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호 책지성: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봄이기를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 ⓒbiophiliccities.org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 ⓒbiophiliccities.org

지난 8월, 우리는 유난히 더운 여름을 보냈다. 연일 열대야가 지속되었고 남부지방의 체감온도는 40도를 웃돌았다. 지금까지 알던 여름과는 달랐다. 이렇게 더운 여름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다음 해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올해와 같은 여름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여름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원래의 여름에 대한 기억은 곧 희미해질 것이다. ‘봄’ 역시 마찬가지다. 본디 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수원은 푸르고, 철새 무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간다. 울새, 산비둘기 등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고, 꿀벌이 윙윙거리며 꽃 사이를 옮겨 다닌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보내는 봄은 그렇지 않다.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의 사이에서 짧게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이제는 희미해져 버린 봄을 위해 쓰인 글이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다. 침묵의 봄은 생태학 서적으로서 린데인, 디엘드린, 헵타클로르 등 생소한 화학물질들을 자주 언급하고,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다룬다. 그렇지만 “지구의 녹색외투”,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이렇게 그녀의 글은 섬세한 단어를 사용하여 “과학이라는 전문분야에 진입장벽을 낮추었고, 과학성과 동시에 문학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봄이 침묵한다 화학물질의 맹점

카슨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생물, 수질, 토양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자들을 이해시킨다. 그리고 살충제가 유전자 변이, 암 등을 유발해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다. 특히 그녀는 살충제를 통한 방제에 대해 화학물질의 맹점을 지적하며, “인간은 이 화학전에서 결코 승리를 거두지 못 한다”고 선언한다.

화학방제가 보장하는 효과는 단기적이다. 단 며칠, 몇 주 밖에 지속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곤충의 세대가 바뀌는 시기가 짧기 때문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세대가 지날수록 진화해 유해물질에 내성을 가진다. 해충이 짧은 시간에 세대를 바꾸어 특정 화학물질에 내성을 가지게 되면, 인간은 점점 더 강력한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화학물질은 먹이사슬을 거칠수록 농축되어 최상위 포식자에게 가장 많은 양이 전달된다. 실례로 7~8ppm의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ce)가 들어 있는 건초를 먹은 소의 우유에는 3ppm이, 이 우유를 농축해 만든 버터에는 65ppm의 DDT가 검출된다. 결국 인간의 세대는 곤충만큼 짧지 않아 내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점점 더 강한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생태계가 생명의 연결망인 아닌 죽음의 연결고리가 되어, 살충제가 살생제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화학물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부 예상할 수 없다. 살충제가 목표대상 해충이 아닌 익충에 작용하기도 하고, 때때로 화학물질은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미국 콜로라도의 폐병기창에서 일절 생산된 적이 없던 제초제 성분 2.4-D가 발견됐다. 폐기된 물질들이 대기·물·햇빛에 의해 화학작용을 하며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주변 가축과 농작물, 인간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곤충뿐만 아니라 우연과의 화학전에서도 이길 수 없다. 물과 공기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이는 어느 곳에서나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슨은 “저녁 식탁 위에 놓인 컵 속의 물”에서조차 이런 우연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유효한 그녀의 질문

『침묵의 봄』은 1962년 발간됐고, 그로부터 약 50여 년이 흘렀다. 책에서 비판하던 비행기로 DDT를 살포하던 시대는 지났고, 지금은 인간이 직접 약물이 든 배낭을 메고 다니며 특정 식물의 뿌리에 살충제를 뿌리는 화학방제가 일반적이다. 소비자들은 제초제와 살충제를 경계하고 무공해 제품, 안전인증 제품을 구입하려고 노력한다. 2016년의 모습은 과거와 사뭇 다르지만, 『침묵의 봄』은 생태학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과학이 빠르게 발전해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그녀의 질문은 여전히 시의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슨은 이성을 가진 인간이 왜 화학방제라는 단기적이고 효과 없는 방법을 선택했는지 의문을 던졌다. 왜 농부들은 연쇄적 피해를 가져오는 살충제를 뿌릴까? 그 답으로 그녀는 농부의 무지가 아닌 정부의 성급함, 기업의 이기심, 학자들의 외면을 지적한다. 화학물질과 같은 전문 분야의 지식은 정보 흐름이 수직적이다. 농부들은 화학약품 제조업체 광고와 정부의 권유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책임지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싹이 안 나는 감자, 모기가 없는 안뜰을 위해 살포한 살충제가 인간의 염색체 이상과 백혈병, 암, 악성종양 등의 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충분히 고려하고, 시민들에게 알렸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1차적 피해자는 순진한 시민들이었다.

또한 카슨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독극물로 취급되던 화학약품들을 마켓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것들이 동식물과 자연에 해롭다는 사실은 살충제, 세척제라는 깨끗한 통에 포장되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는 현대가 1960년대 보다 많이 진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대한민국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청결과 위생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광고되던 살균제가 알고 보니 독이었다. 카슨은 “누구의 저울질이며 권리인가”라며 방제를 결정한 이들에게 ‘도덕적 의문’을 던진다. 즉각적인 반응을 위해 다른 생물에 대한 가해를 묵인하는 우리가 과연 인간으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 있느냐고. 지금 우리도 다시 한번 우리에게 도덕적 의문을 던져야 할 때다. 그 화학물질이 인간에게 얼마나 해로울지 고려해보지 않았는가. 그것을 묵과한 우리는 과연 인간 자격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침묵의 봄』이 울린 경종

카슨은 DDT, 말라티온, 디엘드린 등 수많은 살충제들을 언급하며, 화학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방사능만큼 인간의 삶에 해가 됨을 강조했다. 1956년 당시 그녀는 화학약품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량 증대, 삶의 쾌적함, 효율성 등을 이유로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화학물질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1956년보다 더 나아졌을까?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생각한다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화학물질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없기에 노출이 많아진 지금은 더 살기 어려워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화학물질에 있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흡수량”이나 “합법적 잔류량”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미 DDT가 첨가되지 않은 음식이 없으며, 적절한 정량이 있을지라도 생애 전체를 놓고 본다면 몸에 축적되어 그 합법적인 정량을 넘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슨은 화학방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 한계를 지적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뿐이다. 그녀는 대안으로 수컷의 불임화, 암컷의 소리나 분비물을 이용한 유인제, 초음파, 미생물 살충제, 천적 등 자연 상태에서 착안한 생물학적 방제법을 제시한다. 과학의 발전으로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해 자연의 방화벽이 무너지면서 해충은 손쓸 수 없이 많아졌지만, 카슨은 ‘인간이 만들었기에 인간이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자연에서 답을 얻는다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현대 인간이 화학물질 없는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그녀처럼 자연에서 답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는 이미 침묵의 봄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카슨이 아름답게 서술한 자연풍경이 현대인에게는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이상향일 수도 있다. 화학업체가 약진하던 시기에 이 여성 과학자의 목소리는 미국 전역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제초제 사용을 줄였고 환경운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정부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키고 DDT 사용을 금지했다. 현재 우리는 지구 온난화, 해빙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환경보호를 위한 합의점을 찾고 있다. 곳곳에서 자연의 이상 징후들이 발견되지만 한편으로 멸종위기 동물이 되돌아왔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카슨의 목소리가 모두의 목소리가 되면 언젠가 봄의 침묵이 깨질 것이라 믿어 본다.

 

지여정 | ceravi@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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