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호 기획: 가석방제도] 가석방제도의 이념과 실태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개전(改悛)의 정(情)이 현저한 때에 형기 만료 전 조건부로 석방하는 제도”다. 이는 형 집행기간의 단축을 통해 수형자의 사회 복귀를 용이하게 하고,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촉진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지난 8월,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과 가석방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본보는 가석방제도는 무엇이고, 한국사회의 가석방제도 운용 현황 및 방향, 전망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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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은 형기가 확정되어 징역이나 금고를 집행 받고 있는 수형자에 대하여 수용생활 중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改悛)의 정이 현저한 때에 무기징역·금고형의 경우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집행하였다면 잔형기(殘刑期)의 집행을 면하게 해주는 제도이다. 법관은 범죄자가 자행한 불법의 크기에 비례하게 형을 선고한다. 다만, 범행 시 책임능력이나 죄의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자유의지가 충분히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법은 주취상태에서 범행한 사람도 벌하는데 주취상태에 빠진 것도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죗값은 불법에 상응한다. 이 중에서 징역과 금고는 자유를 박탈하는 형이다.

자유를 박탈한다고 하지만 고대나 중세에서처럼 족쇄나 차꼬를 부착하여 수형자를 일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정도로 자유를 박탈하지는 않는다. 시설 내에서 규율에 따라 생활하고 만기가 될 때까지 사회로 돌아가게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자유의 박탈이다.

가석방의 근거

법관에 의하여 확정된 죗값을 어떻게 해서 감경(減輕)해 줄 수 있는가. 일정한 크기의 죄가 역사적으로 존재하였고, 재판에서 확인되었는데 어떻게 사후에 이를 줄여주거나 가볍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러한 논쟁의 배후에 서구에서 논란을 벌였던 형벌론, 즉 형벌의 목적론이 있다. 이것은 어떠한 사람도 죄를 저지른 후,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범행 시와 비교해서 달라졌다면 선고된 죗값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범행의 무게는 엄중하며 누구라도 이를 경미하게 해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 집행의 과정에서 스스로 변화해 재판을 받을 때와 비교하여 훨씬 더 준법의식을 심화하였고, 사회에 복귀하여 범죄 없이 살아갈 의지를 다졌다면 애초의 형기를 끝까지 유지할 필요가 없다.

형벌이 죄의 책임을 감당할 만한 사람에게 죗값을 묻는 것이라면 가석방을 인정하기 어렵다. 죗값을 전적으로 범죄자에게만 지울 수 없고, 범죄자를 둘러싼 가정이나 이웃, 사회 전체도 함께 그 짐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범죄자가 형 집행 중 가정, 이웃, 사회 전체에 대해서 과거(범행 시)와는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면 형기를 단축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석방의 실제 운용

우리나라도 매월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연다. 2011년 7,574명, 2012년 6,996명, 2013년 6,903명이 심사를 받았고, 이 중 가석방이 허가된 사람은 7,065명, 6,444명, 6,148명이고, 허가율이 90%를 넘는다.

살인범, 강도범, 성폭력사범, 청부폭력사범, 20억 원 이상 손해를 끼치고 변제치 아니한 경제사범, 출소 후 1년 이내 재범자, 가석방 후 3년 이내 재범자, 수용생활 중 범죄행위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자, 가석방 기준일로부터 1년 이내 규율위반으로 징벌처분을 받은 자, 조직폭력범 및 범죄단체조직사범, 마약류사범, 13세 미만 아동 및 친족성폭력범, 가정파괴범, 미성년자 약취·유인 또는 인신매매 등 일체의 유괴매매사범, 사형에서 무기징역 및 유기형으로 감형된 사람에 대한 가석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전과가 많은 수형자들은 불리하다. 특히 가석방은 10년 이상의 형기를 남긴 장기수형자에게는 희망의 표지이다. 장기수형자들은 대부분 흉악범들이다. 그래도 1년에 5회 장기수를 포함하여 심사하는데 10년 이상의 형기를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가석방된 사람은 2011년 213명, 2012년 161명, 2013년 164명이었다. 가석방심사위원회 및 법무부에서는 가석방심사 대상자의 형 집행률을 낮추려고 한다.

형기의 80% 이상에서 90% 이하인 사람들이 2011년 65.9%, 2012년 61.4%, 2013년 61.6%에 달하였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형기의 80%까지 채워야만 가석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80%가 되지 않고 가석방된 사람들의 비율이 아주 낮다. 2011년 10.7%, 2012년 8.5%, 2013년 7.6%에 불과하다. 형기종료출소 및 가석방출소자를 합한 수치에서 가석방자의 비율은 2011년 30%, 2012년 29%, 2013년 27%이다.

가석방에 대한 평가와 전망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엄격하게 가석방제도를 운용하는 편이다. 자연히 가석방된 후 교도소에 다시 오는 재복역률은 외국에 비교하면 아주 낮다. 조사일로부터 4년 이내에 가석방된 사람들을 기준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2011년 기준, 2007년 이후 가석방된 사람들 중 8.8%가 재복역하였고, 2012년 기준 재복역률은 11.6%, 2013년 11.5%였다. 당연히 전과 3, 4범의 사람들의 재복역률은 아주 높아서 각 30%, 40%를 상회하였다. 형기 6개월·1년 미만의 수형자의 경우 재복역률은 이전에 비하여 다소 높아졌지만 형기 5년 이상의 가석방 대상자 재복역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석방제도는 가석방심사위원회를 거치고 있지만 종국적으로 법무부장관의 처분에 의하도록 한다. 또한 개별 교도소 소장의 재량판단이 허용되지 않고 법무부 기준이 시달되면 각 소별로 할당된 인원을 처우 성적순으로 배정하여 법무부에 상신한다. 이러한 명단을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장관의 허가를 거쳐서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가석방제도는 잔형기가 매우 짧다는 점(형의 80% 정도를 채워야 한다는 의미), 개별심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판사와 변호사가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행정처분으로 임하고 있는 점, 가석방된 사람을 대상으로 보호관찰이 실시되지만 내용이 철저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독자적인 형사정책 수단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선진국을 보면 범죄자에 대한 형의 선고와 집행 시 엄격한 절차에 의하여 유죄선고를 하고 형 집행 단계에서는 철저히 사회복지 차원으로 접근한다. 범죄를 범하였기에 속죄(Redemption)를 해야 하지만 그 속죄는 관용의 원리로 상당한 정도 완화하여 이루어지도록 한다.

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다름 아닌 우리의 자녀, 우리의 이웃,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식을 토대로 한다. 형기의 극히 일부, 예를 들어 20∼30%만 집행하고 가석방한 후 보호관찰을 보다 내실 있게 시행하는 방향을 취한다. 범죄자에게 한 번 더 사회 속에서 자아를 찾고 다른 사람의 존중을 받는 삶을 살도록 기회를 준다.

현대 가석방제도가 이렇게 확대 실시된 데에는 서구의 교도소 만원 사태, 교도소가 제구실을 도무지 못했다는 비판, 차라리 위험(조기에 출소하는 사람들)을 관리하면서 사회를 이끌고 가 보자는 성찰 등이 깔려있다. 우리의 가석방은 자유형의 집행과정에서 최소한의 변형과 다양성을 시도하는 단계이다. 가석방제도를 둘러싼 쟁점 중 대상자의 최소 형 집행기간을 현행 3분의 1에서 더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기상조로 본다. ‘3분의 1’이라는 요건도 제대로 운용되고 있지 못한데 법률만 더 낮추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한 가석방 결정을 법관이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법관이 얼마나 개별 수형자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돌아간다. 형기의 결정은 오직 법관만 할 수 있다고 하는 형식 논리인데, 지난 60년간 행정부의 가석방운용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결국 시설에 수용하는 자유형의 집행을 가급적 축소하고, 자유가 만끽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범죄자에게도 과감하게 자유의 조기회복의 혜택을 주어 보자는 것이다. 물론 범죄자에 대한 일상적 두려움, 사회의 삶이 척박하고 여유가 없어서 타인, 특히 남에게 피해를 입힌 범죄자와 같은 사람에게 동정을 베풀 여유가 없다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범죄 피해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피해자 여러분, 우리들은 여러분의 아픔을 결코 잊지 않습니다. 그러나 복수와 응징과 증오를 통하여 여러분이 평화를 회복하지는 못합니다.” 가석방 대상자들에게는 “여러분, 여러분에게 더 이상 죗값을 묻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러분을 믿고 함께 살아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 변화하실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가석방과 비슷한 사면은 고대로부터 국왕이 신의 권위를 대리하면서 부족하고 죄 많은 인간이 운용하는 사법제도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인간의 심판을 근본적으로 취소하는 제도이다. 우리는 죄를 지은 사람들에 대해 잊게 된다. 망각의 은총이다. 사법제도는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인간사회가 신 앞에서 회개하는 의미로 사면을 행한다. 사면에 대해서도 절차와 기준이 있어야 하고, 어떤 범죄자들에 대한 사면은 안 된다고 논란을 벌인다. 인간세상에서 신만이 할 수 있는 용서를 흉내라도 내보는 것은 의미 있으며, 국가원수의 사면권 행사를 너그럽게 볼 필요가 있다.

조 준 현 /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가석방제도는 지금보다 확대돼야 할까? 이에 대해 사회 각층에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yklawyer.tistory.com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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