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호 인터뷰: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기후변화와 우리 삶의 변화

안병옥 소장은 생태학을 전공하고 생태전문가로 환경운동을 하다가, 2009년 민간연구소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창립을 주도했다. 기후변화 관련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소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더욱 분주하다. 기후변화 문제는 환경과 과학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들과 얽혀있다. 이에 지난 2월 19일,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기후변화와 그에 대처할 우리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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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기후변화

Q. 이번 겨울, 서울이 체감온도 영하 25도로 15년만의 강추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례적인 대설·강풍특보로 제주도는 공항이 마비되는 등 굉장히 혼란스러웠는데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이번의 강추위처럼 과거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준재난적 상황을 기후변화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기후 문제를 기후변화라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과학적인 입장에서, 개별적으로 특정시기에 발생하는 이상기후현상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극한 기후현상의 경우는 기후변화로서 과학적 설명이 가능합니다. 기후변화는 스펙터클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놓치기 쉽습니다. 장기적인 관찰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점진적 변화를 기후변화로 해석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사과는 대구가 주산지였지만 지금은 강원도 인제에서도 무리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를 겪고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Q. 기후변화의 심각성이라고 하면 다소 막연한데요. 보다 실감할 수 있는 예를 부탁드립니다.

경제적으로는 미래에 식량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식량생산량 저하가 장기 실업 등의 문제와 결합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난민발생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은 학술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어요.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지구의 평균기온입니다. 매일 인간의 활동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내뿜어지는 열에너지의 양이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의 40만 배입니다. 그럼에도 그 영향이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인 것은 바다가 대기 중에 존재하는 열에너지의 90% 이상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바다 수온이 올라가는 거죠.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바다의 흡수량이 포화되어 열에너지나 탄소를 다시 배출하는 식으로 변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상승폭을 섭씨 2도보다 훨씬 작게 유지하고, 특히 1.5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이유입니다. 2도 이상 올라가면 인간의 노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Q. 지난해 12월 15일, 파리에서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는데요. 이번 협약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역사상 처음으로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되어 있는 196개 당사국 모두가 합의를 했습니다. 과거에는 원칙적합의에 가까웠어요. 중국과 인도 등 배출량이 많은 개발도상국이 감축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든 국가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은 협정이 마련된 것이죠. 두 번째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신호로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화석연료시대에서 재생에너지시대로 넘어가는 인류의 문명사적 전환을 스스로 분명하게 확인한 것이죠.

과거에는 ‘화석연료가 언제 고갈되느냐’에 대한 것이 주된 논의였다면, 지금은 화석연료가 많이 남아있다고 해도 남아있는 것의 80%는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으로 대체되어야 하나’가 문제인데 선택지가 많지 않아요. 현재로선 원자력 아니면 재생에너지입니다. 하지만 원자력은 누구도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원자력이 가지고 있는 사고 위험, 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측면, 핵폐기물 등의 문제 때문입니다. 이번 파리회의에서 NGO, 각국 정부대표, 기업의 CEO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이 ‘100% 재생에너지’였습니다.

Q.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소규모로 나타나고 있고 그 비중이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입니다. ‘100%재생에너지’, 가능할까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비용이 비교적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값싼 원자력과 석탄 화력에너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재생에너지는 초기 비용이 아주 많이 들지만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금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용이 석탄 화력이나 원자력에너지 비용과 대등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있어요. 유럽에서는 마을 단위로 100%를 달성한 곳도 있습니다. 독일은 이미 전체 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7%가 넘었습니다. 실현 가능하다는 거죠.
재생에너지의 경우 기술과 비용 등에 국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재생에너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에너지신산업 육성 등 관련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원전중심정책부터 버리는 것이 필요하죠. 또한 해외 원자력·화력발전소 수출 사업에 많은 기업이 얽혀있는데, 이제는 기업에서도 미래지향적으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수익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점점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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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와 에너지 분산

Q. 기후변화 대응 중 하나로 도시 차원의 에너지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전력을 많이 쓰지 않는 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고, 송전선로로 가져다 쓰는 것이 그동안의 중앙 집중형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도시는 에너지에 대한 책임이 큽니다. 도시는 인구가 밀집되어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합니다. 또한 생산된 에너지의 주사용자는 생산지역 주민들이 아닌 도시민들이죠.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지불되어야 합니다. 밀양 송전탑의 사회적 갈등, 서해안에 밀집된 화력발전소에서 비롯되는 주민들의 높은 암·기관지염 발생률 등에 대한 것입니다. 따라서 도시는 가능한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가 ‘지역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원전이 없지만, 그 위험성이 원전 입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재생에너지 생산,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절약 실천의 방식으로 원전 1개가 생산하는 에너지양을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성과로 목표치를 달성했고 2단계로 원전 2개의 양을 줄이 자는 발전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 단위로 주도하니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었고, 이후 경기도에서도 ‘에너지비전 2030’정책을 발표하면서 원전 7개를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소규모 전력의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개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한 에너지 분산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재생에너지로 인해 일부만이라도 개인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들이 조금씩 갖춰져 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것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이 생산한 에너지가 남는 경우 사고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누구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거죠. 모든 국민들이 에너지생산 주체가 되는 것을 ‘에너지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소비하기만 했잖아요. 그래서 에너지 정책에 대해 알 수 없고, 알아도 구체적으로 지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민들이 각자의 재생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 보다 수평적 권리를 통해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또한 생산자로서 내가 사는 도시에서의 에너지 책임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향에서는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개인들이 에너지를 사고파는 시대가 오면 그 안에서 양극화가 나타날 위험이 있습니다. 에너지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누구나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쓸 권리가 있죠. 때문에 돈이 없어 전기·가스요금을 낼 수 없는 ‘에너지빈곤층’을 위해 ‘에너지 복지’가 필요합니다. 복지가 강화되면서 가야 하는 정책이죠.

기후변화와 에너지 그리고 삶

Q. 국가차원에서 도시로, 더 나아가 시민으로 에너지 주도권이 분산되고 있는데요. 그에 따라 에너지에 대해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인의 인식변화 역시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변화를 이끌어내는 부분에서 어떤 전환이 필요할까요?

앞으로는 더 분산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사람들 삶이 바뀌어야 하는 거니까, 우리의 의식주 속 에너지의 현명한 사용에 대해 고민해야 하죠. 기후변화와 에너지관련 논의에 딱딱하고 복잡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문화적 접근도 중요합니다.
또한 기후변화는 경제·사회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폭넓은 의제이기 때문에 다른 문제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일상에서 체감하는 사회문제들 속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대두되면 막연하게 느껴지는데요. 이들을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로 보면 어렵습니다. 일자리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같이 보았을 때, 독일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38만 개의 일자리가 늘었습니다. 원자력에너지가 늘린 일자리는 5만 개 정도뿐이었죠. 기후변화를 사회의 여러 부분과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민간연구소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지요?

정부 정책과 시민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기후과학의 성과를 토대로 시작되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또한 주로 기업 소속 연구소에서 녹색성장 관련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그런 분석조차도 기업에 관련된 기관에서만 나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기업연구소들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그대로 가질 수는 없겠지만, 시민사회에서 시민들의 입장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려고 합니다. 파리회의 이후 국제 시민사회에는 100% 재생에너지 캠페인이 굉장히 확산되어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들과 함께 고민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발굴·제시하는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Q. 끝으로, 학문에 정진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하고 있는 학문이 사회에서 어떤 쓰임새가 있을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30년이 조금 넘었네요. 저는 대학원생일때 처음 환경문제를 접하고 평생 씨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하는 학문이 우리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만약에 해양학과에서 생태학을 공부하지 않았으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또 한 가지, 교내에서의 셔틀버스 사용이나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대학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대학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자동차가 점령하고 있는 면적이 엄청납니다. 어떤 이들은 땅 한 평도 없는데 말이죠. 자동차를 필요한 곳에 쓰고 있는지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대담·정리 : 고희영 | khyhy825@khu.ac.kr
사 진 : 김예정 | yjeongkim@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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