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사진으로 말해요] 무거운 짐은 코인 로커에

201-13-2

계단을 올라간다. 이제 이 문을 통과하면 다른 세상이다. ‘조금만 더 힘을 낸다면 분명 이 문을 통과할 수 있을 텐데’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이만큼 올라오는 데 이미 죽을힘을 다해버린 남자는 주저앉고 싶다. 걷자, 조금만
더. 나를 달래며 계단을 오른다. 어깨에 둘러맨 짐이 이제는 너무 무거워져 버렸지만 남자는 그래도 힘을 낸다.

계단을 오른다. 이 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계단이 나타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나씩, 둘씩, 이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분명 또 다른 문을 만나게 되리라는 것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별거 아니라고 자신만만하게 둘러맨 가벼운 짐이 이제는 천근만근이다. 무거운 짐은 코인 로커에 두고 올 걸 그랬다.

어쩌면 네가 나의 코인 로커였는지도 모르겠다. 계단 오르기가 힘에 부칠 때마다 나는, 괜찮다며 별일 아니라며 슈퍼 히어로 코스프레를 했었지만 너는, 무거워지기 전부터 내 짐을 맡아 주는 코인 로커였는데, 이제는 코인이 있어도 사용불가라니. 다시 시작한다. 슈퍼 히어로 코스프레. 오늘은 캡틴 아메리카다.

 

송영은 | lovericki@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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