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호 사설] 다른 길이 있다

신학기에는 언제나 그렇다. 신입생이든 재학생이든 상관없이 수강신청을 고민하고 졸업요건을 파악한다. 어떤 과목을 들어야 자격증을 신청할 자격이 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졸업을 할 수 있는지 원생들은 궁금하다. 그래서 학과 행정실을 찾아간다. 수강신청과 졸업요건에 대해 묻는다. 조교의 답은 언제나 동일하다. 신규 임용된 조교라 모른다. 일반대학원 행정실에 문의하라. 학과 행정실을 나와 대학원 행정실을 찾아간다. 묻는다. 답변한다. 학과별로 졸업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학과 행정실에 문의하라.

어쩌면 모른다고 답변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신규 임용된 조교가 확인하지도 않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 준다. 그 사실을 한 학기가 지나고 알게 된다. 학과 행정실을 방문해 잘못된 정보를 준 조교를 찾지만 그 조교는 이미 그만 두었다. 또 다른 신규 임용된 조교가 앉아 있다. 새로운 조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부당함을 호소한다. 조교는 답한다. 새로 왔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정보를 확인도 하지 않고 믿어버린 책임은 어처구니없게도 나에게 있다.

행정실 조교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신뢰해 버린 내가 치러야 할 대가는 잔인하다. 잘못된 수강신청으로 졸업을 하지 못 해 한 학기를 더 다니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등록금을 납부하려니 분노가 끓어오른다. 나에게 잘못된 정보를 준 그 조교를 찾아가 이런 상황을 해결하라고 하고 싶다. 대신 등록금을 내라고 하고 싶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 조교만의 책임은 아니다. 애초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은 학교의 잘못, 신학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조교를 뽑는 행정실의 잘못, 신규 조교에게 업무의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전임자의 잘못, 그리고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조교의 잘못, 그리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질문한 우리의 잘못, 모두의 잘못이다.

사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다. 정규직을 뽑지 않아 책임자가 없는 학교의 노동 구조 문제로 밖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 직원들은 계약직이기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문화세계는 창조하지 못하고 대체 가능한 인력들만 창조한다.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다. 어차피 책임자도 없으니까. 학교의 노동 구조 개혁만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직을 채용하여 조직 전반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인물을 길러내는 것이 여러 번의 방문에도 모른다는 답변을 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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