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호 리뷰: 북티크 심야서점] 금요일을 보내는 아주 평범한 방법

 

217-13-1

▲ 새벽 5시 50분, 동이 틀 무렵 심야서점의 내부 모습이다. 찾아온 이들이 모두 떠났어도 심야서점은 여전히 환하다.

 

버거웠던 한 주가 가면 금요일 밤이 남는다. 내일이 토요일이라는 기쁨과 그 다음날은 일요일이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그 어떤 밤보다 길게 남겨두고 싶다. 금요일 밤을 보내는 방법은 많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밀린 예능을 보거나 무엇이든 ‘불금’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가끔씩 그 무엇도 내키지 않는 날이 있다. 소음도 고독도 내 것이 아닌 날, 그런 날이면 마음먹고 집을 나서도 정작 발길 닿을 곳이 없다. 그날도 꼭 그런 기분이었다. 몰아치는 일정을 꾸역꾸역 끝내고서 찾아온 유쾌하지 않은 금요일, 그냥 쉴 수도 없는 기분에 ‘심야서점’으로 향했다.

서교동 부근 번화한 거리를 지나면 한적한 혹은 적막한 거리가 나온다. 그 거리에는 새벽 2시에도 홀로 환한 심야서점이 있다. 새벽이 되면 문을 연다는 일본 만화 속 심야식당처럼 금요일 밤 10시가 되면 문을 여는 서점이 있다. 서점이라지만 책이 많지는 않다. 출입문을 열자마자 작은 카페가 있고, 한쪽 벽에 큐레이터가 골라 놓은 책들과 문학·논픽션·화제의 책들이 채워져 있다. 다른 한편에는 잡지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세계문학전집이 나란히 꽂혀 있다. 그리고 정 가운데 밝은 조명 아래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심야서점의 첫인상은 서점보다는 카페, 24시간 카페 같았다. 가장 푹신해 보이는 구석 의자에 앉아 챙겨온 소설책을 읽었다. 사실 어떤 책을 읽어도 상관없었다. 줄을 쳐가며 두세 번 읽어야 하는 전공책도, 흘리듯 책장을 넘기는 사진첩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 시간에는 왜인지 ‘읽어야지’ 하고 오래도록 묵혀 두었던 두툼한 소설책을 읽고 싶었다. 책을 절반쯤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곳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없었다.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때로는 두꺼운 책커버를 탁 닫는 소리. 듣기 좋은 백색소음만이 가득한 ‘서점’이었다.

새벽이 깊어지면 사장님이 조용히 책상을 두드린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룸에서 주제도 부담도 없는 짧은 북토크를 진행했다. 거기서 A는 알랭드 보통의 『불안』을 소개했다. 자신 때문에 가장 불안하다는 A는 책을 반도 못 읽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모두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A는 오래도록 자리에 앉아 『불안』으로 위로받고 떠났다. A를 보며 새삼 오래도록 책을 읽고 싶었고, 책을 읽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도 밤을 꼬박 새우고서 소설 속 ‘나’와 첫차를 탔다. 책을 위한 금요일이었고 나를 위한 토요일이 왔다. 방문한 곳은 북티크 심야서점 서교점으로 매주 금요일, 토요일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음료를 포함해 만 원이며 새벽 2시에는 아메리카노가 무료로 제공된다.

지여정 | ceravi@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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