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호 보도기획] 연구 중심의 대학원, 그 빛과 그림자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 활동은 교수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수행하고 결과를 도출해 내는데 원생들이 주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다수의 대학원은 우수한 원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교육 및 연구부분의 성장을 위해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연구중심의 대학원’을 표방하는 본교 역시 지도교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석∙박사 졸업요건을 연구실적 위주로 변화시키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본교의 대학종합평가는 줄곧 상위권을 향해 도약하고 있으며, 대외 평판도 역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정 안의 원생들이 실감하는 변화의 폭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이에 본보는 이러한 현황의 원인과 문제를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자 한다.

 

연구활동의 요람으로 도약

본교는 ‘연구 중심의 대학원’을 목표로 지난 2009학년도 이래 신입생 졸업요건을 강화하고, 논문지도교수의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변화를 시도했다. 또한 학술지게재 및 논문발표 장학, 대외 연구비 수주 지원, 교환학생 파견과 같은 적극적인 정책사업 추진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총 274억, 연간 약 55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그 결과 본교는 각 기관의 대학종합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는 전년도에 이어 종합 7위 자리를 고수했다.

1994년 중앙일보를 필두로 시작된 조선일보-QS 세계대학평가, 국가고객만족도(NCSI) 평가 등의 대학평가는 그 방식과 지표별 가중치에서 다소간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 교육 및 재정환경 ▲ 연구 및 논문 ▲ 국제화 ▲ 평판도를 주요 지표로 삼는다. 본교는 대다수의 지표에서 준수한 성과를 거뒀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연구 및 논문’관련 지표의 상승 추세가 두드러진다. 본교 인문사회 분야의 교수당 국내논문과 국제논문(SSCI급) 게재수는 2007년 0.75편과 0.04편에서 2011년 1.46편과 0.24편으로 증가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교수당 국제논문 게재수 (SCI급)도 0.73편에서 1.53편으로 증가했다. 특히 전체 교수당 논문 피인용수는 1.76회에서 4.87회로, 지적재산권 등록점수는 183점에서 730점으로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비단 교수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택열 대학원장은 본보 185호 인터뷰에서 “대학원 전체의 국제논문편수 및 피인용수도 최근5년 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히며 “원생들의 우수한 연구 활동이 이러한 성과의 큰 기반이 됐다”고 언급했다. 행정실 측도 “세부적으로 차이는 있으나, 학술지게제와 논문발표장학의 총 지원액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로 밝히며 원생들의 연구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각종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학교 측의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원생들은 이러한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외로부터의 평가에 신경 쓰기 이전에 대내적으로 원생들이 문제로 인식하는 부분에 대한 고려와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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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다양성과 적절한 장학제도의 부재는 여전히 문제

교육 측면에서 다수의 원생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강의 선택의 다양성 부족이다. 즉 자신이 수강하고 싶은 과목의 개설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구성된 대학원의 특성 상, 강의 개설 기준인원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강좌를 포기하고 타 강좌를 수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교수와 학생 모두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장효진(정치학과 석사과정) 씨는 “인원 미달로 수강하고자 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학원의 목표가 진리탐구에 있음을 감안할 때, 동일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원우가 없다는 이유로, 교육기회가 제한되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연구실적을 요구하는 학교 측의 입장이 이러한 강의 선택의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 을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취재에 응한 한 교수는 “강의를 수강하는 원생 모두의 연구과정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한다”고 밝히며 “학교에서 요구하는 연구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원생들의 개별적 선호를 일일이 강의에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원생 스스로 이러한 문제 개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실제 그동안 원생들의 다수는 강의개설 인원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강좌 수강의 자체를 포기하거나, 타교 수업의 수강을 통해 이를 해결해왔다. 이에 김준현 행정과장은 “교수와 학생 간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는 효과적인 강의진행을 위해 최소 수강인원을 3명으로 지정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상황이라 판단되는 경우 추가적인 강의개설을 고려해 볼 것이며, 이 문제에 대해 원생들의 입장에서 각 단과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학금 측면에서의 문제도 제기됐다. 본교는 학술지게재 및 논문발표 장학을 통해 원생들의 연구활동을 장려하고 양질의 학문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러나 계열별로 연구되는 학문의 특성이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연구성과’라는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효과적인 장학지원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로 외부 답사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한 원생은 “실내에서 수행되는 연구들과는 달리, 야외의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연구의 경우 환경의 변화과정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을수도 있다”고 밝히며 “학교 측의 지원이 각 과의 특성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획일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에 김 행정과장은 “각 계열별 특성에 따라 학업의 성과가 연구물 형태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이러한 부문에 대해 지속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연구 환경 보장과 더불어 개인의 역량강화 위해 노력해야

끝으로 학위 수여 이후 원생들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박시현(지리학과 석사과정) 씨는 “대학종합평가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연구실적 향상에는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는 반면, 졸업 후 원생들의 진로에 대한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본교는 ‘연구중심의 대학원’을 표방하고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학 전체의 총체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외적인 평가와 맞물려 대내적으로 원생들의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와 다른 견해도 존재한다. 정효채(경영학과 석사과정) 씨는 “입학을 결정한 것은 원생 스스로가 학문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 이므로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한 결정은 본인의 진지한 고민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며, 졸업생에 대한 학교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행정과장은“재정과 같은 여러 현실적 문제들로 재학생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먼저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 이라 밝히며 “‘연구 중심의 대학’을 골자로 한 학교 측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으로 재학 기간 원생 스스로의 역량 강화에 보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령 본교 정보디스플레이학과의 경우 프랑스의 에꼴 폴리테크닉(Ecole Polytechnique)과의 복수석사학위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정보디스플레이학과는 “복수학위제도는 학교간 학문교류와 관련 기술 연구의 협력을 위해 시작된 학위과정”이라 밝혔다. 복수학위 과정생에게는 입학 후 1년 동안 본교에서 학업을 마친 후, 프랑스에서 1년 6개월의 과정을 수료하고 학업 평가 기준을 통과하면 경희대학교와 에꼴 폴리테크닉 두 학교의 석사학위가 수여된다. 이에 대해 김 행정과장은 “복수학위 제도와 같이 원생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안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산학협력단 주관으로 시행되는 대형 프로젝트 신청경비 지원도 이와 같은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산학협력단 측은 “효율적인 지원사업의 결과로 서울, 국제교정의 연구 프로젝트 수주는 연간 10~15% 정도씩 꾸준히 성장 중”이라 설명했다.

‘연구 중심의 대학’을 골자로 세계적인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본교에서 원생들이 학위를 수여받은 이후 마음 편히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일할 때 비로소 그 목표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단기간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성과다. 하지만 학교 당국의 대외적 평가 상승에 대한 갈망이 구성원들을 위한 배려로 느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본교의 발전적인 미래란 사실상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학내 구성원 간 충분한 대화를 통한 문제의식의 수용과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본교 발전을 이끌 첩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승원|aimar@khugnews.co.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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