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호 기획: 잊혀질 권리] 방통위의 ‘잊혀질 권리’ 논란에 대한 비판적 고찰

지난 3월 25일 방송통신위원회가‘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해 아직 합의되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끊임없이 정체불명의 자료가 축적되고 확산되는 공간으로 한번 축적이 되면, 자신과 직결된 정보라 하더라도 일일이 삭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본보에서는 이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잊혀질 권리’의 개념과 이를 둘러싼 논쟁점에 대해 살펴보는 장을 마련해보았다.

지난 3월 25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잊혀질 권리’의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되었다. 때마침 외신을 통해 프랑스 당국이 인터넷기업 구글에 대해 ‘잊혀질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쟁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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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forgetmekorea.com

‘잊혀질 권리’의 의미와 등장 배경

‘잊혀질 권리’란 개인이 인터넷상에서 자신과 관련된 모든 정보에 대해 삭제 및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런 새로운 권리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도래로 정보의 유통방식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정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정보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필요한 정보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라도 강력한 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누구나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환경의 도래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반대로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 별 생각 없이 인터넷에 올렸던 글이나 사진 또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기사 등 더 이상 공개하고 싶지 않은 개인정보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계속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더 이상 유통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잊혀질 권리’의 등장 배경이다.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공개

‘잊혀질 권리’는 2012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법제화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자, 방통위에서도 2014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방통위는 표현의 자유 및 알권리와의 조화, 기술적·경제적 한계 등에 대한 분석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수행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번에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것이다.

사실 가이드라인이 공개되기 전에는‘잊혀질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거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법제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의 적용범위가 본인이 직접 작성하여 올린 글이나 사진, 영상 등 ‘자기게시물’로 한정되면서 초기의 우려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터넷 게시물 작성자는 다음과 같은 경우 게시판 관리자나 검색사업자에게 자기게시물에 대한 검색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삭제하기 어려울 때, 회원탈퇴 또는 1년 이상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정보가 파기되었을 때, 게시판 관리자의 폐업으로 홈페이지 관리가 안 될 때, 고인의 게시물에 대한 접근배제가 필요할 때, 그리고 게시판 관리자가 게시물 삭제 권한을 주지 않을 때 등이다. 개인이 아닌 법인은 요청할 수 없고,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게시물은 접근배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3자의 게시물에 대한 것은 다른 법률에서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다는 이유로 제외시켰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개인정보의 정정 또는 삭제를 요구할 수 있고, 정보통신망 관련 법률에서는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정보에 대해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개인이 작성한 글을 다른 사람이 퍼갈 경우에는 저작권법을 적용할 수 있고,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법에 따라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신청할 수 있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논쟁점

방통위 가이드라인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가이드라인의 적용범위에 대한 논란이다. 가이드라인에서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는 자기게시물의 공개 또는 삭제는 국내에서 이미 보장되고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속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2005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여러 가지 사유로 행사할 수 없게 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실효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지 ‘잊혀질 권리’의 본격적 도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자기게시물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댓글이 달려 있는 경우에는 작성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댓글을 쓴 사람의 표현자유가 상충할 수 있으므로 보다 신중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게시물과 댓글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게시물과 분리된 댓글은 하나의 독립적인 표현물로서의 가치가 없다. 때문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은 작성자와 댓글 관리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일종의 집단창작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 게시물의 공개 여부에 대한 권리는 게시물 작성자 개인이 아니라 댓글 작성자와 공동으로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검색배제를 원할 때는 다른 공동권리자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표현자유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가이드라인이 검색서비스 사업자들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신청자가 그 게시물을 작성한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게시판 관리자가 아닌 검색서비스 사업자가 이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자기게시물 여부가 확인되면 사업자는 검색배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게시물의 삭제가 아니라 블라인드 처리 또는 검색목록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추후 허위 또는 부당 신청이 드러날 경우 원상회복을 할 수 있게 한 조치이다. 이런 기술적 조치들을 수행해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만으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잊혀질 권리’의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 시작해야

방통위의 가이드라인 공개를 계기로‘잊혀질 권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었지만, 정작 핵심적 쟁점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핵심 쟁점은 ‘잊혀질 권리’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는 ‘잊혀질 권리’의 보호대상이며, 국내에서도 이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제3자가 작성한 게시물에 포함된 개인에 대한 묘사, 서술, 평가, 의견 등과 같은 개인정보의 보호범위에 대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사회활동을 통한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위해서는,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형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인자가 될 수 있는 각종 정보자료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하여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를 최대한 보장할 책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의 맥락은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발생하는 인격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인격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모든 개인정보에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날 인터넷 기술의 변화 및 발전상황을 고려한다면 개인정보의 활용을 전제하지 않는 비즈니스는 존재하기 어렵고, 개인정보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 채 살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가 아니라 정보의 유형과 권리의 성격에 따른 보호가치와 활용가치를 비교 형량하여 적절한 보호범위를 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잊혀질 권리’의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층 더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김 형 일 / 극동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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