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호 인터뷰: KBS 시사투나잇 강희중 PD] 시대의 희극 – PD 저널리즘의 위기

KBS 이병순 사장이 부임하면서 권력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 논의가 언론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결국 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시사투나잇>과 <미디어 포커스>가 지난달 폐지됐고,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은 지금도 사측과 대항해 언론독립성 확보를 위해 싸우는 중이다. 본보는 <시사투나잇> 앵커 강희중 PD를 만나 언론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의 폭력성과 그 대응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강희중 PD는 현재 <KBS 스페셜> 팀에 소속돼 있다.

 

갈브레이트는 『권력의 해부』에서 ‘조종적 권력’을 가장 고차원적 권력이라 말한다. 이것의 핵심원리는 정신의 조정을 통해 실제로는 ‘강요된 순응’을 ‘주체적 순응’인양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그가 말한 권력의 핵심 기제는 의심할 나위 없이 ‘언론’일 것이다. 숱돌에 바짝 갈린 칼처럼, 흐르는 물과 부는 바람까지도 베어버릴 기세로 언론 길들이기에 날을 세우는 여당의 행보를 볼 때 참말로 언론은 효용은 대단하다.

정권이 바뀌면 통상 정부는 6개월여 간 언론과 견제 기간을 갖는다. 때로 정부는 권력 유지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데, 이때 언론의 선택은 두 가지다. 권력의 편에 서든지, 언론의 정의를 지켜내든지. 지난달 13일, KBS <시사투나잇>(이하 시투)이 사실상 폐지됐다. KBS 사측과 노조는 권력의 편에, 다수의 일선 PD들은 그 반대편에 섰다. <시투> 제작진들은 편성본부와 제작본부장실 앞에서 두 세 달간 농성을 하며 끊임없이 싸워왔고, 사측에 대화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이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시투> 강희중 PD를 만났다. 오늘 밤 12시에도 어김없이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었더라면 내가 굳이 만나러 올 이유가 없었을 사람이다.

 

지켜내지 못한 미안함

 

“5년이 조금 넘게 방영돼 온 <시투>는 뉴스와 시사의 중간위치에서 사건보도와 비판기능을 함께 수행해 왔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정권이 바뀌고 KBS 사장이 바뀌면서 시대적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너무 쉽게 없어지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두 세 달 동안 나름대로 싸운다고 싸웠는데,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돼 버려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많은 PD들도 프로그램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통상 권력이 폭력을 행사하는 곳에는 대화가 없다. 폭력에 명분을 붙이고 거기다 설명까지 하려니 힘이 들었던 것일까. KBS사측은 제작진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을개편이란 명목으로 <시투> 폐지결정을 내렸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제기한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편성본부는 ‘편파성 논란’을 그 원인으로 제시했다. <시투> 제작진은 그러한 논란이 있다면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으나, 끝내 사측은 토론의 장으로 나오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개편·폐지될 때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 편성팀에 수차례 항의도 해 보았지만 답변을 해주는 사람이 아직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이어 그는 좌우가 극명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편파성 논란을 비켜갈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 과연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편향성 논란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편파성 논란’과 ‘편파성’은 다른 말이거든요. 더욱이 우리나라는 좌우가 극명하게 대치하고 충돌하는 사회입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편향성 논란 없이 이끌어간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지요. 무엇보다 우리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 안 된 상황에서, 그것도 외부에서 재단된 편향성 논란을 내부에서 비판 없이 수용했다는 것이 제일 안타깝습니다.”

 

권력과 폭력

 

국민의 지지 없이 통치권이 유지될 수 없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의 언론장악 욕구는 더욱 절실한 것이 됐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주도적으로 ‘비밀보호법’과 ‘방송법’ 등을 제정 혹은 개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교태(교묘하게 태벌을 즐겨 쓰던)로웠던 6, 70년대 박통의 언론통제, 안되면 윤전기에 모래를 뿌렸던 유아기적 5공화국 언론통제를 거쳐, 이제 언론통제는 제법 세련되고 합법적인 법개정을 통한 진화를 하고 있다. 시대정신을 역주행하는 정권의 폭력 앞에 강PD는 역사가 돼 버린 줄 알았던 현실에 대한 적잖히 놀란 모양이었다. “예측하지 못했던 과거의 폭력이 재현되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아주 옛날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웃지 못할 일이죠.”

이어 그는 집권여당 중심으로 언론의 판도가 재편되는 현실을 바라보며, 앞으로 큰 싸움이 한번 일어날 것이라 말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언론시장의 판도 변화가 결국 정치적 성향과 맞물려 벌어지고 있지요. 정부와 보수언론은 방송을 그대로 놔둬선 안되겠다는 확고한 판단이 있는 듯 보입니다. 프로그램 폐지, 구조조정, 심지어는 ‘2TV’ 분리 논의까지 나오고 있어요. 신문과 자본에 방송을 끌어들일 공간이 ‘2TV’라는 판단이 선 것이죠.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보수계의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더 큰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PD 저널리즘은 살아있다

 

언론탄압은 미시적으로 PD 저널리즘에 대한 집권여당과 보수 언론사들의 대대적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희중 PD는 말한다. “PD 저널리즘은 비판정신에서 탄생했습니다. 이것은 취재처를 중심으로 벌어져 온 기자들의 취재관행과 그것에 익숙한 정부와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을 말합니다. 두 번째로 PD 저널리즘은 ‘주제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뉴스가 외면한 현실, 다른 곳에선 발견할 수 없었던 의외적 시선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아젠다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죠.” 그의 말에 의하면 PD들의 저널리스트적 비판의식이 죽지 않는 한 ‘PD저널리즘’은 그 어떤 외풍에도 죽지 않는 시대정신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오른쪽과 왼쪽 사이에서, <시사 360>

 

<시투> 폐지와 함께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시사 360>이다. 사측은 <시투>의 간판을 바꾸어 달고 제작진을 교체해 신규 프로그램 <시사 360>을 내놓았다. 그런데 첫 방송 직후부터 미네르바와 관련된 왜곡보도와 지만원 씨에 대한 편중된 방송으로 360도 우편향 됐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강 PD는 <시사 360>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시사 360>은 오른쪽과 왼쪽 모두의 비판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거든요. 당장 벌어지고 있는 보수 쪽의 논란을 잠식시키기려다 보니 양쪽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기계적 중립성으로 가게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실수였다고 보고 싶어요.” 이어서 그는 동료 제작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빼놓지 않았다. “조금만 더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세요. <시사 360> 제작진들은 우리와 함께 <시투> 폐지반대 시위에 동참했던 동료들이라 제가 잘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곧 나아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편파성 논란과 정권의 외압 속에 어떤 방송을 만들어 갈 것이냐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응답했다.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받을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아니라고 비판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저희가 만드는 프로그램 안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피끓는 우리 후배들이 많이 있거든요? 우리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부당한 외부의 압력에 싸워나갈 것입니다.”

“진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거짓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볼프강 라인하르트)

강 PD가 저자로 참여한 『소비자 고발, 그리고 불편한 진실』 서문에 나오는 글귀다. 그와 그의 동료들이 찾아낸 거짓들로 인해 설령 우리 사회가 조금 불편해 진다할지라도, 그것이 억울한 불편함을 당하는 이들의 멍에를 벗겨줄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거짓을 찾아 제거하는데 동참할 것이다. 그래, 칼은 바람을 가를 수 없지만, 바람은 칼을 무디게 할 수 있다.

 

대담 정리_김성애 sakim@khugnews.co.kr

사 진_신길호 mulgrim@khugnews.co.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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