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호 기획: 보육] 보육정책의 추진과 앞으로의 방향

최근 무상보육의 재정위기와 연이은 보육시설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보육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보육은 생산인구 확보와 직결되며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만족할만한 정책을 키우지 못해왔다. 이에 본보는 지금이야말로 보육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쓰고 경로변경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때라는 판단 하에, 한국 보육정책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207-03-1-1

  보육정책의 추진

정부가 법적 근거를 두고 보육사업을 시작한지는 1961년부터이나 현재와 같은 형태의 보육사업은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이후부터 시작됐다. 1961년에는 아동복리법에 의거한 탁아사업으로 보육사업을 추진하였고 1982년에는 유아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탁아시설과 유치원을 새마을 유아원으로 통합하여 보호와 탁아를 동시에 담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새마을 유아원이 당초에 기대하였던 성과를 이루지 못함에 따라 1989년에 잠시 다시 아동복지법에 의거한 탁아사업을 실시하다가 바로 1991년 영유아보육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으로 보육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초기 보육사업은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와 가족구조의 핵가족화로 증가하는 보육수요에 대응하여 보육시설을 확충해서 아동의 건전한 보육과 보호자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지원하여 가정복지의 증진을 도모한다는 데 목적을 두었다. 비용지원이나 국공립어린이집 입소는 저소득층으로 제한하였다. 이후 여성의 취업 지원 이외에 아동권리 보장과 더불어 인적자원 조기 투자 효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보육이 필요한 모든 아동에게 보육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증대되었다.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고자 1990년대 후반에 “보육 3개년 확충사업”을 추진하여 보육시설을 크게 늘렸다. 2000년 이후에는 보육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설 보육시설이 질적 수준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정부는 평가인증제도 등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 모색과 제도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울러 급격하게 낮아진 출산력 대책의 일환으로 일?가정 양립 지원이 보육정책의 중요한 배경이 됨에 따라 부모의 보육비용 부담 경감에 정책적 중심이 두어졌다. 2003년까지 저소득 가구 자녀에 한정되었던 보육?유아교육 비용 지원은 급속한 속도로 지원 대상과 수준이 확대되었고, 2013년에 영유아 전계층 무상보육?무상교육이 실시되기에 이르렀다. 1999년부터 선별적으로 실시한 취학 전 1년인 만5세아 무상보육?교육은 2012년 누리과정 도입과 더불어 5세 전체로 확대되었고, 이듬해인 2013년에 3, 4세 아동에게도 적용되었다. 비용 지원 확대 정책이 힘입어 영아의 65% 내외, 유아의 90% 이상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고, 부모들의 기관 이용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들었다. 영유아 보육·교육 지원 재정 규모는 14조 규모로, GDP 대비 1%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무상보육교육의 실시는 ‘국가 책임 강화’의 의미가 있으나 보육수요 증가, 세수 부족 등으로 늘어난 재정 부담은 중앙, 지방정부 및 지방교육청 간에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보육정책의 과제와 정책방향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이용 비용 지원 중심의 자녀 양육 지원정책은 여러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으나 본 원고에서는 양육 지원이나 시설서비스의 다양성, 재정투자의 효과성, 질적 수준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우선 다양성 차원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 대한 지원 정책이 시설 중심이고, 어린이집 보육서비스는 12시간 종일제로 획일화되어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서비스 이용 비용 지원과 더불어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 지원과 육아휴직 등 시간 지원을 함께 추진한다. 시설서비스도 그 유형이나 이용시간 구성이 다양하다. 그러나 우리는 종일제 보육서비스를 이용하여야 국가 지원을 받게 되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는 영아 어머니의 취업률에 비하여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국가가 되었다. 2009년 9월부터 어린이집을 대체하여 가정양육을 선택하는 부모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시설 이용 비용 지원이 주된 부모지원정책이다. 특히 영아기는 감정기능을 담당하는 중뇌가 일생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로 주 양육자와 안정적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인데 시설보육이 가정양육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볼 근거는 미약하다. 부모의 선택을 존중하여 부모가 선택하는 방법으로 자녀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부모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국가의 기본 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 부모의 근로 여부와 육아휴직 등 대안적 지원제도 이용 여부에 따라 보육지원 시간을 차등화하여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보육서비스를 희망하는 부모에게는 다양한 유형과 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정양육을 선호하는 부모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양육수당과 더불어 일시보육이나 부모-자녀 활동 프로그램 기회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런데 양육수당은 어머니 경제활동 참여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고, 또한 보육이 필요한 취약계층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으므로 지원 수준 결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보육에 대한 재정투자 효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보육정책이 일·가정 양립 정책의 하나라고 하지만 재정 지원이나 정책이 부모의 근로와 연계되어 있지 않다. 최근 수년간 영유아 재정 지원에는 부모의 자녀양육 부담을 경감시켜 출산수준을 높이자는 정책 목표를 부여하여 왔다. 제1, 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영유아 부모의 자녀양육 부담 경감 정책은 저출산 회복을 위한 핵심과제였다. 그러나 재정 증가와 다르게 출산 수준은 2012년에 1.3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전연령 전계층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이 도입된 2013년에 1.19로 다시 낮아졌다. 또한 영아를 둔 어머니의 취업률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여성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일하는 부모 지원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하지만, 현 제도로는 부모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근로와 연계성이 약한 보육정책은 부작용을 낳는다. 보육서비스가 절실하지 않은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의 증가는 취업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취업모 자녀가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취업모의 영아 자녀는 종일제 보육서비스가 절실하지 않기 때문에 짧게 또는 비정규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 보육정책이 부모의 자녀양육 책임성을 약화시킨 측면도 있다. 특히 영아 보육정책은 일?가정 양립 지원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다. 최근 수년간 출산율이 오르지 않았다고 보육에의 재정투자가 소용없었다는 견해도 있으나, 보육지원은 출산의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육아휴직을 활성화하여 출생 후 1년간은 부모가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취업 부모나 가정 사정으로 아동을 가정에서 적절하게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장시간 보육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며 그 이외 아동은 일정 시간만 지원하는 맞춤형 형태로 전환하여야 한다. 보육의 질적 수준도 개선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보육비 지원 대상 확대로 무상보육이 추진되고 있으나 기관에서의 보육서비스의 질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 최근에 일어난 어린이집에서의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이 이를 잘 나타낸다. 보육서비스의 질이 낮은 이유는 어려가지가 있겠으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우선 공급 구조가 민간 개인 중심이고, 개인이 설치한 어린이집은 임대나 타인자본을 허용하는 등 진입 장벽이 매우 낮다. 공공성이 높은 국공립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설치하고 직장보육시설을 확대하는 등 공공어린이집 비율을 늘려야 한다. 전체 보육에서 직장보육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므로 시설 설치 의무사업장은 물론 소규모 기업이나 산업단지에도 질적으로 우수한 어린이집이 설치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개인이 설치한 어린이집 중 공공형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도 선정 기준과 지원을 강화하여 공공성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보육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 보육인력이므로 보육교사를 좋을 일자리로 만들어 가야 한다. 감정노동을 요하는 보육교사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우고 아동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 장기적 안목에서 자격체계 개선과 더불어 보조교사 배치 등과 같은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대학에서의 교사 양성과정이 교과목 검정이므로 전공과 관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일정 과목만 이수하면 보육교사 자격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를 학과 검정으로 변경하여 보육교사로서의 지식뿐만 아니라 자질도 갖추도록 해야 한다. 급여 수준 또한 고졸이라는 최저 학력 기준의 개선과 함께 높여 가야 할 과제이다. 정부의 보육지원단가도 산정된 표준보육비용에 비하여 낮다. 정부 재정 규모가 갑자기 증가되어서 그 규모가 커 보이는 것이지 증가된 시설 이용 아동 규모나 아동 1인당 소요비용을 감안하면 절대 많은 금액이 아니다. 또한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는 평가제도로 개선하여 평가에서 누락되는 어린이집이 없도록 하여야 하고 지속적인 컨설팅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가정의 자녀양육 기능이 약해진 현대사회에서 육아지원은 일·가정 양립과 출산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공공어린이집을 확대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사각지대 없는 맞춤형 보육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영유아 보육교육 재정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서문희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보육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ewsis.com)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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