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책지성: 헤겔『헤겔의 음악 미학』] 비밀스러운 인간 내면의 지도, 음악

 

 

1820년 독일 베를린, 옷깃을 여미는 추위를 뒤로한 채 독일의 찬란한 대학생들이 베를린 대학 강당으로 모여들었다. 당대의 영향력 있는 철학자의 미학강의 소식에 예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가득 찬 젊음들이 모여 이른 시간임에도 강의실은 북적였다. 드디어 강단 위로 중년의 신사가 올라왔다. 북적임은 곧 숨죽임으로 바뀌어 중년신사의 행동에 하나하나 반응하기 시작한다.

철학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인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이 베를린 강단에서 강연한 미학강의의 내용을 그의 제자 호토가 필기한 것을 바탕으로 총 3권의 미학강의 책이 편찬되었는데, 그중 세 번째 편이 바로「음악」편이다. 조금 더 쉽고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에 재직 중인 김미애 교수가 보다 친절한 설명을 곁들어 정리한『헤겔의 음악 미학』책이 올해 재출간 되었다.

헤겔은 음악이 형식, 내용, 과제, 그리고 효과까지 모든 것이 순전히 인간의 내면세계에 흐르는 감정과 깊이 관계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가치관에서 출발하여 비교해보고 또 음악의 구조를 해부하는 방식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클래식 음악 자체가 담아낼 수 있는 인간의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음악이 우리의 내면과 뿌리 깊이 관련 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알아가며 음악에서 나타나는 인간미, 숭고미를 발견해가는 기쁨을 누리는 것과 더불어 클래식 음악을통해 우리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심미안까지 길러줄 것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음악의 일반적인 특성을, ▲2부에서는 음악적 표현기법을 형성하는 특수한 요소들을, ▲3부는 음악의 표현수단과 음악이 표현하는 내용과의 관계를 서술한다.

 

201-11-1

 

내면 깊숙한 곳에서 만나는 음악

1부에서 헤겔은 음악을 다른 예술분야의 특성과 비교하며 음악의 본질과 성격을 더욱 명확히 하고 있다. 음악에서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크레센도(crescendo)처럼, 책장이 넘어갈수록 음악과 가장 닮은 예술분야를 차례대로 비교해가며 마지막 정점엔 음악이 그 자리에 있게 한다. 독자들은 음악으로 가는 길목에서 먼저는 건축, 다음으로 회화, 조각, 시를 만나게 된다.

건축과 음악은 각각 건축 공법과 음악이론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음악은 이론 안에서 내적인 것을 밖으로 표현하지만, 건축은 내적인 것을 표현할 수 없다. 또한 건축은 물질을 쌓아 외형적 형상을 만들지만, 음악은 물질이 아닌 영혼을 지닌‘음(音)’을 재료삼아 작품을 창조해낸다. 또한 건축은 그 공간에 자리하지만, 음악은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가슴으로 파고들며 정서를 동요시킨다.

조각과 회화의 목표는 어떤 사물을 잘 묘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지기에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조각과 회화 또한 재료와 완성품의 질은 변화가 없지만, 음악은 자유로운 전개로 인해 작곡가의 고유한 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나 천차만별의 작품이 탄생한다.

마지막으로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시문학. 둘 다 형이하학적인 재료인 ‘음’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기능이 닮았다. 이 점이 다른 예술과 가장 차이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음을 다루는 방법이나 표현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시는 음을 소리 내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다. 시의 음과 뜻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반면 음악에서의 음은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뜻, 그 자체이다. 음악은 어떠한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대상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깊은 내면세계에 있는 마음, 감정, 정서를 띤 영혼의 흐름을‘음’을 통하여 노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 때, 문자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기에 음악만한 예술은 또 없다. 1부에서의 내용은 입문자에게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장이나 헤겔의 지휘 아래 1부의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 음악의 본질이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헤겔이 강조한‘음’에 함축된 작곡가의 의미, 음과 음들이 이어진 선율에 실린 작곡가의 영혼들은 2부로 넘어가며 더욱 자세히 살펴 볼 수 있다.

 

음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2부의 이야기는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과 전공자들에게 추천한다. 헤겔은 음악적 표현기법을 형성하는 특수한 요소를 박(박자, 리듬), 화음(음들의 어울림), 선율로 나누었다. 사실상 이 세 가지는 음악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서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박(박자, 리듬) :“ 박자는 규칙적으로 반복하지만, 길고 짧은 길이의 음들이 투입되면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음악은 일정한 크기의 건축자재를 기계적으로 쌓아올리는 작업과는 다른, 매우 정신적인 작업이다.”

“선율은 매우 자유스럽게 변화하는 것 같지만, 바탕에는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박자가 깔려 있다. 박자는 마구 자유스러울
수 있는 선율에 통일성과 규칙을 제시해준다.”

화음 :“ 음악에서 울리는 음들을 우리는 단순하게 느낌으로 받아들이지만, 사실은 산술적으로 한 음 한 음의 진동수를 정확
하게 맞추어 조율된 것이다.”

“음악은 협화음만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불협화음도 울림으로써 더 매력적이고 완전해진다. 이는 대립을 겪어 이겨낸
조화가 참조화인 것과 같은 원리이다. 불협화음은 듣기에 불안하므로 곧 바로 협화음으로 다시 돌아가 해결된다.”

선율 :“ 음악은 시와 마찬가지로 영혼의 언어이다. 음악에서 영혼을 실어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선율이다.”

“선율은 화성의 도움으로 표현이 더욱 깊어진다. 초반에는 협화음으로 나아가다 협화음의 한계까지 몰고 가서 드디어 강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다시 협화음으로 해결된다. 이것은 인간사의 ‘잔잔한 평화-자유를 위한 투쟁-전투-자유
의 승리-축배’와 같은 이치이다.”

 

음악을 이루는 세 요소들이 지닌 역할과 의미가 서로 조화되며 작곡가의 영혼을 담아 음악으로 탄생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새삼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의 여러 선율에서 작곡가의 영혼이 배어나오는 듯하다. 여러분들도 이 설명을 기억하고 음악을 듣다보면 그냥 지나쳤던 곳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반겨주는 여러 장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부는 음악을 구성하는 매우 기본적인 요소를 설명하였기에 한 번 제대로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비전공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전문용어가 군데군데 보이겠지만 이해하는 데 있어 크게 방해되진 않을 것이다. 책의 빨간 색 글씨로 강조된 부분만 읽고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세 가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음악을 보다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될 것이다.

 

가장 인간적인 클래식 음악

3부에서는 음악의 표현수단과 음악이 표현하는 내용과의 관계 면에서 음악을 보조음악과 자립음악으로 나눈다(이 부분은 그냥 쉬이 넘어가도 될 것 같다). “보조음악은 노랫말 혹은 시를 동반한 성악곡이고 자립음악은 리듬, 화성, 선율의 고유한 움직임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기악곡을 말한다. 자립적 음악인 기악 음악은 시를 동반한 음악보다 주관적 감정에 대한 표현을 음악으로 더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그리하여 우리가 음악을 감상할 때, 자신의 주관과 직관을 동반하여 작곡가의 영혼과 더욱 긴밀히 독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헤겔은 예술적인 연주에 대해 말하며 끝을 맺는데 연주자로서, 청강자로서 가장 눈길이 갔던 대목이다. “작곡가가 자신의 작품에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를 이해하고,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어 살려내어야 한다.”,“ 음악은 내면세계를 표현하며 악기를 뚫고 나오며, 작곡가 의 영혼을 완벽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가장 추상적인 재료를 가지고 서로 조화시키며 갈등하며 발전해 나가는 일정한 형식 안에 담긴 작곡가의 영혼을 연주자가 영혼으로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그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가장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면서 그것을 완성해내기까지 진심을 바친 헌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가장 숭고하면서도 이를 통해 완성되는 작품과 연주는 가장 인간 내면을 잘 표현해주는 인간적인 예술로 탄생되는 것이다.

 

신혜진 / 음악학과 석사과정

 

* 그림 설명 및 출처

 – 메인사진: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433506

 – 그림 1: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 (출처: terms.naver.com)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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