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호 인터뷰: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통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열린 미래

구갑우 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10년부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통일교육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현대 북한학 강의』, 『비핵개방 3000 구상』, 『비판적 평화연구와 한반도』등 북한과 한반도 평화 관련 저서를 펴냈고, 현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의 기획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여러 북한과 통일 관련 연구에서 드러나는 그의 생각은 다소 현실적이고 비판적이다. 그동안‘언젠가는 꼭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알려진 통일에 대해 지난 10월 12 일, 북한대학원대학교를 방문해 구갑우 교수와‘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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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정치학, 통일

Q.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남북관계와 통일에 특별히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으십니까?

사회과학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인류보편적인 어떤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일반 사회과학의 목적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학문 분과라고 한다면, 한반도 문제를 도외시하고는 사회과학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 구체적으로는 분단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인문학, 사회학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한반도, 좁게는 한국의 현실에 기반을 둔 인문사회과학을 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분단’으로 표현되는 문제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Q.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통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분단에 대한 제 견해는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가 유일분단국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북아일랜드와 남아일랜드로 구분된 아일랜드는‘분단’대신‘사회적 장벽’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키프로스도 현재 남북으로 나눠져 있는 형태죠. 이처럼 여러 국제적인 사례들을 볼 때, 오히려 분단이라는 말을‘한반도에만 국한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나누어져 있지만 과거의 행정적 단일체를 지향하는 형태를 분단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이처럼 분단의‘보편성’을 강조한다면 분단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게 됩니다. 한반도의 경우 큰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분단이 특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분단이 세계 각지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정치학, 통일

Q. 지난 8월 북한 목함지뢰 사건으로 인해 한때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담긴 의도는 무엇일까요?

일단 한반도가 정전체제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전은 전쟁이 중단된 상태를 말합니다. 정전협정 이후 다른 협정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관계는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도발이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죠. 한반도 분단사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목함지뢰 도발사건도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겠죠. 결국,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목함지뢰 도발사건 이전에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요. 이러한 군사도발이 남북관계사, 북미관계사, 혹은 남북미관계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Q. 통일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통일대박론”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국민의 비율은 지 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목표와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추상적인 통일정책,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건지 궁금합니다.

‘통일대박론’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대박’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영어로 표기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 ‘잭팟(jackpot)’이라고 하면 마치 카지노에서 운 좋게 돈이 떨어지는 느낌이구요. 최근에는‘보난자(bonanza)’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보난자는 노다지라는 뜻인데, 생각해보면 통일대박론은 일단 통일이 되면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종의 비약이자 단계를 결여한 담론인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통일의 주체와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죠. ‘누가 어떻게 통일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없이, ‘통일이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정이 결여된 통일론으로 보입니다. ‘통일대박론’이 현 정권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과연 통일을 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국내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담론으로 사용했던 건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북한의 독재체제가 붕괴될 경우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국가의 붕괴를 몇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정권의 붕괴는 전체 국가시스템의 붕괴와는 구분됩니다. 정권의 붕괴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서 개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죠. 다만 정권 붕괴가 인도적 재난을 야기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개입할 명분이 생깁니다. 그러나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군사적 개입을 했을 때 오히려 인도적 재난이 더 심화될 수도 있거든요. 경험적으로 볼 때, 인도적 목적에 의한 개입이 오히려 인도적 위기를 더 심화시킨 경우가 많이 있죠. 이라크도 그렇고,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그렇고, IS 문제도 마찬가지지 않나요? 결국 북한의 경우에는 평화적 방법에 의한 정권교체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 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북한 주민의 결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붕괴가 반드시 한반도의 통일을 가져온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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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열린 미래

Q. 통일시대를 위해선 통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합당 한 정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통일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고해야 하나요? (웃음) 아일랜드에서도 통일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남아일랜드 헌법 2조에 보면“아일랜드 공화국의 영토는 아일랜드 섬과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돼있거든요. 그러니까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토권을 자기 스스로 선언한 겁니다. 우리도 지금 북한이 우리 영토라고 선언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일랜드 헌법 3조는“관할권은 미치지 않는다”라고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범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보다‘평화’에 대한 제고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남북이 평화공존의 길을 갈 수 있다면, 통일의 길은 일종의 열린 미래로 남아 있을 겁니다.

Q. 통일과 관련된 국민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국민의 비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 혹자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통일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통일교육의 현황과 방향이 궁금합니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길’, ‘통일의 길’,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의 선택은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우선 통일을 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치르는 분단비용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그 비용은 개인의 삶에서 국가가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적인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문화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통일과 관련된 교육에서도 큰 논쟁들이 있죠. 통일교육을 할 것인가, 평화교육을 할 것인가. 비슷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향하는 바는 서로 다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어떻게 평화문화를 만들 것인가’도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공론화를 시켜서 현행의 통일교육, 평화교육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 동북아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

Q. 통일이 된다면, 한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그리고 한국을 둘러싼 국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 내외인데, 통일이 된다면 한반도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임은 자명합니다. 이 때문에 주변 국가들이 한반도 통일을 경계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이 통일할 당시에도 주변 유럽 국가들이 우려를 표명했었습니다. 독일은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켰던 국가잖아요. 독일 통일이 민족주의나 군국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프랑스, 영국, 소련이 모두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통일에 동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독일이 유럽연합이라는 틀 속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자적 협력체제 안에 들어가 있을 때 그 국가가 민족주의나 군국주의로 가기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거든요. 동북아와 동아시아에는 아직 체계적인 협력체계가 없습니다. 한중일 사무국은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한 성과이긴 하지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나 중국의 군사비 증액과 같은 동북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군사적 긴장을 제어할 수 있는 동북아 차원의 다자협력기구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저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질 때 협력기구를 동반하지 않으면 주변국가로서는 한반도 통일을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Q.  끝으로 학문에 정진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제가 원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학문후속세대를 만들어내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신자유주의적 광풍이 가장 심하게 몰아치는 곳 중 하나가 대학원입니다. 공부가 반드시 취업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공부와 취업이 결합되어야 학문의 원활한 재생산이 가능합니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대해 현재의 대학원 구조와 취업 구조는‘학문을 재생산을 해낼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답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문제와 같이 현실에 기반을 둔 주제들이 과연 연구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연구가 조금 더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보편적인 것은 문제의 근본에 접근할 때에만 비로소 획득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비켜가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현재의 대학원생들에게 이러한 문제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 문제를 다루는 고민들이 조금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담·정리 : 황정환│delijh@khu.ac.kr
사 진 : 박혜영│hy000p@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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