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호 사설] ‘장사’말고 ‘교육’을

필자는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를 많이 만난다. 예체능 계열 입시는 한 해 중 가장 추운 12월이나 1월에 정시 모집 전형이 있지만 지금은 그전에 치러지는 수시 모집 전형이 한창이다. 이때 필자의 역할은 수험생의 실기시험 반주를 맡아서 1~2분 남짓의 시간 안에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토해내야만 하는 그 순간을 함께 해주는 것이다. 그들의 긴장 가득한 몸과 표정을 보면 안쓰럽고 그 마음이 빈틈없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서 알고 있는 입시 정보와 학교 정보를 알려 주기도 하고, 학생만의 장점을 칭찬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같은 계열의 선배로서 전해주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나름의 고급 정보와 위안으로 다가가 편안한 입시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의 모 대학 예체능 수시 모집 실기 전형이 있던 날이었다. 단 10명의 인원을 뽑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 860명(결시생 제외)의 지원자가 음악대학 건물 안에 모였다. 각 지원자마다 반주자 한 명씩을 대동해 모인 인원은 대단했고, 그곳은 나로 하여금 번라한 시장통을 떠올리게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에 다 시험을 보지?’라는 의문이 들어 전형 절차와 진행 사항을 알아보니 이날 입시 고사는 수험생들을 여러 조로 나눠서 각 고사장에 배치한 후 동시간에 다른 심사 교수진 앞에서 시험을 보고 평가받는 방식이었다. 실기 전형 자체는 답안이 마련되어 있고 거기에 맞춰 채점하는 식으로 당락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인데, 수험생마다 심사진이 다른 상황은 시험의 공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고작 1~2분 노래하면‘땡’하는 종소리와 함께 퇴장해야 하는 상황도 참 가혹하다. 음대생들 입에서‘한 소절만 들어도 교수님들은 다 아셔’라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딸내미, 아들내미 데리고 여기저기 레슨을 다니며 간절히 기도하며 사는 학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면 속상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학부모들을 한숨짓게 만드는 건 또 있다. 바로 입학 전형료의 비밀이다. 왜 이렇게 비쌀까? 진작부터 비싼 입학 전형료는 늘상 터지는 불만 사항이었고, 반짝했던 서민 정책이나 반값 등록금의 열풍을 타고 잠시나마 정책적 조치가 나오는 듯했다. 전형료를 낮추거나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돌려주는 방식이었는데 징그럽게도‘환불금액 0원’으로 문서를 짜 맞추기 등의 또 새로운 꼼수가 등장했다. 입학 전형료는 대체 어디에 쓰일까 생각해 보니 입시 관련 업무자들의 근로비, 시험날 장소 사용비, 심사비 정도가 떠올랐다. 하지만 실상은 학교 홍보비부터 해외 연수비, 회식비까지 전형료의 사용처에는 깔끔한 규제가 없어서 마음만 먹으면 무제한이다. 얼마 전에 인터넷상으로 본 한 기사의 제목이‘입학 전형료 수입 1위 oo대’였다. 궁금함에 눌러본 기사 내용에서 필자는 수백억 단위의 수입액에 놀랐고 그것으로 순위를 매겨 놓은 것 자체에 두 번 놀랐다.

입시가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절차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지만 자꾸 장사 심보를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탓에 그 목적이 더 이상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앞으로의 대학은 자체적으로 입학전형료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준이 되는 제도를 마련하여 합리적인 전형료를 책정하길 간절히 바란다. 대학은 ‘장사’하지 말고 ‘교육’을 해야 한다.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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