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호 리뷰: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관, <이중섭, 백년의 신화>展] 끝없는 사랑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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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부인에게 보낸 편지」, 1954.11월경, 종이에 펜, 채색, 6.5x2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가족을 그리는 화가(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동봉한 그림)」, 1953~54, 종이에 펜, 채색, 26.4x20cm, 개인소장.


“나만의 소중하고 또 소중하고 고귀하고 끝없이 상냥하며 우주에서 유일한 사람 나의 빛, 나의 태양, 나의 사랑 모든 것의 주인, 나만의 천사, 사랑하는 현처 남덕씨, 건강하신가요”

-제3전시실, 5부 ‘편지화’ 中에서

말이 참 곱다. 무척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요즘 세상에 이렇게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 어른’이 아닌, 감수성 풍부한 사춘기 문학소년 같다. 저렇게 솔직하면서 애틋한 표현은 오랜만이라서 낯이 뜨거워진다. 만약 저런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면 간지러워서 다 읽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앞으로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토록 순수한 편지를 써 볼 수나 있을까.
일본에 있는 아내에게 이중섭이 보낸 편지다. 이번 전시에서 실제 편지와 그 내용을 번역한 글들이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7월경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았다. 그리고 해방 후, 한일 국교 단절이 이어졌다. 일본에 갈 수 없게 된 이중섭은 국내 여러 지역을 떠돌며 가족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썼다. 글과 함께 알록달록 조그마한 그림도 그려 보냈다.
사랑스럽고 다정한 말씨의 편지는 한 인간으로서의 이중섭을 상상하게 했다. 연애시절의 아내에게 보냈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림으로만 채워진 엽서화들이 전시된 곳을 지날 때는 그 순수함 앞에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아내에게 쓴 또 다른 편지에서 “예술은 끝없는 사랑의 표현”이라 말했던 이중섭은 적어도 자신의 사랑을 정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는 작품에도 묻어났다. 스스로가 말했듯이, 그는 “정직한 화공”, “민족의 화가”가 되고자 했다. 그의 작품은 서양화풍에 한국적 미학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중섭이라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엿보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로 그였기 때문에 그렇게 살았고, 작품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편지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은, 그의 말씨에 요즘 통찾아볼 수 없는 어떤 것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전시는 이중섭이 거쳐간 ‘시공간’을 따라 전개된다. 상대적으로 작품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부산·제주도 피란시기’, 전쟁 직후 ‘소’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남겼던 ‘통영 시대’, 가족을 그리워하며 수많은 편지와 가족그림을 남긴 ‘서울시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제적 궁핍과 절망 속에서 정신적인 고통에 휩싸였던 ‘대구와 서울(정릉) 시대’의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전시된다.
그 유명한「황소」를 비롯해 대표적인 유화 60여 점, 담배를 싸는 종이에 그린 은지화, 드로잉 등 산발적으로 보존되고 있는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와 함께 첫 개인전 전시 안내문과 방명록 등 관련 기록과 자료들도 볼 수 있다. 본 전시는 오는 10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관에서 개최되며, 입장료는 7,000원이다.

고희영 | khyhy825@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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