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리뷰: 『간송문화전』- 1부「간송 전형필」] 간송 전형필이 지켜낸 우리의 문화

201-13-1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은 한 민족의 삶과 정신을 지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파괴하고 왜곡시켰다. 이에 맞서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우수성을 복원하려 한 사람이 바로 간송 전형필(澗松全鎣弼, 1906~1962)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도서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죽기 2년 전 발표된「수서만록(蒐書漫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와세다대학 재학 시절 즐겨 찾던‘마루젠’이라는 서점에서 책을 읽던 어느 날, 한 일본인 학생이 “자네 도서 목록을 가득 채울 자신 있나?”라며 비웃었다. 전형필은 목록을 다 채워봐야 조선인이 별수 있겠냐는 뜻으로 들렸다고 적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훌륭한 조선 문화를알릴 도서 문고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한다.

전형필은 서울 종로4가에 있는 99칸의 대재력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한학을 공부했지만 12세가 되던 해부터 신학문을 공부하기 시작해 1926년 휘문고등보통학교를, 1929년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잇단 가족들의 죽음으로 가문의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다. 또한, 독립운동가로도 유명한 서화가 오세창(吳世昌, 1864~1953)으로부터 문화유산에 대한 안목을 길렀다. 1932년 한남서림(翰南書林)을 인수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의 문화유산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문화재들을 사모으기 시작한다. 33세가 되던 1938년에는 자신이 모은 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박물관인 보화각을 세웠다. 1960년에는 이전부터 함께하던 김상기, 김원룡, 최순우, 진홍섭 등과 함께『고고미술』이라는 동인지를 발간했다. 전형필은 단순히 문화재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민족 문화를 복원하고 계승·발전하는 데 노력한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전형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다. 『간송문화전(澗松文華展)』이라는 큰 주제로 1부와 2부를 나누어「간송 전형필」,「 보화각」으로 진행된다. 1부는 전형필이 문화재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화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한 전시고, 2부는 전형필이 모은 간송미술관 소장품 중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주요 유물들을 장르별로 나눈 전시다.

현재 진행 중인 1부「간송 전형필」은 총 5개의 주제로 펼쳐지며, 순서대로 관람하도록 현장에서 도우미들이 안내한다. 첫 번째‘간송 이야기’는 전형필 자신이 남긴 것들로서 그가 우리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쏟은 열정과 노력을 보여준다. 두 번째‘길을 열다’는 전형필이 초기에 수집한 문화유산들을 전시한다. 그중 1935년 일본인 거간 마에다 사이이치로로부터 거금 20,000원(당시 기와집 한 채 가격이 1,000원)을 주고 사들인 국보 제68호「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 시대 최고의 청자로 손꼽힌다. 세 번째‘지켜내다’는 1934년부터 해방까지 전형필이 유물 수집의 주요 경로로 활용했던 경성미술구락부(현재 호텔프린스서울 자리에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성미술구락부는 야마나카 상회와 더불어 민족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는 전진기지였다. 전형필은 막대한 가산을 투입해 경성미술구락부에 나온 우리 문화재를 사들였다. 가장 눈에 띄는 문화재는 국보 제294호「청화백자 양각전사철채 난국초충문병」으로 경성미술구락부 사상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이자 대표적인 조선백자이다. 네 번째 ‘찾아오다’는 다시 찾아온 반출된 우리 문화재를 전시한다. 대표적인 문화재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영국인 국제 변호사 존 개스비의 청자 컬렉션 20여 점과 오사카의 야마나카 상회가 보유했던 국보 제135호『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이다. 마지막으로‘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전형필은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한 1940년 훈민정음 원본을 입수했다. 그리고 이를 잘 보존하여 해방 이후에 세상에 내놓아, 세계에서 제자 원리가 밝혀진 유일한 글자로서 한글의 우수성이 알려질 수 있게 했다.

『간송문화전』은 1부「간송 전형필」을 6월 15일까지 진행하고, 7월 2일부터 9월 28일까지 2부「보화각」을 같은 장소에서 연다. 2부에서는 1부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유물들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봤던 국보급 문화재들을 직접 관람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삶을 산 전형필의 정신과 그가 보존하려 한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진수|geoleejs@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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