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호 인터뷰: 김광진 정당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요즘 우리는 가슴 속에 촛불 하나를 품고서 매주 광장을 주시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이 겨울을 잘 이겨내면 다시 봄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에 11월 30일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청년비례대표 1기 출신, 제19대 국회에서 최연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던 김광진 정당인을 만나 현재 시국과 청년 정치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218-1-1

 

현재, 정치와 청년

Q. 비선 실세를 시작으로 하야탄핵까지 유례없이 혼란스러운 시국입니다.

기득권이 청년들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이 “노력해라”, “열심히 해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노력이 부족해서 내 삶이 힘든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됐습니다. 이 지점에서 특히 ‘법 앞에 평등’을 강조하면서도 ‘전관예우’를 만들어 내는 기득권층의 사회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관예우’의 문제점은 ‘걸리면 불법’이라는 사실과 ‘법 앞에 평등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알면서도 암묵적인 인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인식을 빨리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현재의 집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집회는 특정한 사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축 세력이 생기면, 그것에 동의해주고 뜻을 함께하는 제3 부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사안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정치, 경제, 문화, 사회구조 전반에 걸쳐 불평등을 표출하고 그것에 대다수가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상이 특별히 ‘대통령’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분노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관여한 불평등에 관한 문제가 워낙 많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우리도 연관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내 삶의 어려움, 내 삶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던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은 정치인이 광화문으로 향하는 청년의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줍니다.

지난 4월 필리버스터가 <테러방지법>에 관한 이야기였잖아요. 몇 백 시간 동안 떠들고, 집회를 하기도 하고, 광장에서도 시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법은 얼마 전 시행령까지 통과됐습니다. 제가 지금 “테러방지법 수정하자!”라고 외치면 시기를 벗어난 논의라고 하겠죠. 지금도 성주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벌써 150일 가까이 매일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주 칠곡에서 날마다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해당 의원도 현 촛불집회 또한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의미로, 이를 부적절한 시기에, 과도한 표현으로 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이러한 언행에 동의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현재 시국은 위의 문제들과는 결이 다릅니다. 현재 청와대를 지지하는 인원은 일부이며, 어마어마한 여론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여론 전환이 원래의 정치적 프로세스와는 전혀 다르게 초래된 것입니다. 국회는 결론을 내야 하는 집단입니다. 하야를 외쳐도 하야를 할 사람이 아니라면 국회는 탄핵을 하든 뭘 하든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광장의 민심과 전체 국민의 민심이 괴리될 여지가 있었지만 현재의 사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은 광장의 민심을 받아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Q.평화라는 말이 시위의 한계점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평화시위 외에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시위가 시작되면 먼저 대치하는 부분을 경계로 경찰과 시민들이 마주 보고 섭니다. 여기가 접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1차 저지선이라고 하면 그 뒤 2차와 3차 저지선, 그리고 그 끝에 청와대가 있습니다. 일단 1차 저지선에서 경찰과 마주하고 서서 경찰을 상대로 화염병을 던진다면 이 사이에서 얻어지는 것이 있나요? 아마 그동안 ‘집회’하면 누군가 싸우고, 연행되고, 잡혀가고, 경찰과 추격전이 벌어지고, 담장을 넘고, 서로 밀치고 밀쳐지는 것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싸울 때는 청와대는커녕 광화문까지 가기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형식을 빌려서 시위의 문화를 바꾸니까 그러면 ‘청와대 500M 앞까지 가십시오’, 다음 주는 ‘300M까지 가십시오’, 이제 ‘100M 앞까지 가셔도 됩니다’라고 법원이 법에 의거해서 말해주는 겁니다. 사실 “집회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넥타이 부대, 교수진들, 학생, 아주머니들이 시위에 참여하면 세상이 바뀐다”라고 하거든요. 지금이 그렇습니다.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오고, 손녀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시위에 참여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고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이것을 ‘평화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청년비례대표, 정치인 그리고 정당인

Q.지난 5삶을 바꾸는 것은 결국 정치라는 신념을 어깨에 이고 재선을 넘어 대선으로 걸어가겠다는 인상적인 고별인사와 함께 정당인으로 돌아왔습니다.

근황을 물으시면 대한민국 공식 백수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법률적으로 공식 백수는 아닙니다. 단체를 만들어서,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으로 근무 중입니다. 또 강연도 다니고 학교에서 청년들을 만나 그간 제가 느꼈던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혹자는 “순천에 가서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첨언을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당장 스스로의 초석을 닦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 말을 했을 당시에는 ‘열 국회의원보다 좋은 대통령 한명이 낫다’는 생각으로 ‘앞으로 2년 동안은 좋은 대통령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라고 목표를 잡았습니다.

 Q.청년 시절의 김광진을 스스로 설명할 때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10년간 시민운동을 하며 월급도 받아본 적이 없다라고 하셨는데요. 생계와 현실, 꿈 사이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정치라는 것을 크게 보면 국회의원 같은 직업정치인이 있고, YMCA 활동가 같은 생활정치인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지역 시의원에 출마해야겠다는 꿈을 꾼 적도 없고, 직업 정치인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생활정치에는 늘 관심이 있었습니다. 생활정치를 하는 와중에도 직장생활은 하고 있었고, 동아리 활동이나 취미 생활을 하듯 청소년 운동을 하고, 민족연구소 활동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청년비례대표로 정치인이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정치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촛불집회도 생활정치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치는 생활에 가까워야하고, 또 가벼워져야 합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이 능력이 있는, 학벌이 좋은, 돈이 많은, 특정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향유하는 카르텔을 형성해야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 자리 잡혀서 세상을 바꿔 나가면 됩니다.

Q.정치는 가벼워져야한다고 하셨는데요, 민주주의에서 소수의 의견은 묵살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가 각자에 처한 위치에서 저항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가 가까워지고, 그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 쉽게 접근해서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모든 것을 다 풀어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말을 쏟아낼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합니다.사실 민주주의는 불편하고 불편한 제도입니다. 민주주의를 말할 때 언론에서는 ‘효율성이 없고, 결론을 못 낸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민주주의는 효율성을 내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필리버스터처럼 비효율적인 구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을 감내하고 감당하겠다고 하는 지도자를 뽑아내고, 그 사람이 그렇게 정책을 펼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저는 이것이 민주주의 3.0이 나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의 정치참여

Q.청년의 정치 참여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청년과 관련된 법안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단 대한민국 법률의 제목 중에서 ‘청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법률은 <청년고용 촉진에 관한 특별법>뿐입니다. ‘청소년’ 진흥법과 기본법은 있는데, ‘청년’ 기본법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본법이 없으니까 세부적인 법안들도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관련된 법안들은 국회에서 잘 통과되지 않습니다. 일단 ‘당사자 정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중에 20대와 30대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대략 300명 중에 1% 정도의 비율을 차지할 겁니다. 청년의 실제 인구비례는 총인구의 약 35%를 차지하는데 현재 당사자 정치에 기반을 두는 의원 수는 1%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최종적인 정책 결정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Q.각기 각층에서 청년의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정치 참여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청년의 정치 참여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청년의 기준이 29살까지라는 가정 하에, 29살의 국민이 청년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30살이 되었을 때 그 관심을 철회한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일례로 국가에서 법을 제정할 때 국민을 위해서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법은 어느 누군가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법으로 이득을 볼 때 다른 사람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법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히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않을수록 우리가 뜻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강의실에서 사람은 서른 명인데 의자가 스무 개밖에 없으면 우리는 어떻게 스무 개의 의자에 합리적으로 앉을 수 있는지 방법을 논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어떤 방법으로 앉아도 불편하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등록금, 혹은 세금을 냈으니 학교나 교육청에 의자를 더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데도 말입니다. 정치를 모르면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며 “자, 어느 방법이 합리적이죠? 이야기해봅시다”라고 말만 되풀이하는 꼴입니다. 그렇기에 매 순간 자신의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참여해야 합니다. 정치는 단절되지 않습니다. 정치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Q.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법은 헌법입니다. 헌법의 제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입니다. 대한민국의 석학을 꿈꾸는 여러분들께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헌법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헌법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논문을 읽는 시간에 반도 안 걸립니다. 헌법은 공화국의 주인인 주권자의 권리에 대해 선언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 세상은 주권자가 권리를 지키는 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집회장에서 볼 수 있는 슬로건들 속에 공통적으로 숨어있는 뜻은 ‘내가 대의민주주의에 따라 나의 권리를 대통령에게 위임했는데 주권자로서의 나의 권리가 정통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 국정농단에만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우리 주변, 삶의 여러가지 예에서 발현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 받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서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권자로서 그 권리를 알려고 해주세요. 저는 청년들이 ‘정의’가 있는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이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부조리와 불평등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대담·정리 : 이지혜|leehey@khu.ac.kr
사진 :  송영은|lovericki@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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