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인터뷰] 불안한 한국사회와 한국인 – 김태형 심리학자

 

 

김태형 심리학자는 기존 심리학의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몸소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활발한 연구, 집필, 강의 활동을 통해 현실에 적용 가능한 심리학 이론으로 인물과 사회를 분석해 그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트라우마 한국사회』, 『불안증폭 사회』, 『새로 쓴 심리학』등이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연이어 발생한 사건, 사고들로 인해 혼란스럽다. 되풀이 되는 인재(人災)에 한국인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이에 지난 5월 21일 낙성대역 근처 한 카페에서 김태형 심리학자를 만나 현재 한국인들의 감정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사회를 점령한 불안과 공포

Q. ‘불안’과 ‘공포’를 심리학에서는 어떻게 정의하나요?

불안과 공포는 모두 두려움과 관련돼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과의 조우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떤 괴물이 나타났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깜짝 놀라면서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는 공포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렇게 공포는 생명에 위협을 주는 대상과 관련해 비교적 짧고 강한 강도로 체험되는 두려운 감정입니다.

그렇다면 불안은 이와 같은 사건을 겪고 난 뒤 괴물을 만났던 곳으로 다시 찾아갔을 때 막연하게 느끼는 두려움입니다. 즉 불안이란 나쁜 일 혹은 공포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에 기초하는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불안은 공포에 비해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지속 시간은 깁니다. 이렇게 불안은 만성적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심리학에서 불안을 ‘만성화된 공포’혹은‘예기 공포’라고 하기도 합니다. 사실 공포와 불안은 각각 따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드는 느낌인데 공포는 순간적이고 강하게, 불안은 만성적으로 길게 지속되는 감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Q. 요즘 발생한 일련의 사고들(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서울 지하철 안전 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등)로 현재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감정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진단하시나요?

일단 두려움이 가장 크다고 생각됩니다. 연이어 일어난 사고 소식을 접하며 국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는 사고, 그 자체에서 오는 충격뿐만 아니라 이에 대처하는 한국사회의 무능한 모습과 이를 책임져야 할 지배층의 반국민적이고, 반인간적인 모습 때문입니다. 이로써 국민들은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실망감과 함께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무서운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혐오감이 뒤섞인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다음은 무력감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저는 ‘학살’사건에 빗대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구하려 하는 사람들까지도 막았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사태를 옆에서 지켜본 국민들은‘도와주지 못했다’,‘ 말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 항쟁에서 공수 부대가 시민들을 죽였을 때, ‘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아이들이 배 속에 갇혀있는데 우리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구나’하는 무력감이 사회 전체에 만연합니다.

이에 죄책감과 미안함이 몰려옵니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도 어느 정도 일조를 하지 않았는지 자책을 하는 것이죠. 우리는 사실상 신자유주의 사상에 휩쓸려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사회 풍조를 묵인해왔고, 일면 동의를 했습니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많이 썼잖아요. 이는 한국 국가 공동체가 이렇게 무너질 때까지 방관하고, 타협해왔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가중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죠.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무능한 지배 세력, 부정부패한 한국사회 시스템,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 등에 대해 한국인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겪고 있습니다. 이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Q. 이 사고들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여실히 드러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한국사회의 폐단은 어떠하고, 무엇에 기인한다고 보시나요?

현재 한국사회 폐단의 시발점은 IMF 이후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점점 더 벌어진 빈부(貧富)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심하면 당연히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옛날에는 가지지 못한 자들끼리 집단적으로 저항하며, 그 고통을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IMF 이후 들어온 신자유주의는 학교, 회사와 같은 집단에 경쟁 원리를 도입시켜 빈부격차를 양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다 와해시켜 버렸습니다. 이후 한국인들은 빈익빈부익부로 상대적인 빈곤을 겪는데, 그 고통을 혼자 모두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고통을 상대방을 무시하고 학대하는 방식으로 풀어 버리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돈과 외모를 기준으로 자신보다 못하면 깔보고 하찮게 여기는 것이죠. 이렇게 한국사회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학대의 장이 된 것입니다.

온 사회에 돈과 외모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절대적으로 가난해서가 아닙니다. 아론(Elaine. N. Aron)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배제될 경우 수치심을 느낀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저 역시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로부터 버림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로부터 돈이 없다고, 외모가 부족하다고 무시를 당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되면 사회적 유효 공포가 극대화됩니다. 수치와 모욕을 겪지 않으려고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외적인 모습에 신경쓰다보니 돈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죠. 물질만능주의,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폐단 중 두드러지는 하나입니다.

Q. 불안과 공포는 언제까지 지속되며,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시나요?

사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 이전부터 한국사회에는 불안과 공포가 만연했습니다. 각종 범죄율과 자살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등 사회적 아노미가 극한 상황까지 도달한 상태였죠. 그러나 다행히도 올해 초부터는 반전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극우세력에 대한 공포입니다. 그런데 연초에 극우세력이 종북몰이를 너무 남발했다고 할까요? 종북 신부 사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무인기 사건 등 자신들이 불리할 때쯤 종북몰이로 몰아가는 극우세력의 수를 이제 국민들도 눈치채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는 순간 이들은 또 유가족을 상대로 종북몰이를 시도했습니다. 이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습니다. 더 이상은 종북몰이에 겁먹지 않고 맞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번 세월호 사건이 극우세력을 아웃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뉴욕 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 등 외신들은 이번 사건으로“한국인들이 집단적인 자아성찰을 하게 됐다”라고 했습니다. 자아성찰이란 바로 자기 내면에 존재하지만 보지 않으려고 회피해왔던 것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한국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자아성찰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은 여태까지 자신들을 합리화 시키며 들춰내지 않았던 한국사회의 민낯을 직면한다는 것입니다. 유가족 중 한 분이 굉장히 멋진 말을 하셨는데, 그 골자는‘세월호에서 돌아가신 분들은 다 영웅’이며, ‘그분들의 죽음으로 인해 한국사회 시스템이 바뀌기 시작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그 죽음이 우리를 깨웠고, 지금 막 집단성찰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불안 트라우마와 치유 과정

Q. 되풀이 되는 인재(人災)에 국민들의 불안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은 한국사회에 어떤 트라우마를 남기게 될까요?

요즘 들어‘트라우마’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보통 정신적 상처를 일러 트라우마라고 합니다. 정신적 상처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인데, 대체로 집단 심리를 묘사하면서 그것의 부정적인 측면을 가리킬 때 사용합니다. 즉 한국인의 트라우마란 한국인의 집단 심리 중에서 부정적인 감정, 건강하지 않은 심리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공포가 트라우마를 남긴다면 무기력한 증상이 가장 도드라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삶에 대해 완전한 무기력에 빠져서 모든 관심과 저항을 철회하고, 개인으로 해체된 삶으로 더욱 침잠하지 않겠는가 예상합니다.

Q.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먼저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직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진상규명이 돼야 합니다. 진상규명이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원인을 알아야 치유가 가능하기에 진상규명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 전제 조건입니다. 단기적으로 몇몇에게 책임을 돌리고, 누군가가 사퇴를 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괴롭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왜곡 없이 사건을 바로 볼 수 있기에 거기에서부터 비로소 치유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연달아 일어난 사고들로 인하여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습니다. 혐오감이 뒤섞인 두려움, 무력감, 죄책감과 미안함, 분노 등이 우리 마음속에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을 빼내야 하는데 적절한 방식으로, 건강하게 해소해야 합니다. 그 구체적 방법은 화를 자신의 내부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통해 그 직접적인 원인에 화를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상처와 아픔을 건강하게 승화시키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에너지를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사용해야 합니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

Q. 선생님께서 저술하신 책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사람의 심리를 생리학적으로 보기보다는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람의 심리 또한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심리를 파악하려면 먼저 한국사회를 통찰해야 하죠. 그런데 인간의 뇌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미국 심리학의 영향 아래, 한국의 심리학자들은 사회 문제를 자꾸만 생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합니다. 이는 인과관계를 아주 단순화해 이해하기는 좋지만, 그런 설명들은 정답과 거리가 먼 오답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자살을 많이 하는 이유를 세로토닌이 부족해서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과거 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자살률이 낮았던 한국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자살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자살이 세로토닌 부족 때문이라면 한국인들의 몸에 1990년대 중반부터 갑자기 세로토닌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내가 지금 화가 나면 화나기 때문에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지 호르몬이 분비돼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세로토닌과 자살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인과관계라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세로토닌이 부족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추가돼야 적절한 것이죠. 사람들 간의 문제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Q. 오늘날 한국사회의 불안과 공포에 대해 대학원생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사회가 불안정하기에 사람들은 돈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대학원생만은 직업과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즉 교수가 아닌 학자가 되겠다는 마인드를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에 집착하면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겁니다. 돈벌이에만 자기의 역할을 한계 지어버리기 때문이죠. 연구에만 몰두하면 밥 먹고 살기 힘든 건 맞지만,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와해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또한 지식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한 뒤, 현명하게 사리분별을 할 수 있도록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남보다 먼저 알고, 문제에 맞설 수 있도록 용감해져야 합니다. 그래야 학문적으로도 성과가 있을 테고요. 학문적 열정을 직업에, 돈벌이에 꺾지 마십시오. 지식인답게, 지식인다운 열정과 패기, 진리에 대한 열망을 견지하길 바랍니다.

 

대담·정리 : 박혜영 hy000p@khu.ac.kr / 사진 : 김내영 myjq180@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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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심리학 공부흘 막 시작하는 늙은이 입니다.
    자기심리학이라는 이론이 폐기된 이론인가요?
    폐기된 이론이라면 무엇이 문제가 되어 폐기되나요? 또한 적용하면 안되나요? 부작용이 생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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