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호 인터뷰: 박순찬 작가] 신문만화, 대한민국의 매일을 기록하다.

신문은 매일을 기록한다. 그날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나 분위기를 절묘하게 이야기로 구성하는 것이 신문의 네 컷 만화이다. 촌철살인의 풍자로‘갓도리’라고도 불리는 경향신문의 네 컷 만화 <장도리>는 지난 20년 동안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지난 3월 8일 정동의 한 카페에서‘장도리’의 아버지인 박순찬 작가를 만나 작품과 작품의 소재인 정치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순찬작가

신문만화 <장도리>와 ‘장도리’의 아버지

Q. 1995년부터 <장도리>의 연재를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장도리를 그리게 되었는지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그렸습니다. 대학 시절에 만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극화만화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할 시기에 때마침 경향신문에서 네 컷 만화를 그릴 만화가를 공모 했었죠. 거기에 응모를 했는데 합격을 해서 졸업하자마자 경향신문에 데뷔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는 신문만화는 잠깐만 하고 극화를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계속 신문만화를 그리게 됐어요. 극화만화를 그려야 하겠다는 생각은 아직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신문만화의 제목은 <장도리>인데, 어느 순간부터 장도리를 만화 속에서 찾아보기어렵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자주 나올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네컷 만화도 일종의 짧은 스토리가 있어야 좋은 만화라고 할 수 있어요. 단지 컷을 네 개로 분할해서 나오는 형식보다는 기승전결에 맞게 스토리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대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경제·정치적 정세에 대해서도 전부 다 담을 수 있는 것이 좋은 만화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만화를 매일 그릴 수는 없잖아요. 장도리가 등장한다는 것은 만화적으로 잘 풀어내었다는 것인데, 대부분은 만화적으로 잘 풀어내기가 어려워요. 요즘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심각한 문제를 가진 것이 많기 때문에 짧은 네 컷에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신문만화의 세계, 그 다양한 어려움

 Q.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신문만화, 풍자만화를 그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풍자만화를 그리는 작업의 자세는 이렇습니다. 저는 어떤 비판을 당한 당사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를 추구합니다. 공격을 당한 당사자도 수긍을 할 수 있는 만화가 잘 된 풍자만화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뿐만이 아니라 풍자나 어떤 논객의 공격적인 말도 비판을 당한 당사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하죠. 시대나 사회별로 표현의 형식은 다양하다고 봅니다. 현재 저는 지금의 현실에서 수용이 가능한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 풍자의 방식이 몇 년 후에는 좀 달라지겠죠, 몇 년 후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고. 그렇게 비판과 풍자도 점진적으로 진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비판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진보하는 거죠. 적절하게 시대상황을 파악하고, 대중적인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작가님이 연재를 쉰다고 하거나, 휴가를 간다고 하면 독자들은 ‘비판의 강도가 워낙 세서 잡혀간 것 아니냐’라는 우려를 합니다. 비판의 강도가 센 그림을 그리실 때는 ‘잡혀갈까봐’ 겁나지 않으세요?

신문만화의 특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다양한 독자층이라는것입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보죠. 아버지도 보시고, 어머니도 보시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손자, 며느리까지 다 같은 내용을 읽게 되요.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을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문의 내용을 보고 항의를 하러 오신 분들도 있었어요. 그 당시에 장도리에 전경이 등장했는데, ‘전경에 대한 묘사가 적절치 못하다’고 전경부모모임에서 찾아오셨었습니다. 저는 전혀 생각지도못한 항의를 받은 것이죠. 어떻게 보면 제가 부주의했을 수도 있고, 시대적인 비극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언론 같은 곳에서 그러한 항의를 부추기는 것일 수도 있고, 하여간 복잡합니다. 하지만 제가 적절하게, 아주 문제될 것은 그리지 않아요. 몇몇 분들은 제가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하시는데, 그것도 뭐랄까, 그 부분을 즐기시는 분들도 계시고. 진짜로 걱정하시는 분들은 사실 그렇게 많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Q. 신문만화가와 권력의 관계는 언제나 불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문만화가로서 다섯 번의 정권(김영삼~박근혜)을 지나오셨는데, 제일 그리기 힘들 때가 언제였나요?

정권별로 어떤 때는 어렵고, 어떤 때는 쉽다고 이야기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정권별로 다른 나라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바뀌면서 정책적인 변화, 추구하는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일 뿐이라 결국엔 다 비슷하다고 봅니다. 다만 박근혜 정권으로 들어와서 제가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소재의 다양성이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측면이 있는데, 이를테면 과거에 이미 해결했어야 하는 일을 또 다시 해야 하는 거죠. 진전이 되지 않고 계속 멈춰 있어서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 되는 것입니다. 원래 신문만화라는 것은 독자들에게 내가 보지 못한 사건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여유를 느끼기가 어려워요. 정치, 행정 관련에 있는 사람들이 사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키죠.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일을 벌이고요. 그래서 그런 소재를 가지고 만화를 그릴 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힘듭니다.

인터뷰 사진 뒷면

신문만화의 임무

Q. 예전에는 ‘심의필’이 찍히지 않으면 만화를 볼 수 없는검열도 존재했는데요, 그것은 만화가 가진 힘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가 가진 힘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만화는 근대에 인쇄매체가 개발이 되고 출판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발달했습니다. 그림을 판화로 만들어 다량으로 찍어 배포하면서 시작되었죠. 사람들이 왜 그림을 찍어서 뿌렸는지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고발하기 위함이었죠. 당시 고발하려고 했던 것은 권력을 가진 성직자들, 교황, 왕, 귀족 등입니다. 원래 만화의 시작이 그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허울, 포장을 벗기고 그 인물들의 실체가 이렇다, 우리들의 희생으로 그 인물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만화 자체의 역할입니다. 그것은 신문만화, 잡지만화, 웹툰이든 다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Q. 세월호뿐만 아니라 ‘KAL기 괌 추락 사건’,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사건’,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등 많은 사건사고들을 기록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안전한 사회라는 개념을 상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원시시대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잖아요. 하지만 기억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주 원시시대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일정부분 후퇴하는 경우가 있다고 보거든요.이를테면 우리가 한강대교를 만들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다리는 계속 녹슬어 사라지게 되잖아요. 다리도 계속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 것처럼, 인간이 만든 사회 시스템이라는 것도 계속 유지보수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계속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한 기록은 개개인이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같이 기록해야 하는 사람들이 기록을 해야 하죠. 저는 기록을 해야만 한다는 거창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작업을 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독자들이 <장도리>에게 기대하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인 사회문제, 정치문제 등 부조리한 것들을 장도리가 이야기해줘야 한다고생각합니다. 세월호와 같은 안전사고 문제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독자들의 요구라고 보고 있고, 저는 그 요구에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Q. 이명박 정권에 대해 ‘공정사회가 아닌 공룡사회’, ‘선진국이 아닌 선짓국’등“과연 촌철살인의‘갓도리’다”라고 느낄만한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이명박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나라가 탄생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도 분명이 있다고 봅니다. 그게 결국은 한국 사회의 반영입니다. 장도리에 이명박 前대통령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사실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독자들이 공감을 느끼거나 분노를 느끼는 것은 독자 본인의 내면에 분노하거나 공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도 우리의 모습이고, 박근혜 정부도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인 것이죠.

Q. 현 정권의 보수적인 논리가 빈곤층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의 역할이 참 중요합니다. 언론이 보수 세력의 논리를 전한다고 한다면 다른 매체를 접할 수 없는 계층은 그 보수 세력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박통교’나 미국 찬양 그리고 종북 매카시즘은 분단이라는 상황을 마주한 우리나라에서 보수 세력이 갖고 있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쳇바퀴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는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변혁기, 비상사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어딘가에서 읽었습니다. 변혁은 아마 쓰나미처럼 올 것입니다. 구한말 조선의 경우처럼 말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믿을 것은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스펙을 쌓아 1등 칸으로 가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할 때, 기성세대들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1등 칸으로 가는 방법뿐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기차에서 드론으로 옮겨 타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무엇인가가 개발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기성세대의 방법을 따르다가 회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했을 때는 그 후회가 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대담·정리: 송영은 | lovericki@khu.ac.kr
사 진: 박운호 | whpark@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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