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호 기획: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 공무원 연금 개정, ‘ 누진 삭감 상한제’로 가자

지난 10월 27일, 새누리당은 공무원 연금 개정안을 발표하고, 다음날 158명 전원 명의로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매년 연금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여해야하므로 연금 개정은 불가피하다는 이유를 내놓았지만, 한편으로는‘더 내고 덜 받는’개정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본보는 공무원 연금 개정안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생산적인 대책마련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204-03-1 

 

공무원 연금 개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깊다. 연금 개정은 어떤 주제보다도 이해관계자들과 신중한 토론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수가 급증하면서 모든 연금 개정이 기존 연금 권리를 약화시키는 방향이어서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동의가 관건이다. 게다가 연금 개정은 한번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연속 개정’의 성격을 지닌다. 이번에 개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시기마다 인구 구성, 재정 여건, 경제 전망 등을 종합 감안한 조정 작업이 요청된다. 연금 개정이 일회성이 아니라 변화되는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계속되어야 한다면 연금 개정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 방식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연금 개정은 재정을 절감하는 ‘연금정책’만큼이나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는 ‘연금 정치’가 중요하다.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공무원 연금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합리적인 토론보다는 진영 간 대결을 유도하는 ‘정무적 기획’이 앞서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조속히 사회적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불철저한 하후상박’개정안

이제 개정의 방향을 살펴보자. 공무원 연금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이 감당 수위를 넘고 있다. 공적연금제도에서 ‘재정안정화’잣대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빠른 고령화와 수명연장 시대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주제다. 올해 공무원 연금 적자보전금이 2.4조원이다. 이 금액은 갈수록 늘어나 2020년에는 6.6조원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는다. 하위직 공무원 보수 수준, 공무원이 지닌 신분 제약을 감안하더라도 공공예산의 균등한 배분으로 보기 어렵다.

일부 사람들은 증세를 통해 국가 재정을 늘리며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말한다. 증세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증가 속도의 공무원 연금 적자 보전에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가 부여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근래 공무원직에 대한 선호 추세를 감안하면, 공무원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개정은 필요하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와 형평성을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낮은 퇴직수당까지 감안한 형평성).

새누리당이 내놓은 개정안은 ‘불철저한 하후상박’으로 요약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의 재정 부담을 현행 제도와 비교해 2080년 기준 17.5%를 줄인다(연금 삭감과 퇴직금인상을 종합한 순 재정 절감 효과). 미래 공무원 기준으로 보면, 이만큼 깎이는 셈이다. 또한 이번 제도 개정 이후 시점부터 모든 공무원은 하후상박이 가미된 국민연금 방식이 적용된다. 재직자 모델(급여율 50%, 기여율 20%), 신규자 모델(급여율 40%, 기여율 9%) 모두 국민연금 방식의 소득재분배 균등요소를 담고 있다.

그런데 법 개정 이전 재직기간에서 유래하는 연금액은 하후상박이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다. 우선 현재 연금 수급자에게 개정 강도가 미미하다. 새누리당안은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연금액 기준 상위 4%, 중간 3%, 하위 2%씩 공제한다. 비록 차등률이지만 규모와 차이가 작아 일률 삭감에 가깝다(여기서 ‘하후상박’용어는 하위직 연금 상향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삭감된다는 의미). 연금 적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 즉 공무원 연금제도에서 가장 큰 혜택을 얻고 있는 집단이 현재 수급자임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개정 강도는 더 세야 한다.

한편, 새누리당안은 재직자 중 2009년 이전 임용자의 수급개시 연령을 모든 계층에서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다. 비록 신규 공무원과 국민연금 가입자의 수급 개시 연령을 동일화한다는 명분을 지니지만, 기존에 부여했던 권리를 일률적으로 박탈하는 무리가 따른다. 이번에 수급 개시 연령 연장을 못 박기보다는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유연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새누리당안은‘하후상박’이 철저하지 못하고, 현재 수급자의 기득권을 거의 용인하는 한계를 지닌다.

 

모두의 형평성을 고려한‘누진 삭감 상한제’

필자는 공무원 연금 개정에서 두 가지 원칙이 관철되길 바란다. 하나는 전체 공무원의 재정 절감 참여이다. 재직자, 신규자뿐만 아니라 현재 수급자도 참여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또 하나는 하위직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후상박’원리가 전면적으로 작용돼야 한다. 이에 ‘누진 삭감 상한제’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최하위직 연금액은 보장하되 중하위직부터 누진 삭감하고 일정 금액에서 상한제를 두는 방식이다.

첫째, 수급자의 연금액을 누진 삭감한다. 이는 보수를 기준으로 재직기간별 지급률을 누진 하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장기재직기간 변수 추가 고려 검토). 이때 최고 삭감률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삭감 시작점을 중하위직 어디부터 할지는 사회적 논의로 열어 놓자.

둘째, 현재 재직자 중 2009년 이전 재직기간에 대한 개정이 요청된다. 이 집단의 수급 개시 연령이 60세이고, 2009년 이전 기간의 연금액도 최종 3년 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60세 이전에 연금을 받고 있는 현재 수급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10년 이후 임용한 후배들에 비해 유리하다. 이에 2009년 이전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도 누진 삭감될 필요가 있다. 역시 어느 계층부터 연금액 삭감을 시작할지, 최고 삭감률을 어떤 수준으로 정할지는 추가 논의로 남겨두자(현재 수급자에 비해 수급 개시 연령이 늦고, 이후 추가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 삭감률은 현재 수급자보다 낮게 책정될 필요가 있음).

셋째, 2009년 이전 임용자의 수급 개시 연령은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연동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누리당안이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연장하는 것은 2010년 이후 임용자, 국민연금 가입자와 맞추자는 취지를 지닌다. 하지만 정년 60세와 5년간의 시차가 존재하고, 무엇보다 일률적으로 5년을 단축하는 것은 하후상박 원리에 어긋나는 문제도 생긴다. 이에 수급 개시 연령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칠 필요가 있다. 잠정적으로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까지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하자(2021년 정년 연장 상황을 감안해 향후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

넷째, 법 개정 이후 공무원 연금은 50% 급여율 모델을 중심으로 논의하자. 이 모델은 국민연금처럼 40년 가입 기준이고 가입자 평균 소득(A값)이 재분배 요소로 들어가며, 퇴직수당을 민간 수준으로 현실화한다. 새누리당안은 신규자에게 국민연금과 동일한 40% 모델, 재직자에게는 50% 모델을 제안하지만, 50% 모델로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0% 모델은 하향평준화 비판을 낳고 있으며, 공무원들이 보험료를 낼 여력이 있는데도 굳이 40%로 낮출 이유는 없다. 향후 50% 모델은 기본적으로 수지균형 재정 구조를 지향해가야 한다. 그러면 20% 보험료율이 요구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현행 국민연금보다 불리해진다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므로 이를 해소하는 수준에서 보험료율을 정할 수 있다(최대 약 18% 수준 가능할 것으로 예상). 이럴 경우 40년 가입 기준 공무원 연금 법정급여율은 공무원 연금 50%, 퇴직연금 20%를 합하여 70%가 되며, 30년 가입 기준 실질 급여율은 공무원 연금 37.5%, 퇴직연금 15%를 합쳐 52.5%가 될 것이다(이는 평균 소득자 급여율이며 하후상박 급여체계여서 위직 실질 급여율은 더 높아 짐. 또한 기초연금이 보편주의로 확장되면 10% 급여가 추가될 수 있음).

다섯째, 공적연금 강화는 기초연금의 보편적 인상으로 구현하자. 많은 사람들이 “국민연금으로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국민연금을 상향하자”고 말한다.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연금은 급여와 보험료를 짝으로 하는 제도이다. 급여를 상향한다면 보험료는 얼마로 올릴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공무원은 보험료 납부 능력을 지니기에 급여율 50%로 갈 수 있다. 이 경우 필요 보험료율은 크게 올라야 하는데, 국민연금도 그러할 수 있을까? 현행 급여율 40%에 조응하는 보험료율이 약 16%이다. 후세대를 생각한다면 지금 9%도 부족하다. 게다가 보험료율 인상은 한국의 불안정 노동시장에서 더 많은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

 

기초연금을 주목하자. 2007년 연금 개정 이후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국민연금 단일체계에서 국민·기초연금 이원체계로 전환되었다. 당시 기초노령연금 도입은 국민연금 인하를 하후상박으로 보전하는 의의를 지닌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는 기초연금이 가장 적극적인 사회연대임금이다. 공적연금을 강화한다면 기초연금의 보편적 인상이 최선의 답이다. 이는 증세를 위한 현세대의 의지와 노력을 요구하는데, 후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넘기는 국민연금 상향보다 훨씬 책임 있는 해법이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그림 설명 및 출처

– 그림 1 :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공무원연금공단 (출처: yonhapnews.co.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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