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호 기획: 증세] 증세 없는 복지를 둘러싼 증세 논란

작년 말과 연초,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등으로 세금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와 연결돼 사회 전반에 혼란을 주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모양새지만, 세금이 서민들의 피부에 직접 체감되는 문제인 만큼 사람들의 의구심을 모두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최근 간접세 인상으로 촉발된 증세 논란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205-03-1

 

증세, 왜 지금 문제되나

1월 연말정산 시기를 전후로 세금이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때와 같은 분위기다. 세금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증세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에 대해 야당지도자의 비판과 대통령의 반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연말정산을 둘러싼 논란은 작년의 세법개정과 연말정산에 대한 시행령 개정으로 어느 정도 예정됐지만, 세법개정의 영향을 봉급생활자들이 월급의 두께로 직접 느끼게 되는 현시점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증세 논쟁은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국회 총리임명동의안을 놓고 잠시 치열한 여론의 관심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2월 봉급 지급, 5월 종합소득세 신고, 8월 정부 세법개정안 때마다 재논의될 것이다. 증세는 대선공약에서 치열한쟁점이 된 바 있고, 박근혜 정부 2년 동안의 평가와 그동안 세법개정에 대해 국민들이 체감할 시점에 맞물려 매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이다.

 

증세, 지금 필요한가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119조와 관련, 경제민주화 논의로서 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강조된다. 그래서 복지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지가 대선공약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재정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세입과 세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방향을 반드시 정할 필요가 있다.

△ 증세는 복지재원 조달의 한 방법

증세는 복지재원 조달의 한 방법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5년 임기 동안 증세 없이 총 약 135조 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공약을 한 바 있다. 세입확충으로 50조 7천억 원, 세출절감으로 84조 1천억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약가계부가 나온 이후 세입과 세출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래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비판도 있고 경제적 여건의 변화 때문에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있다. 어찌하든 복지재원에 대해 어려움이 생겼다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추가적인 대안이 나와야 될 시점이다.

△ 3년 간 세수부족은 현실적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국민에게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부담을 주는 증세는 고통스럽지만, 현재 가야할 길로 볼 수밖에 없다. 국세수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 당초 세입예산보다 밑돌고 있다. 2012년 2조 8천억 원, 2013년 8조 5천억 원, 2014년 10조 9천억 원이 부족하였다. 2014년 국세수입은 205조 5천억 원으로 당초 세입예산 216조 5천억 원에 못 미치고 있다. 적어도 세입예산에 맞출 정도의 세금을 걷어야 할 때인 것이다. 세수부족분은 국공채 등으로 메꿀 수도 있고, 나중에 세입예산을 줄여 부족분이 더 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국공채 발행 문제는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줘 지금 벌어지는 재원확충 문제를 나중으로 돌리는 것이고, 국가 세입예산 축소는 국가가 할 역할을 줄이는 것이어서 그 부분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2008년 말 금융위기 때와 같이 외국의 어려움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행히 금융위기의 여파를 무사히 넘기기는 했지만 장기침체의 우려가 남아 있다. 현 정부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안을 내놓으면서 긴축이 아닌 지출확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증세 자체가 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하지만, 지출확대는 국가의 부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느 정도의 증세를 통해 부채규모를 조정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외부충격에도 버텨낼 힘은 재정건전성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출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무작정 지출을 늘리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증세를 하려면 무엇이 준비되어야 하는가

증세는 국민의 저항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증세를 해야 할 때가 아니라는 반론도, 증세가 옳지 않다는 반론도 모두 이겨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재정운용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그러한 방향 제시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증세는 정권 초기나 어떠한 커다란 경제적 변화가 올 때 등에 할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날 때쯤 새로운 이름의 세금이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득세도 1799년 영국에서 프랑스와의 전쟁 준비 과정 가운데 등장해 그 당시로서는 새로운 세금이었다.

이처럼 증세는 그 명분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대선공약에서 증세 없이 복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2년 동안의 노력을 평가받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노력의 한계가 나타났다면 그 자체가 증세의 명분이 될 수 있다.

증세의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금을 부담시키는 기준에 소득, 소비, 재산 등이 있고, 증세의 명분이 생겼다면, 이러한 기준마다 적정한 세부담을 상정하고 세법 개정을 하여야 한다. 또한, 세제의 큰 틀 안에서 외국의 사례까지 고려하여 우리나라 현재의 상황에 맞게 세제개편의 방향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증세 논쟁에 대해 증세 쪽으로 방향을 정하더라도 어떠한 세목을 늘릴 것인지는 또 다른 논쟁을 가져올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는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보유세제의 강화 쪽에 힘을 실었다면, 현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당시에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이 있더라도 부동산 가치상승분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었다. 물론 부동산 가치상승분은 실제 처분해서 현금화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아닌 미실현이익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조세 저항도 컸고 그 당시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도 작용하였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는 보유세제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정책결정이 될 것이다.

재산세제 증세가 어렵다면 남은 증세분야는 소득세제와 소비세제가 된다. 세제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강조한다면 소득세율 최고구간 인상이나 최고세율 적용되는 소득구간을 낮추는 소득세 증세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보다는 법인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세율을 인상하는 법인세 증세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물론 법인세 세율 인상은 경제활성화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증세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부족한 재정수요를 확충하기 위해 세금을 늘려야 한다면 과거의 세율 수준으로 점차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한편 소비세제의 대표적인 세목인 부가가치세의 경우 1977년부터 현재의 10%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OECD 평균 19.1%와 비교 등을 통해 부가가치세 세율을 올리자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부가가치세 자체가 소득 기준의 세부담 차원에서 역진적이라는 성격을 고려한다면 부가가치세 세율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논의를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증세의 필요와 방법에 대해 여러 논의를 소개하고 나름의 생각을 제시해 보았다. 이번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논의는 우리나라가 복지를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할 것인지, 그 복지의 부담을 국민이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 그 부담을 지는 방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계기를 준 것만은 확실하다.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가능 여부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가 세금 덜 걷고 지원은 많이 해 주겠다고 하는데 증세 없는 복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국가가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민 각자가 수긍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부담을 더 하도록 정부가 정책적 노력과 설득을 해야 할 때이다. 더구나 실제로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사람들이 있어, 증세가 이미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세금문제는 계속해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OECD 여러 나라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율을 각자의 방식에 따라 높이거나 낮추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증세논의와 해법이 필요할 때이다.

 

박 훈 /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그림설명 및 참조

그림1: 증세 없는 복지, 정말 가능한가?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출처: blog.naver.com/tjqhrmr3)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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