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호 기획: 소방공무원 국가직 일원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와 국민안전

현재 우리나라의 소방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러한 이원화된 지휘체계로 재난 발생시 대응체계의 한계와 소방공무원의 처우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진전되고 있지는 않다. 본보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일원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 www.newsis.com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요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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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요구를 촉구하고 있다.

소방의 역할 및 소방공무원 현황

소방의 역할하면, 대개의 경우 ‘화재진압’을 우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의 대한민국 소방조직에 주로 해당이 된다. 2014년 기준, 실제 소방 출동 건수 중 단순 화재진압 출동 건수는 약 10% 정도만 차지한다. 재난관리 전체 프로세스를 예방-대비-대응-복구의 4단계로 나눌 때, 현재 우리나라 소방조직은 인적재난, 자연재난, 특수재난을 아우르는 모든 재난 대비 · 대응의 80~90% 이상을 전담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이루어진 정부조직개편으로 소방의 중앙조직은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중앙과 광역자치단체의 이원적 관리 구조인 것은 변함이 없다. 2015년 2월 기준, 전국의 소방공무원 약 42,600명 중 국가직 538명을 제외한 약 4만 2천 명의 소방공무원은 지방직 공무원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의 필요성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 필요성은 재난환경, 소방기능, 지휘체계, 소방재정, 안전 불평등 등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먼저 재난환경의 경우 기후변화 및 기술발전의 영향으로 인하여 재난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사실상 심각하게 저하되고 규모와 복잡성은 증가했다. 단순 화재 사고와는 질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 초고층 건물 화재, 테러, 집중호우 피해,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의 재난 유형이 과거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복합 재난은 일반 재난보다 빈도는 낮지만 대규모의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방재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특징을 보인다.
둘째, 소방기능 또한 달라진 재난환경에 맞추어 변모하였다. 소방은 과거의 단순 화재 진압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초광역 구조, 생활안전, 대형 복합 재난에 대응하는 ‘재난대응 전문기관’으로서의 기능 정체성을 확립했다. 지역적 범위를 초월하여 발생하거나,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강도의 재난을 관리하는 것이 소방기능의 핵심 사무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199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소방사무 중 자치사무의 비중이 63.5%에 달했으나, 현재 자치사무의 비중은 19.3%로 축소됐다. 반면, 국가가 개입하는 사무(국가사무 49.3% 및 국가 · 지방 공동사무 31.4%)는 대략 81%에 육박하고 있다.
셋째, 현행 지휘체계의 경우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와 시 · 도지사 각각의 지휘를 받는 방식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와 시 · 도지사 간 지휘가 상충된다면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여 현장의 소방공무원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이 실제로 작용하여 피해 규모를 키운 사례도 존재한다. 2013년 포항 대형 산불 사고 및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그 예이다(당시는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대신 소방방재청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넷째, 소방재정 또한 2014년 기준 전국 시 · 도 소방예산 약 3조 1,005억 원 중 국비지원은 약 556억 원에 불과하여 국비지원율은 1.8%에 그쳤다. 소방 인력부족 및 장비노후는 심각한수준이며, 현재 규모의 지방재정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타개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참고로 OECD 국가의 경우 소방안전 분야 국비지원율이 평균 73.6%에 이른다. 재난 환경 및소방 기능의 확장과는 괴리된 재정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소방의 현장대응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은 연평균 6명 정도의 소방공무원 순직 사고 발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소방기능 저하 문제와 더불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안전 불평등’의 문제이다. 시 · 도별 재정여건의 편차가 심각하기 때문에 소방안전서비스도 편차가 생기게 된다. 국민의 기본적 안전에 관한 공적 서비스가 개별 국민이 사는 지역에 따라 불평등하게 제공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만약, 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치안서비스를 차등 제공하자는 주장을 펼친다면, 이에 동의할 사람은 전혀 없을 것이다. 소방서비스 또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치안 서비스와 차이가 없다.

국가직 일원화 반대에 대한 반박 논거

먼저, 소방 업무가 기본적으로 중단위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현장 밀착형 업무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방사무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논리는 소방의 업무를 건축물 화재 진압 정도에 국한시켜서 이해할 때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과거에 발생한 대형 복합재난 사례만으로도 충분히 반박이 된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등에서 단순히 지역 소방서의 구급 인력이 5~10분 내에 출동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의 경우 사고 현장과 인접한 울산에서 최대의 소방력이 지원되었어야 했지만 관할 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또, 세월호 참사의 경우 전국의 소방 헬기가 순간적으로 일사불란하게 동원되어야 했으나 그러하지 못했다. 국가직과 지방직이 혼재하고 있는 조직의 한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필요성을 통해 국가직 일원화를 반대하는 것과 미국과 일본의 예를 통해 소방을 지방직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논리적이지 못하다. 더 이상 소방행정의 주요 대상이 지역의 건축물이라기보다는 광역체계를 넘나드는 ‘국민’에 대한 ‘안전’ 개념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소방은 일반적으로 주로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한다. 화재진압 외에도 인명구조, 구급, 생활안전, 특수재난, 의료상담 등 광범위한 기능을 담당하는 한국의 소방과는 적절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 소방조직의화재 출동 건수가 전체 소방 출동 건수의 10%에 불과하다는 점과 나머지 90%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서비스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군다나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개별 주(state)의 크기는 우리나라 전 국토의 몇 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외교 및 국방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자치단체와 미국의 주를 같은 차원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은 재난환경 측면에서는 비논리적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1일 생활권에 속하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소방이 지방직이라는 논리를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의 가치 보호를 근거로 소방의 국가직 일원화를 반대한다는 논거 또한 지방분권은 그 자체로 절대적 목적이 아니라 헌법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수단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분권을 통해 국가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서비스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방행정의 측면에서 봤을 때,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및 지방직 이원화는 오히려 헌법 제34조 6항(“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의 재해 예방 및 국민 보호라는 가치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된다. 지방분권을 근거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를 반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소방의 국가직 일원화로 국민의 생명 · 안전 보장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고자 하는 목적은 중앙 행정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또, 앞서 살펴본 근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일원화 논의는 단순히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 차원의 논의가 아니다.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함으로써 대규모 복합재난에 대한 효과적 관리, 국가사무 및 국가 · 지방 공동사무의 증가에 대한 대응, 지휘체계의 일원화, 소방재정 문제의 해결, ‘안전 불평등’ 문제의 해소 등의 중간 목표 달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스라엘의 소방공무원들은 국가직이고, 또 분단국가인 중국과 대만의 소방공무원들도 국가직이다. 이스라엘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의 직접적 사유는 2010년 발생한 카르멜 대형 산불이었지만, 이스라엘은 사실상 항상 전쟁 상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국토가 휴전선으로 나누어진 상태에서 북한의 테러와 각종 위협에 직면해 있는 우리나라는 당연히 국가 전체 차원에서 소방조직을 관리 및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각종 테러와 전쟁과 같은 위기 발생 시 전국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국가직 소방과 현재와 같은 지방직 소방 중 어느 소방체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으로 보호할 수 있겠는가?

이창원 /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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