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호 기획: 전세난] 왜, 전세난은 계속되는가?

지난 몇 년간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난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전세 공급은 급감한 반면 전세 수요는 급증했다. 또한 전세가율 100%를 넘나드는 전세가 등장하기도 했다. 전세난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번 기획에서는 전세의 메커니즘과 최근 불거진 전세난 현상을 짚어보고, 정책적 함의를 모색해본다.

 

206-03-1

 

계속되는 전세난, 그 이면은?

 

전세난의 지속으로 주거약자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는 그 고통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전세가율이라 한다. 최근 전국의 전세가율은 70%를 넘어섰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일부지역에선 90%, 100%를 넘어선 곳도 있다.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집값보다 전세가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가능할까? 가능하다. 임대 형태로 전세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집값의 일정 분을 목돈으로 내면, 그것이 임대료 지불로 간주되어 일정 기간 거주하는 독특한 임대제도다. 다른 나라에도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일반적인 임대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전세를 임대제도라 하기에는 임대료의 특성이 애매하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대신 그 집에서 사는 일종의 금융거래 혹은 채권채무관계가 곧 전세다. 그렇다면 집주인은 어떤 이익을 기대하기에 전세를 놓는가? 돈이 귀한 시절, 목돈을 손에 쥐면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높은 이자로 돈놀이를 하거나 다른 데 투자를 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전세 끼고 집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세는 거주 목적이 아닌 집을 구매하는 한 방법이기도 했다.

전세보증금 같은 목돈은 이렇듯 운영 여하에 따라 많은 자본이익을 만들어낸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전세는 편익적 가치가 크다. 집 살 돈 없는 임차인은 일정 몫의 전세 보증금을 내면 최소 2년 이상 세든 집을 내 집처럼 쓸 수 있다. 이 때 전세보증금은 집의 화폐적 가치에 상응하는 적정 이율 개념의 임대료와 다르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요량으로 전세를 놓지, 집값에 해당하는 순수 임대료 개념으로 전세를 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매에서 임대로

 

그런데 2008년을 전후로 하여 그동안 끝없이 오르던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구매자)들이 급격하게 줄면서 시장에서 주택수요의 중심은 매매에서 임대로 빠르게 옮겨갔다. 전세수요가 폭발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전세난이란 말은 그 전에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2008년 이후부터다. 일년여 전 상황을 보면 주택 거래 10건 중 임대가 8건, 매매가 2건일 정도로 최근의 주택시장은 임대차거래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주택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집을 사지 않고 임대로 돌아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집값이 너무 올라 앞으론 떨어질 것만 남았기에 굳이 집을 살 필요성을 덜 느낀다. 집값이 올라도 각종 세제 등으로 옛날처럼 거저먹기 식으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없다. 무엇보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주로 베이비부머)은 대부분 샀고, 남은 신세대 구매자(주택 구매 가능한 생산연령인구)들은 그 수가 대폭 줄었다. 젊은 세대들은 부모의 집을 물려받을 수 있고, 개인소비에 대한 욕망이 커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가구의 급격한 소형화, 노령화, 과도한 금융부채 부담, 집의 소유에 따른 부담(세부담, 관리부담 등) 등도 집을 사기보다 임대를 선호하는 중요한 까닭이 된다. 요즘은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면서 세를 얻어 사는 가구, 즉 자가(自家) 중 차가(借家)로 사는 가구도 적지 않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급증하는 임대수요는 곧 전세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이는 나아가 전세가를 올리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월세나 그 밖의 여러 임대방식이 있지만, 전세를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전세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주거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가 가파르게 오르는 더 중요한 까닭은 전세주택의 공급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살 매력이 없으니, 집을 사서 전세를 놓는 임대인이 급격히 줄고 있다. 옛날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집을 사놓으면 어떤 투자보다 확실한 수익을 보장해주었다. 전세는 이런 투자의 한 방법(자본수익을 얻는 방법)이었지만, 이젠 그런 메리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세의 성격변화: 간주 임대료에서 순수 임대료로

 

공급 측면에서 보면, (집값 상승으로 인한) 미래의 시세차익으로 자본수익을 얻고자 했던 임대인들은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전세가를 높이거나 수익성이 좋은 월세로의 전환을 통해 대체 수익을 얻고자 한다. 종전엔 전세가 자본운용 수단을 겸한 임대방식이었다면, 집값이 떨어지고 자본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부터는 순수 임대료 개념의 임대방식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실제 전세는 법적으로 임대료로 간주되는‘간주 임대료’다. 그러던 전세가 최근 들어‘순수 임대료’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세공급의 부족과 함께 전세가가 빠르게 오르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빠른 전환이 일어나는 이면에 이러한 메커니즘이 있다. 순수 임대료 개념, 즉 집값에 상응하는 적정 수익률로서 전세료가 형성되면 집값을 넘어설 수 있다.

최근 들어 주택거래량이 호황기(2006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와 언론들은 전세가 매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를 대로 오른 전세금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는 전세세입자들이 벼랑 끝 구매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이 100% 틀리다고는 볼 수 없지만,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정부는 매매활성화를 통해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책들을 계속 내놓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전월세난은 줄곧 계속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주거실태 조사(2014년)’결과를 보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이 2005년 53.0%였지만 2008년 38.7%, 2010년 26.1%, 2012년 23.2%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매매활성화에 올인하는 동안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가기보다 매매에서 전세로 돌아가는 흐름이 더 가팔랐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정부도 최근 들어 매매활성화 중심의 전월세 대책의 효험이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전세에서 매매로의 전환?

 

그런데 근자의 거래량 증가를 두고 전세가 매매로 돌아섰다는 진단, 즉 실수요자들이 시장으로 돌아왔다는 진단은, 그간의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이 주효했다는 것을 뒤늦게 입증하는 것이 된다. 과연 그럴지는 더 지켜야 보아야 한다. ‘전세 끼고 집을 산다’는 말처럼 종전엔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연결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전세의 문제와 집을 매매하고 소유하는 문제는 다른 성질의 것이 되고 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전세수요자가 매매수요자로 자동적으로 돌아선다는 해석은 집값이 오르는 동안은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반드시 옳다고 볼 수 없다. 전세가격 급등에 따른 서민들의 주거불안 문제가 집을 구매함으로써 말끔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늘날, 집을 사기 위해서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지만, 물가 상승률 1% 시대에 집값이 오르기란 쉽지 않다. 전세금을 훨씬 넘어서는 대출금을 가지고 집을 살 경우, 원리금 상환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다. 아무리 초저금리 대출을 준다 해도, 집값 대비 60~70% 이상의 대출금을 사회적 평균소득으로 안정적으로 상환하는 게 쉽지 않다. 식구가 갈수록 단출해지는 만큼, 집에 자산을 몽땅 투자한다는 것도 다른 투자보다 수익이 더 확실하다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집을 가지고 있을 때는 세 살던 때 들지 않던 비용이 적잖게 들고(유지관리비, 재산세 등) 처분할 때도 그러하다(양도세 등).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들이닥치면 집값 폭락도 있을 수 있다. 이렇듯 지금 집을 산다는 것은 이러한 리스크를 모두 고려하여 임대보다 매매가 더 유리할 때 비로소 실행될 수 있다.

 

순수 주거복지형 정책으로 풀어야

 

그나마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하면서 집을 살 수 있다면 그나마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는 계층이다. 주택 보급율이 100%를 넘어서도, 실물경제가치와 대비하여 형성되는 주택가격을 자기소득으로 부담할 수 있는 계층은 전체 가구의 60~70%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결국 나머지 30~40%는 주택을 아무리 공급해주고 여러 정책적 혜택을 줘도, 집을 살 수 없는 계층이다. 수도권 전세자 중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은 자산보유액 기준 상위 전세자 30%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말하자면, 하위 30~40% 소득자들은 매매시장에서 배제된 채 저가의 임대 수요를 구조적으로 만들어내는 주거계층이다. 이들은 전세가격이 오른다 해서 매매시장으로 자동적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다양한 저가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적정임대료 및 거주의 장기적 존속 등 임대차관계의 안정화란 ‘순수주거복지형임대정책’으로 지금의 전월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조 명 래 /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그림 설명 및 출처

<그림 1>: 전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출처: ajunews.com)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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