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호 사설] ‘인분교수’ 사건이 주는 갑갑함

최근 충격적인 사건이 드러났다. 모 대학의 한 교수가 2년여 동안 한 대학원생 제자에게 감금, 폭행, 가혹행위 등을 가한 것이다. 교수의 행각은 엽기적이었다. 대학원생에게 인분을 먹으라고 수차례 강요했고, 피해자의 얼굴을 봉지로 가린 채 호신용 최루가스를 살포하기도 하는 등 인간 이하의 행동을 보였다. 이 사건의 전말은‘인분교수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가해자의 엽기적인 행태에 경악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대학사회의 폐쇄성과 교수-대학원생의 관계 등으로 인한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 드러났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최근 일부 교수의 성추행, 횡령 등의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대학원생의 처우 및 인권 문제가 대두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사건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해석도 있다. 학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기에는 가해자의 난행이 너무나 엽기적이고 잔혹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을 범죄심리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 접근법은 가해자가 가학행위를 하며 느꼈을 감정에 대해 해석하고, 건장한 피해자가‘학습된 무기력 상태’로 인해 당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더 나아가‘사회의 집단적 비겁’이라는 총체적인 결론을 내기도 한다. 교수 비리와 악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권력을 허한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나 다양하고 복합적인 해석은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느끼는 분노가 더 크고, 복합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분노로 그치지 않고 갑갑함이 느껴진다. 특히 학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때 그렇다. 이 사건을 학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쯤으로 치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원인이 무엇인지의 대강은 파악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작년에 <대학원생 연구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를 실시하여 결과를 발표했으며, 크고 작은 사건이 생길 때마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그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처방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고질적인 병폐는 더욱‘고질적’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갑갑하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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