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호 리뷰: 음악문화공간, <스트라디움>] 음악을 보고, 듣고, 말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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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오전,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운 스트라디움 1층 레벨 1, ‘사운드 갤러리’의 전경이다.

 

모니터의 전원을 껐다. 한 주 내내 글자들과 마주 앉아 있었다. 공부와 일과 관련된 문서를 만들고 메일을 쓰는 동안 수많은 말들이 소리 없이 오고 갔다. 밤을 새우고 취재를 위해 집을 나서기가 무섭게 스마트폰이 울린다. 각종 SNS의 알림 소식과 메시지들이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을 타러 가며 습관적으로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재생버튼을 누르고 눈을 감는다. 어떤 곡이라도 괜찮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으면, 노래의 가사를 곱씹고 있는 순간만큼은, 아무도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대답하지 않아도,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작은 위로를 음악에서 얻는다.
한강진역 1번 출구를 빠져나와 이태원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스피커를 연상케 만드는 검은색 건물, ‘스트라디움’이 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에 와 닿는 일요일 오전의 거리는 평소보다 더 고요하지만, 속이 보이지 않아 용기가 나지 않는 저 두꺼운 문을 밀고 들어서면 곧 온통 음악으로 만들어진 세상과 마주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총 4개의 레벨로 이루어진 스트라디움의 1층은 레벨 1, ‘사운드 갤러리’로 불린다.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내부의 벽은 온통 희다. 그래서인지 높낮이가 다르게 벽에 걸려 있는 여러 개의 검정 헤드폰과 음악에 관한 글들이 더욱 돋보인다. 언뜻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설치 미술품이 떠오르지만 이곳의 청음시설은 마음껏 손을 뻗어 만지고, 보고,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헤드폰 하나를 골라 머리에 쓰고 故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며 벽에 쓰여 있는 글을 읽는다.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노래를 부를 때 돌아와요”, “사랑은 음악을 표현할 수 없지만, 음악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와 같은 말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층 레벨 B는 레벨 1보다 훨씬 개인적인 공간이다. 따뜻한 조명 아래서 비치되어 있던 담요를 덮고 색칠공부를 하며 음악에 빠져 있으면 어느새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이미 정오는 지난 지 오래다. 매표소에서 받은 일정표 상에는 2층과 3층에 위치한 레벨 2, ‘스트라디움 스튜디오’에서 곧 ‘뮤직큐레이션’이 시작할 예정이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작품을 해석해주는 것처럼, 하나의 주제를 정해 음악을 들려주고 해설해주는 이 프로그램에 슬쩍 참여해본다.
토크 콘서트의 사회자처럼 높은 의자에 편하게 걸터앉은 큐레이터는 모차르트의 일대기에 관한 영화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다른 여러 버전의 진혼곡을 들려준다. 클래식은 어렵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음악이 그치자 진행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걸어온다. 학업도, 일도, 개인의 신상에 대한 것도 아닌, 지금 들려오는 음악에 대한 감상이 수줍게 터져 나온다. 음악에 관한 무슨 말을 해도, 혹은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특별한 시간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스트라디움은 11시부터 21시(일요일은 19시)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다. 이용료는 4층 루프탑에 위치한 카페에서 사용가능한 음료 쿠폰을 포함해 만 원이다.  12월에는 ‘레벨 2’에서 ‘STRADEUM LIVE’, 장일범의 ‘오페라타임’, ‘I LOVE JAZZ’ 등의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개별 입장료는 스트라디움 홈페이지(www.stradeum.com)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지혜 | leehey@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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