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호 특강취재: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아시아학교-인도의 과거, 인도의 오늘>] ‘인도’는 ‘인도’다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는 11월 9일부터 12월 7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시 통인동에 위치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2016 가을 인문학교 ‘아시아학교-인도의 과거, 인도의 오늘’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개최한다. 본 강연은 1강 ‘인도는 가난한 오리엔트인가’, 2강 ‘역사와 강을 따라 인더스 문명에서 21세기까지’, 3강 ‘힌두와 카스트는 불변인가’, 4강 ‘간디를 통해 본 인도의 저항운동’, 5강 ‘인도의 민주주의는 왜 역동적인가’로 구성됐다. 이옥순(인도문화연구원장, 연세대학교 연구교수) 강연자는 지난 11월 9일 첫 강의에서 식민지 인도와 사회, 문화, 정치 등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도에 대한 인식을 재조명했다.

▲ 이옥순 강연자가 인도의 사회·문화적 인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옥순 강연자가 인도의 사회 · 문화적 인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도에 대한 편견

문학이론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adie Said)는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동양과 서양 간의 인식론적 구분을 창조하고 확인하는 데 기여한, 서양의 동양에 대한 연구와 서양에 의해 재현되고 지지된 어떤 이념적 관점”이라고 말한다. 즉,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과 편견을 말하며, 서양을 우월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에서는 서구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념으로 이 오리엔탈리즘을 사용했다. 인도를 약 200여 년간 지배한 영국 또한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을 이용했다. 영국은 ‘자(自)’와 ‘타자(他者)’의 개념에서 인도를 열등한 타자로 바라보았다. 그 당시 영국은 인도를 불안정하고 정체되어 있으며 무능력하기 때문에 타자의 도움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다며 인도의 지배를 정당화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전해지고, 전달되어진 많은 정보들을 통해 인도에 대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그것이 마치 그러한 것처럼 굳어져 일종의 신화(神話)로 남겨졌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인도와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리엔탈리즘은 여행가, 선교사, 정치가 등에 의해 전파되었으며 예술, 문화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이 직·간접적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서 동양의 모습은 더럽고 가난한 나라, 약하고 수동적인 나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동양의 부정적인 모습은 마치 서양과 동양을 상하로 구분해 서열을 나누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은 우리에게 의식적 ·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스며들어 있어 어느 순간 우리의 행동, 사고, 감정에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신문, 인터넷, 방송 등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다른 나라를 직 · 간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매체를 통해 다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그렇다면 인도라는 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자료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도의 비좁은 거리, 얇은 옷을 두른 채 거리에 앉아 있는 가난하고 초라한 인도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만 가지고 ‘인도는 이런 나라입니다’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보는 모습은 실제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단편적인 모습이며 일부분일 뿐이다. 강연자는 “결론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비한 동양’이 아닌 실재하는 동양은 동양과 서양, 또는 동양과 동양(우리와 인도) 간의 이해와 상호작용을 방해할 수도 있다. 때로 첫사랑의 환상과 선입견이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가로막지 않던가. 같은 맥락으로, ‘신비한 인도’라는 정형화한 이미지를 부정하고 깨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냉철한 시각으로 인도의 ‘신비하지 않은’ 요소를 좀 더 면밀하고 다양하게 분석하여 내보이는 것이리라.”

-이옥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중에서

다양성의 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식습관, 생활방식 등 100년 전 우리 선조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 여러 다양한 문화와 문명들이 결집되어 있고, 그 속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옥순 강연자는 인도를 ‘샐러드 볼(Salad bowl)’에 비유한다. 샐러드는 사과, 토마토, 양상추, 치즈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각각의 재료는 그 안에 같이 담겨 있지만 그들의 고유한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 인도는 국가라는 큰 그릇 안에서 여러 민족의 종교, 문화가 상호 혼합되어 있다. 인도는 연방제 국가로 29개의 주와 7개의 연방 직할지로 구성되어 있고, 22개의 공용어(헌법이 인정한 지정 언어)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인도는 정치적, 국가적인 문서나 정부 기관 내에서 영어와 힌디어(Hindi)를 사용한다. 강연자는 “많은 인도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주에서 자라 평생을 그곳에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인도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모두 배우지 않아도 된다”며, “이것은 곧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식민지 당시, 영국은 인도를 자신들의 문화에 흡수시키기 위해 영어라는 언어를 가지고 들어왔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인도는 영국에게 200여 년의 지배를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를 지켜냈고, 지금도 여전히 보존하며 전승 중이다. 현재까지도 인도라는 샐러드 볼 안에 ‘힌디어(Hindi)’, ‘벵골어(Bengali)’, ‘텔루구어(Telugu)’, ‘칸나다어(Kannada)’, ‘마라티어(Marathi)’, ‘타밀어(Tamil)’등 각각의 다양한 언어가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생존의 힘

인도는 역사상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던 나라이다. 그 가운데 인도는 다른 나라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버리지 않은 채 공존하는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그대로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결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거나 이를 조정하기도 한다. 종교 또한 그러했다. 영국은 인도를 식민 지배하면서 인도인들에게 강압적으로 종교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이에 인도인들은 영국인들이 전하는 종교를 거부하지 않고 함께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것은 곧 인도인들이 오랫동안 자신이 믿는 신을 섬기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인도인들은 어떤 종교를 가지고, 어떤 신을 믿으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든 그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강연자는 “인도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문명을 지켜가고 있으며, 고유의 특색을 가지고 공존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것이 인도가 가지고 있는 힘이며, 존재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특징은 인도의 사회·문화적 현상에서도 나타난다. 고대 문명의 흔적들은 의상, 종교, 문화 등에서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인도는 수많은 나라와 세력에 억압받으며 살아왔음에도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과 독특성을 잃지 않았다.

인도, 고유의 색(色)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인도를 가난한 나라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현재 인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으며,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세계 3위로 조사됐다. 또한 인도는 수학 ·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라비아 숫자와 숫자 0의 발견은 지금까지도 위대한 발견 중의 하나로 인정받는다. 현재 인구수가 세계 2위인 인도는 인적 · 물적 자원이 풍부하여 오늘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강연자는 인도를 뿌리 깊은 나무에 비유하며 “뿌리 깊은 나무는 설사 지금 흔들리고 부러지더라도 겉모습만 그럴 뿐 다시 살아남아 그 문명을 전승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도의 숨어있는 그림자, 볼 수는 없지만 깊게 뻗어 있는 것들을 보길 바라며, 인도를 오늘날의 잣대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모든 것은 의미가 있으며 각각의 색과 고유한 빛을 가지고 있다. 그 모습들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기에 귀중하며, 그것이 본연의 모습일 때 각자 지니고 있는 빛깔을 더 발할 수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형상들을 잠시 내려놓고,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김예정 | yjeongkim@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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