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호 인문학술1: 축제] 축제를 통해 발현된 공연예술-일탈과 참여의 장(場)

축제는 인류의 시작과 그 출발점을 같이 하고 있다. 인간사회가 지역적·문화적 특색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듯, 그 안에서 태동한 축제의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이러한 축제는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이며, 축제가 갖는 의미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 발전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인간의 삶과 축제가 서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인간과 신의 소통에서 출발한 축제는 현실보다는 이상을 지향하고 가상의 세계와 자유롭게 조우하는 장으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축제에서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지속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경험한 인간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과거와는 다르게 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재탄생되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역사를 가진 축제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 삶에 대한 발현양태를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즉 축제에서 우리는 인간이 사유할 수 있는 종교적인 의미, 사회&문화적인 의미, 정치적 의미, 예술적 의미, 유희의 의미들이 어떠한 양태로 발현되어지는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다양한 양태를 드러내는 축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공연예술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축제를 통해서 공연예술의 원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데, 신에게 인간의 소원이나, 기원을 드리는 행위로서, 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오신적 행위로서 춤과, 음악, 노래(축문)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의 다양한 축제에서는 고대와 같이 종교적 의미는 소실되었지만 유희를 위한 길거리 퍼레이드를 수행하면서 춤과 음악은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이며, 더 나아가 가면이나 변장의 사용은 역할 바꾸기의 전형으로서 연극적인 내러티브를 스스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축제라는 현장은 공연예술적인 행위들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인간행위의 장(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글에서는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와 공연예술의 공통점을 일탈과 참여라고 규정하고, 축제에서의 공연예술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신과의 소통을 위한 축제에서의 공연예술

 

▲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1488~1576)의 ‘디오니소스 축제’ ⓒ www.google.com

보통 신과의 소통을 위한 축제라는 의미는 종교성을 내포하는 주장으로 근대보다는 고대축제 대부분이 이에 속하는 축제라 볼 수 있다. 잉카 문명의 태양제, 그리스 시대의 디오니소스축제, 한국의 고구려 동맹, 부여 영고 등이 대표적인 신을 위한 축제 형태라 할 수 있다. 잉카문명의 태양제나, 한국의 동맹, 영고 등은 농경문화에서 발생된 축제이면서 신에게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거나(태양제), 수확에 대한 감사함을 전달하는(동맹, 영고) 수단으로 행해진 축제이며,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축제는 디오니소스 신에게 인간의 기원인 다산과 봄으로의 회귀, 디오니소스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축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축제들은 모두 신과 인간이 교류하는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춤과 노래, 연극 등과 같은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태양제와 동맹과 영고는 제사를 수행하는 의식 이후에 일반인들이 모두 참여하여 음식을 즐기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들이 수행되어진 반면, 그리스 디오니소스축제는 신을 위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특성을 가진다.

공연예술의 형태를 탄생시킨 것이 바로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인데, 디오니소스 신을 위한 축제에서는 비이성적인 행위들이 용납되어지고, 그들은 이 축제에서 합창무용경연대회, 연극경연대회와 같은 공연예술 행위들이 이루어졌다. 디오니소스축제에서 행해진 디오니소스 신을 찬양하는 환희의 찬가라 불리는 디티람보스(Dithyrambos)는 현재까지도 무용예술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라 규정되고 있으며, 50명 정도의 코러스가 춤추고 노래하면서 디오니소스 신을 찬양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디티람보스 공연 이후 연극경연대회에서는 첫째 날에는 희극 5편, 둘째 날부터 넷째 날까지 매일 비극3편 사티로스극 1편이 공연되어지게 된다.

디오니소스축제에서 시작된 비극은 그리스인들의 삶에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신들의 이야기를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잡게 되는데, 이들의 비극에서는 윤리적인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 인간과 인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복수와 참회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즉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가상의 세계를 체험함으로서 잠시나마 대리만족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 관객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성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들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타르시스라 명명하기도 했다.

이렇듯 신과의 소통을 위한 축제에서 발생된 공연예술은 신을 찬양하면서 인간의 다양한 삶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게 함으로서 축제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춤과 노래, 연극들을 수행함으로서 다양한 삶에 대한 이해와 윤리적인 삶에 대한 경외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즉 비극을 감상함으로서 일상에서의 일탈을 꾀하면서 또 이해행위라는 참여를 통해서 긍정적인 삶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일탈을 위한 축제에서의 공연예술

 축제의 또 다른 형태인 인간의 일탈을 위한 축제는 르네상스 이후에 등장한 축제들로서 카니발이라 가면축제 및 브라질의 삼바 축제, 토마토 축제, 아프리카 스와지족의 반란의 의례, 한국의 연희 때 행해진 탈춤과 같은 형태들로 남아있다. 카니발이나 삼바축제의 경우 기독교의 절기 중 하나인 사순절 전 3일에서 일주일 정도 행해지는 축제로 보통 사육제라는 명칭으로도 부른다. 대부분의 축제는 가면을 씀으로서 역할 바꾸기 즉 계급의 전복을 꾀하거나, 일상의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인 삼바춤을 추면서 퍼레이드를 행하는 축제로 이루어진다. 또한 반란의 의례의 경우 기존의 권력 계층에 욕을 퍼붓거나 비난함으로서 그들의 위신을 깍아내릴 형태의 행위를 수행하면서 대사위주의 연극적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이와 유사한 행태인 한국 축제에서 벌어지는 마당놀이 중 하나인 탈춤의 경우도, 조선시대 양반들의 비행 및 승려계급의 파계 등을 희화함으로서 지배계층의 부도덕함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공연행태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인간의 일탈을 위한 축제에서 벌어지는 공연예술은 카오스적인 면을 강조함으로서 비이성적인 일탈을 유도하게 되며, 일탈행위에 스스로 참여함으로서 현실에서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일상에서의 일탈로서의 축제 속에서 수행되어지는 공연예술의 양태는 춤과 노래를 수행하는 퍼레이드 형태의 공연과, 기존 권력계층을 비판하는 연극적인 행위들로 드러나게 된다.

 

인간의 자유로운 유희를 위한 축제에서의 공연예술

 현대 축제의 대표적인 특징인 인간의 자유로운 유희를 지향하는 축제에서 공연예술은 사실상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물과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체험 프로그램 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대에는 공연예술을 축제의 중심부에 배치하는 공연예술축제들이 개최되어지고 있다. 인간의 자유로운 유희를 유도하는 축제에서는 바라봄과 체험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바라봄은 축제 행사를 감상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체험이라는 영역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아마추어 공연을 수행하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바라봄은 다양한 축제 중 공연을 감상하면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체험의 영역은 새로운 문화에 참여함으로서 일상적인 삶에서의 자신의 지위 및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영역이다.

단순한 즐거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자유로운 유희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새로운 세계로 자신을 던짐으로서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행위 전체를 명명하는 개념으로 일상으로 되돌아 올 자신에게 정화시켜줄 기회를 갖게 해 준다. 이렇듯 바라봄과 체험을 특징으로 하는 축제 속의 공연예술은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유를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일탈과 참여의 장(場)으로서 축제와 공연예술의 의미

 고대 축제에서부터 현대축제까지 이루어지는 축제속의 공연예술은 인간 삶에 있어서 축제가 지향하는 일탈과 참여를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양태라 할 수 있다. 즉 축제에서 발현된 공연예술은 연극이나 무용을 통해 신과 소통하는 행위에서부터 자신들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가장행렬에서의 춤과 노래, 사회적인 문제들 즉 권력계층에 대한 비판으로서 연극적 행위, 인간의 삶에 대한 반성을 유도하는 자유로운 유희로서의 바라봄과 체험의 행위들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행위로 현실적인 삶에서 벗어나 가상의 세계로의 일탈과 새로운 삶에 대한 경험으로서 참여를 유도하게 한다. 또한 축제 속의 공연예술적 요소들은 현실의 인간이 아닌 소속감이 없는 자유로운 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함으로서 지친 영혼들을 치유하는 역할까지도 수행하는 인간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삶의 장치로서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손수현 / 후마니타스 강사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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