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호 기획: 전기요금 누진제] 이슬람국가(IS)와 테러리즘: 국가선포에서 테러네트워크로의 변모

올 여름은 역대급 무더위였다. 7월부터 8월까지 평균기온은 1961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들이 에어컨을 모셔 놓고 마음 편히 틀지 못했던 이유는 매서운 누진제도가 적용된 전기요금 때문일 것이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전기요금 누진율은 11.7배로, 전기를 많이 쓰면 많이 내고 적게 쓰면 적게 내는 구조다. 그러나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한 누진율이 산업용과 상업용보다 높아 불공정하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전기요금 누진제의 배경과 문제점, 현실적 해결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 주택용 전력요금표

▲<표 1> 주택용 전력요금표

▲ 주택용 전력요금제 국제 비교

▲<표 2> 주택용 전력요금제 국제 비교

하늘은 맑으며 기후는 선선하고 쾌적한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되었다. 하지만 몇 달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7월부터 8월까지의 평균기온이 1961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2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에어컨을 모셔다 놓고 마음 편히 틀지 못했거나 마음껏 에어컨을 틀었던 가구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 그 이유는 주택용 전력에 적용되었던 누진요금제 때문일 것이다.

주택용 누진요금제의 도입

누진요금제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소비절약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처음 도입되었다. 국제연료가격이 높거나 수요관리가 절박할 때는 단계와 배수가 높았고, 연료가격이 낮아지거나 수요관리에 여유가 있을 때는 단계와 배수가 낮아졌다. 또한, 누진요금제는 전력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에 매우 낮은 요금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전력사용량이 많은 소비자의 절전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는데, 현재 이렇게까지 국민적 불만을 유발하게 된 이유는 변화하는 전력 사용 여건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가전제품이 대형화되면서 가구당 전력사용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2004년 이후 10년 넘게 사용량 구간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의 현행 주택용 전력 누진요금제는 6단계로 구성되는데 크게 전력사용량 요금과 기본요금으로 구분된다. 6단계 사용량 요금이 709.5원/kWh으로 1단계 사용량 요금인 60.7원 /kWh의 11.7배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의 누진율을 보이고 있 다. 기본요금의 경우 6단계가 12,940원인데 반해 1단계는 410 원으로 누진율이 무려 31.6배이다. 통상 기본요금은 사용량과 무관한, 네트워크에 대한 접속비용을 보전하는 성격으로 부과되므로 사용량에 따라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해외 주택용 전력요금제나 국내 수도요금, 가스요금, 열요금 제도 등에서는 기본요금이 사용량과 무관하게 일정하기 때문이다.

주택용 누진요금제의 문제점

이와 같은 누진요금제 때문에 전기를 평소보다 2배 정도 사용했는데 요금은 4~5배나 되는 요금폭탄의 상황이 올 여름 속출하였다. 이번 하계 한시적 요금 할인 및 부가가치세 등을 무시한다면 40만 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나온 가구의 1kWh당 전기요금은 약 450원이다. 이 값은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요금 107.4원 및 130.5원과 비교해 볼 때 3~4배 수준으로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겨울철 저소득층의 주된 난방원이 전기임을 감안 할 때 누진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저소득층은 온열제품을 마음 놓고 틀지 못하는 등 고통이 커질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더 더운 여름, 더 추운 겨울이 빈번할 것이 예상됨을 감안할 때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 할 수 있는 냉방 및 난방을 위해서라도 지나친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지난 8월 11일 7~9월 3개월간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했으며, 이로 인해 2,200만 가구가 여름철 3개월간 평균 19.4%(연간 5.2%)의 요금 할인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누진요금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고 현재의 11.7배 누진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해 봐야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정말로 어렵다. 결국 국민들이 부담을 줄이려면 안 쓰는 수밖에 없으 므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4,2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수준의 요금을 깎아 주면서도 욕은 욕대로 먹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에 시행된 한시적 요금 인하제는 작년에 시행되었던 한시적 조치(4구간에 대해 3구간 요금 적용)와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요금 감면 방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주택용 누진요금제의 개선 방안

주택용 전기 누진요금제의 개선 방향은 분명하다. 절약 유도 및 소득형평성 제고의 기능을 가진 누진요금제 자체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독일이나 프랑스 등은 누진요금제가 아닌 단일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전기가 풍부하여 외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으며 수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 라는 에너지 빈국으로 전기와 관련해서는 수출도 수입도 불가 능한 섬나라로 누진요금제의 유지를 통해 수요가 급등할 유인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의 6단계를 3 단계로 줄이고 11.7배의 누진율을 2~3배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수준은 누진제를 도입하고 있는 여러 국가의 사례와 유사하며 서울시 수도요금과도 유사하다. 서울시에서는 가뭄으로 인해 1995년 6단계 누진제를 도입했지만 물 사용량이 안정화되면서 현재는 3단계로 완화하였고 누진율은 2.2배에 불과하다.

과거에도 누진요금제를 개편하려는 정부 차원의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번번이 무산되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누진요금제 개편이 부자의 전기요금을 깎아준다는 이른바 ‘부자감세’ 주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에 신생아, 유아, 환자, 노인 등이 있거나 가족 구성원이 많다 보면 부자가 아니더라도 폭염으로 인해 얼마든지 6단계에 진입할 수 있으므로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닌 전기라는 제품 사용에 대한 가격이므로, 부자감세를 이유로 누진요금제 개편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누진요금제를 완화하면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대정전이 발 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누진요금제 개편 반대의 근거였다. 하 지만 전체 전력 수요에서 주택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 과하여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또한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발 생하는 시간은 오후 2~5시인 반면에 주택용 최대전력수요 발 생 시간은 퇴근 후 저녁이므로 전력피크와 주택용 전력피크는 시간대가 서로 다르다. 한편 누진요금제로 인해 1인당 주택용 전력사용량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 이미 국민들 은 전기를 충분히 아껴 쓰고 있다. 반면에 청정연료인 가스를 사용하는 발전소는 급격한 가동률 저하로 적자에 허덕이는 모 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즉 대정전은 기우라 할 수 있다.

누진요금제 완화가 1, 2단계에 있는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 또한 누진요금제 개편 반대의 중요한 논리 였다. 하지만 누진요금제 완화로 1, 2단계에 있는 넉넉한 1~2 인 가구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 문제는 복지 차원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전의 저소득층 요금 할인제도를 좀 더 강화하면서 겨울철에만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와 같은 복지지원제도를 여름철로도 확장하면 된다. 그 재원은 발전용 유연탄 과세 강화로 생기는 추가 세수 등으로 충당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전은 전기를 발전회사로부터 도매가격으로 구입한 후 소매로 판매하는 판매사업자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 및 한전은 전기요금의 원가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또한 전력 도매가격에 연동하여 소매가격을 결정하는 도매가격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물가관리 차원에서 혹은 정치적으로 전기요금의 변동 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어 전기요금은 가격신호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한전은 고유가 상황에서는 대규모 적자로 어려움을 겪으며 저유가 상황에서는 대규모 흑자로 욕을 먹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가스 및 지역난방 요금에는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휘발유/경유 등의 석유제품 가격도 국제 시세가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와 함께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전기요금 원가의 공개와 도매가격 연동제의 도입이다. 이렇게 해야 판매사업자인 한전은 과도한 이익이나 적자를 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전기요금을 가격신호로 받아들여 소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소비자는 부담이 줄어 좋고, 발전사업자는 발전을 늘려 좋고, 한전은 원가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으니 좋아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추워지기 전에 누진제가 개편되길 기대해 본다.

유승훈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작성자: khugnews

이글 공유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