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호 인터뷰: 김홍두 경희대학교 교수, 제15대 교수의회 의장] 상식이 가장 옳다

지난 2016년 원생들의 개인 존엄권, 자기결정권, 학업연구권, 저작권, 근로권 등 인권 현황을 논하는 <열린 인권 토론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발표된 본교 인권설문조사 결과, 원생 인권 침해의 가장 큰 가해자는 교수였다. 교수와 원생은 학문적으로 끌어주고 따라가는 관계이지만 수치는 둘의 관계가 불편하며 원생은 그 관계 속에서 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2017년 2월 9일, 경희대학교 국제교정 교수의회실에서 15대(2015~2016) 경희대학교 교수의회 의장 김홍두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 김홍두 교수님 독사진

교수의회와 <열린 인권 토론회>

Q. 교수의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교수의회는 학칙 106조 2항에 규정된 기구로 교원들을 대표하고, 학교의 전반적인 사안에 관해 심의·자문하는 대학평의원회에 평의원을 파견하는 조직 중 하나입니다. 서울·국제·의학 세 지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2년마다 돌아가면서 한 지회의 의장을 전체의장으로 선출합니다. 이번 제16대는 서울교정의 이성근 교수가 선출되었습니다. 본교의 거의 모든 교원이 교수의회의 소속입니다. 인원이 1,300여 명에 달하는 큰 조직이라 주요 사항은 대의원 회의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제 말을 교수의회 공식 입장이라고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열린 인권 토론회>에 대한 의견은 어떤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라 의장으로서 이 정도는 말할 수 있겠다 정도지요. 한 명의 교수로서, 인간 김홍두로서 이야기한다고 받아들여 주면 고맙겠습니다.

Q. 교수의회는 2015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공동체의 인권보장과 연구문화 개선을 위한 교수-학생 공동 선언’ 참여하고, 2016년 <열린 인권 토론회> 개최하는 등 원생들의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수의회 측에서는 원생들의 권리문제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인간이 가져야 할 권리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도 전혀 아니에요. 지난 15대 교수의회는 인권문제를 이슈화해 교수들과 대학원 구성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교수들이 인권 침해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고 교수·직원· 원생이 서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해서는 안 되는지 등에 대한 인식 부족이 원인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교수의회 입장과 후속 조치들은 새로운 의회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교수님들 모두 인권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제 인권 문제에 대해서 학교와 원생, 교수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제도를 만들 때라고 생각합니다.

Q. 토론회 당시에 ‘교수가 인간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해 원생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교수와 원생 사이에 선(線)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문제가 되는 것은 아마 일과 이후에 원생에게 전화한다거나 하는 것들이겠지요.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 때문이라면 절대적으로 반대입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그러나 연구나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이라면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집니다. 교수가 자제할 필요도 있지만, 이때는 원생들도 이해를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에 대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김영란법이 생기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지요. 이처럼 조금씩 변화해갈 것입니다. 저는 제 방의 학생들에게 커피 심부름 한 번 시켜본 적이 없어요. 그것은 미래의 인재가 될 제자에 대한 존중입니다. 교수가 원생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공부하는 새로운 동료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벗어나지 말아야 할 선은 어렵지 않게 정의되리라고 생각합니다.

Q. 2016년 <열린 인권 토론회>에 교수의회 의장으로서 참석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참여하신 소감이나 느낌이 궁금합니다.

누군가 토론회가 끝나고서 서운하시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제자들이 이렇게까지 생각하나 싶어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상식 이하의 이상한 교수 때문에 피해를 받는 학생들을 위해 해결 방법은 마련되어야 합니다. 학문에 매진하라는 과도한 당부가 간혹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지만 내 제자가 잘되기를 바라는 좋은 교수님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교수들이 대다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것들은 보지 않고 극단적인 예만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인권문제는 상식적인 선에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방법이 가장 옳다고 생각해요. 교수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나, 내 이웃들, 모두를 자연스럽게 배려하듯 그런 존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언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잖아요. 교수도 원생도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공계열의 현실, 대학원의 현실

Q. 인권토론회 도중에 연구실에 소속되어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이공계열의 ‘9 to 10(9시 출근, 10시 퇴근)’ 현실이 자주 언급되었는데요. 이공계열의 현실을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내부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학과, 랩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출퇴근 시간을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오전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연구실에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계열 특성상 실험을 계속해야 해서 오래 자리하는 것이지요. 업무라기보다는 학습의 개념으로, 많은 시간의 노력과 실험이 논문거리가 되고 학업이 되는 겁니다. 대학원생은 일차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9 to 6’처럼 시간을 따지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6시가 됐으니 공부 끝’인 건 아니잖아요. 덧붙이자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긴 것은 이공계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공계열 교수들은 제자들이 행정 조교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 요구하는 근무시간만큼 일하면 실험 등을 거의 못 하기 때문입니다. 조교들의 긴 근무시간, 자리만 지키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학교 사정도 점차 악화되다 보니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 원생들의 근로권, 학업연구권이 침해받는 현실은 교수-원생의 문제만이 아니라 연구지원제도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이공계열 원생들은 거의 교수가 따낸 연구비를 통해 등록금을 해결합니다. 지원한 과제가 모두 채택되기 하고, 다 떨어지기도 하고 들쭉날쭉해 제자를 책임지는 교수에게 연구비 확보는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만약 지원한 연구에 다 떨어져서 연구비 절벽이 생겼을 때, 1년 안에 연구비를 따지 못하면 회복하기가 점차 불가능해집니다. 국가에서 인건비 풀링(pooling) 제도를 운영하기는 하지만, 연구 인건비는 근본적으로 연구과제 종료 후 1년 이내에 소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교수가 이전에 얼마나 연구를 잘해 왔는지에 대한 고려나 배려가 아직 부족한 것이지요. 연구비 없이 2년이 되면 더 이상 논문을 쓰지 못합니다. 이공계열은 실험 데이터가 있어야 논문을 쓰고, 논문이 있어야 연구비를 따오고, 그래야 학생들의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과제 신청 기간에 가까워질수록 교수 또는 원생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갑자기 많은 연구 과제를 수주해 연구원 또는 대학원생의 인건비가 해결된다고 해도 이렇게 되면 원생이 책임져야할 과제수도 증가되어 힘들기는 마찬가지겠지요. 연구비 문제에 대한 국가적인 제도 정비 이전이라도 학교에서 전체 연구비 28% 정도 해당되는 간접비를 활용해 연구비 절벽에 대비한 교수 연구비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인문계열 학생으로서 이공계열의 기회의 장이 더 넓다는 생각에 부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저도 그러한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인재가 모든 것인 나라에서 학생들이, 인재들이 편안하게 연구할 수 없는 현실이 잘못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현 이공계열 지원제도에도 문제점이 있고, 인건비로 지원되는 돈이 결혼한 대학원생이 서울 물가에서 살 정도도 못됩니다. 그런데 다른 계열 원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모두 부담하면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인문,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가 중요한데 말입니다. 이공계열은 연구비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계열 대학원생들은 연구 관련 사업으로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빨리 마련되어 합니다.

Q. 지도교수의 사인을 받아야 변경이 가능한 현 지도교수 변경제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지도교수 변경은 전공 분야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데 말하지 못해 고민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죠. 이런 경우에는 원생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원만하게 해결할 중재기구가 필요합니다. 한편으로 지도교수 선정 이전에 일종의 인큐베이팅 기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쪽에서는 학부 3학년 여름방학 때 졸업논문 작성을 위해 랩을 선택해 들어가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때 랩의 운영 방식, 교수님의 성향, 대학원 생활들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대학원 지도 교수를 선택하게 되어 많은 문제점이 해소되기도 합니다. 학교 차원에서 원생에게 교수의 학문 분야를 알게 하고 지도 교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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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원생-학교, 관계의 재구축

Q. 16년 본교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에서 상세한 권리 침해상황을 묻는 질문에 원생들이 ‘사익을 챙긴다’, ‘말하면 졸업을 못 한다’ 등에 답변을 했습니다. 교수와 원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에 대해 원생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교수라고 해서 인격적으로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 받지 않게 하는 제도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원생이 교수에게 불만 사항을 직접 말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말할 때 분위기도 살펴야 하고 테크닉도 필요하죠.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보았을 때 원생과 교수가 서로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생의 권리 침해라는 문제가 대두 되지 않게 교수들이 더욱더 노력한다면 신뢰의 문제는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교수들이 원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 2015년 총장과의 대화 당시에 학교와 교수 사이에 소통 문제를 지적하셨습니다. 교원인사제도 개편, 조교장학제도 축소 등 학교가 통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의장직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소통은 언제나 문제가 되는데 큰 안건보다 실제로 필요한 조그만 안건에서 늘 부족합니다. 학교의 결정 사안이 내려오기만 하고 의견이 올라가는 채널이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학교가 교원과 원생의 의견을 얼마만큼 경청하려고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모르고 지나치는 정보들이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정보가 필요한 교수와 원생들은 모르고, 정보를 올리는 직원들은 아는 정보의 부조화가 생깁니다. 학교 그룹웨어에 모든 것이 있으니 학교는 정보 전달자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요한 정보들은 푸쉬 서비스 등을 이용해서 그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대학원 집단의 주요 구성원인 원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사실 현란한 말, 좋은 말을 할 줄 몰라서 인터뷰를 사양했었습니다. 그러다 경희대에서 보낸 25년 동안 가르치고 연구를 하며 느낀 것들, 내 생활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안다는 즐거움 때문에 지금까지 연구를 해왔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게 가장 즐거우니까요. 대학원에 오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후에 공부를 계속할 수도 있고, 취업을 할 수도 있지요. 길이 다를지라도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취미생활처럼 그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오래 가고 행복합니다. ‘학위만 따면 된다’, ‘취업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평범하면서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담·정리: 지여정|ceravi@khu.ac.kr
사진: 고나혜|konahye93@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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