 안전을 지키는 것임 을 확신했다. 아동기 질환을 떠올려 보자. 부모들은 한때 자녀들에게 백신을 맞히기 위해 줄을 섰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이들의 몸이 홍역이나 디프테리아, 소아마비에 의해 오염된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다.

그런데 ‘백신을 왜 맞아야 하는가’에 대한 율라 비스의 견해와 사회의 견해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백신’이라는 ‘외부환경’이 질병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아이만은 병으로부터 보호 해야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하다. 반면 율라 비스는 한 아이가 백신을 맞음으로써 온 인류가 전염없이 구원을 얻게 된다는 ‘이타적’이고도 ‘헌신적’인 정신을 앞세운다. 현 시대는 외부환경에 대한 이기적인 욕심보다는 이타적인 욕심이 더욱 건강한 세대를 이루어 가야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 다.

백신의 주성분에는 티메로살이라 불리는 에틸 수은이 포함된다. 이 화학물질은 백신의 방부제 역할을 한다. 냉동 보관할 필요없이 유통할 수 있으므로 저소득 국가에도 널리 이용될 수 있다. 현재 티메로살이 포함된 백신은 120개국에 서 사용되며, 매년 14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 백신 속 수은 화합물은 다회 용량 백신에 꼭 필요한 성분이며 전 세계 공중 보건에 필수적인 치료제다. 그러나 백신 속 이 수은 화합물에 대한 두려움은 많은 부모들에게 아이에게 백신을 놓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토론 거리를 안겨준다. 하지만 2012년 미국 소아청소년과 학회 AAP에서 13년 동안 수행한 연구 결과, “백신 속 티메로살이 인체에 위험하 다는 신뢰할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출생의 순간부터 우리의 몸은 수백억 개의 미생물로 둘러 싸인다. 대부분의 경우 인체에 무해하며, 그중 많은 것들은 심지어 우리 몸에 좋은 기능을 한다. 그리고 모든 미생물은 끊임없이 우리의 몸을 돌아다닌다. 백신 속 이질적인 물질은 매일 우리의 몸에 자연스럽게 침투되는 수많은 균과 비교했을 때 무시할 정도의 아주 작은 양이다. 따라서 율라 비스에 의하면 예방 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기르는 것은 극히 자연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면역력을 길러서 자신만 건강하게 살려는 것은 오히려 비자연적인 행동이 된다. 이러한 이기적인 행동은 곧 전 세계 인구의 면역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같다. 그녀는 특정 병에 대한 보균자 또는 무증상 보균자의 아이들이 균을 퍼뜨려 면역계가 약한 아이들 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믿음은 그녀의 저서에 깔린 중심 이론이다. 즉,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은 백신을 맞은 아이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셈인 것이다.

행함

율라 비스가 말하는 백신 접종은 나의 건강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가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한 ‘구원의 행위’였다. 그녀의 백신에 대한 이타적인 정신은 정치와 사회에도 동일 하게 적용된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구원이라는 정신과 이타적인 마음으로 어둡고 주목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도 주목 해야한다. 이기적인 정치인은 소외되는 국가들이나 계층들이 가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즐기는 사치를 누린다. 그러나 이들의 이기심은 자신의 불운뿐 아니라 온 인류에 불운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율라 비스는 아들을 낳은 뒤, 자궁을 바로잡는 수술을 했다. 수술이 끝난 후 그녀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된다. 수술은 아주 급하게 진행됐다. 의사들이 그녀에게 달려와 주었고, 어떤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수혈을 받았고, 간호사들이 입술에 얼음조각을 대주었다. 그녀 속에, 그리고 그녀와 접촉한 모든 것 속에는 사람들의 손길이 있었다. 그녀를 구한 기술은 다름 아닌 ‘사람의 손’이었다. 그녀는 우리의 몸이 다른 몸들에 의존한다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현상임을 깨닫 게 한다. 그녀에게 전해진 사회적 사랑의 손길이 바로 백신의 정신이었다.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

『면역에 관하여』는 백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백신에 대한 찬성 과 반대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넘어서서 우리의 사고방식 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 나의 건강만을 위한 행위로만 좁혀졌던 백신의 개념이 전 사회적 구원으로까지 그 범위가 넓혀진 것이다.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세상으로부터 도피처가 아니라, 세상을 가꾸는 정원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고나혜 | konahye93@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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