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호 인터뷰] 북한학을 통해 본 통일의 그날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

고유환 교수는 동국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모교 교단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의 통일외교팀장과 통일부 정책평가위원을 역임했고, 금년에는 북한연구학회장으로도 선출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31일 남산자락에 위치한 동국대학교를 방문했다. 그는 부드럽지만 강직한 목소리로 북한학의 위상과 김정은 체제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양한 방법론을 통한 한계의 극복

Q. 처음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북한이라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당시에는 정규교과 과정에 ‘북한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당시 저는 주로 제3세계와 관련한 이론연구에 흥미가 있었고, 이후에는 비교정치를 전공했습니다. 제3세계 국가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면서 북한의 발전과 저발전 문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고, 학교의 북한관련 연구소에서 일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북한은 주요한 학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연구학회 회장으로도 역임중이신데, 국내 북한연구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북한은 학문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대결과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제대로 된 학문적 체계를 갖고 정규교육이 시작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94년 국내 최초의 북한학과인 동국대학교를 필두로 고려대와 명지대 등에서도 북한학과가 설립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현재 일관된 체계를 갖고 북한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진행중입니다. 학회 역시도 그동안 정치 일변도였던 연구의 흐름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및 주민의 일상생활에까지 확산되어 북한 전반의 내용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남북의 체제 차이로부터 기인하는 제약과 자료수집의 한계 등은 북한연구의 난점으로 간주되곤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시는지요?

 

연구 대상인 북한을 직접 가볼 수 없다는 것은 실로 큰 제약입니다. 관련자료 역시 특수자료로 취급되면서, 허가받은 사람에 한해서만 자료를 열람할 수 있어요. 이는 북한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어려운 구조 속에 있음을 반증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자료수집의 한계로 자신이 본 북한만이 전부인 것처럼 고집하고, 오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와 같은 현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제한된 창으로 북한을 바라보지만, 다양한 관점의 도입을 통해 최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갯 속 김정은 체제의 허와 실

Q. 김정일의 경우, 김일성 사망 이후 권력승계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단기간에 김정일이 가지고 있던 모든 직책을 승계했습니다. 이와 같은 원인은 무엇인가요?

 

김정은의 권력승계 수순은 김정일의 경로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지난해 말 먼저 군 최고사령관직을 승계하여 군권을 장악한 후, 당과 국가의 최고직책을 잇달아 승계해 공식승계를 마무리했지요. 차이가 있다면 김정일이 3년 걸린 공식승계 절차를 김정은은 불과 4개월여 만에 끝냈다는 점입니다. 권력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공식 직책의 승계가 늦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북한 내 급변사태에 대한 일종의 예방책이지요.

Q. 지난 4월 북한은 태양절(김일성 탄생일)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사건이 당시 공식 출범한 김정은 체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요?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로켓발사를 강행한 데는 강성국가 진입을 선포하는 ‘축포’와 함께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한 나라는 아직까지 10여개국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의 첨단기술을 결합해서 시도했던 나로호도 두 차례나 실패를 겪었지요. 특히 북한의 로켓기술은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아직까지 검증되지 못한 원시적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고, 외신 기자들까지 초청해서 대대적인 홍보효과를 노린 김정은 체제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Q. 2006년과 2009년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러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3차 핵실험을 하거나 또 다른 무리수를 내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시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2월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복귀시키며 핵·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는 것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24만 톤의 식량지원 약속했지요. 하지만 북한과 미국은 장거리 로켓의 발사 이래 대립해 왔습니다. 최근에서야 미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 식량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북한 역시 외무성 답변을 통해 3차 핵실험을 부인하며 이는 북미간의 위기를 조성하려는 세력들의 음모라고 선을 긋고 나왔습니다. 양측 모두 2.29합의가 깨지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당시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국지적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많았지만 그러한 예상과는 달리 한반도 정세는 이제 대결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조금씩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Q. 주요 외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상당히 다혈질적이고 한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반면 한편으로는 스위스 유학경험이 있어 기존 지도자들과 달리 개방적이라는 평도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스위스 유학경험이 있는 김정은은 북한의 다른 어떤 지도자보다도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 김정은이 현재 보이고 있는 통치행태의 스타일을 보면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시대의 글라스노스트(glasnost)를 연상하게 합니다. 가령 로켓 발사와 관련해서 외신기자를 초청해서 공개했다는 점, 더군다나 발사 실패를 곧바로 시인한 점은 과거 전례가 없는 일이지요.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공개연설을 통해 아버지 시대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많은 인민들이 굶어죽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면서, 자신의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러한 고통을 되물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밝힌 점입니다. 이는 은둔통치를 하던 김정일과는 차별화 되는 부분입니다.

Q.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대규모 군중대회를 여는 등 대남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며 대남도발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습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먼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들 수 있습니다. 즉 김정일 부자의 표적지, 대북 전투구호, 한미합동군사훈련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요. 특히 표적지 문제의 경우는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사실에 대한 하부단위 일꾼들의 과민반응입니다. 북한과 같은 수령제 국가의 경우, 수령의 권위를 헐뜯는 자를 방관하는 것 자체를 불충으로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한편으로 이는 위기전술의 일환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남측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습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 나온 고농축 우라늄이 광화문에서 폭파되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도발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므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입니다.

Q. 우리 군도 북한의 이런 비난 공세에 강경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만약 북한이 도발할 경우 복수 차원에서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반도 정세가 더욱 냉각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남측도 천안함과 연평도 두 차례의 피해가 있었기 때문에, 재차 같은 일이 반복되면 이번에는 기필코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발언에는 국민여론도 일정 부분 반영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만일 북한이 또 한 차례의 테러를 감행한다면, 간신히 풀렸던 테러 지원국 명단에 다시 묶이게 되므로 김정은 체제의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전쟁은 승산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남북한 군사력격차를 두고 봤을 때 북한이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국지전이 발발하면 남측도 많은 피해를 받을 수 있고, 그 과정상에 불가피한 희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평화를 최우선적 대안으로 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입니다.

Q.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차기 정부지도자의 숙제는 어떤 것이 되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과거 10년간의 대북정책을 ‘친북 좌파의 잃어버린 10년’이라 규정하고, 남북 관계에 있어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급진적인 변화는 서로간의 신뢰를 생각할 때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그동안의 협력, 화해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거든요. 따라서 ‘비핵·개방·3000’과 같은 무리한 정책보다는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작은 발걸음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개성공단은 아주 중요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의도를 갖고 출발했지만, 현재는 누구도 쉽게 문을 닫기 어려운 상호 의존적인 경협지역으로 발전했습니다. 남북관계 역시 이처럼 화해협력을 촉진하고 진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기반으로 서로간의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요구됩니다.

 

격동하는 북한, 외면하는 남한

Q. 동국대 북한학과는 1994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폐지 논란이 일다 교수와 학생 등의 반발로 정원을 감축하는 선에서 일단 봉합되었습니다. 다른 학교들 역시 비슷한 상황인데요, 이러한 문제발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최근 동국대를 비롯한 북한학과 폐지논란의 배경은 근본적으로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면서 졸업생들의 취업문제가 수면위로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북한학 전공자들의 채용수요도 많았고 졸업 후의 진로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취업률이 떨어지게 된 것이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김정일 사망과 맞물려 사회적으로도 북한학과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정부차원에서도 미래 통일에 대비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북한학과의 폐지는 일단락되었습니다.

Q. 북한, 그리고 통일이라는 문제에 있어서 젊은이들은 조용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것 같은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던 지난날, 젊은 사람들은 통일을 당위적인 해결과제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정체성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면서 대결의식이 많이 높아진 듯 싶습니다. 세계는 현재 글로벌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민족 정체성이나 국가 정체성만을 강조해서 통일을 화두로 끌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북한을 더 이상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젊은이들 역시 실용주의적 관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익과 관련하여 통일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만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들 자신에게도 통일이 이익이 된다는 논리를 찾아서, 젊은이들 스스로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할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Q. 끝으로 분단된 한반도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북한 및 통일연구는 지역연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혹은 우리민족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으로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학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북한학은 북한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분단 반세기 동안 해결하지 못한 민족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특수한 사명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북한, 그리고 통일 문제는 절대로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젊은이들은 앞으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왔을 때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관심을 갖고 북한과 통일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담·정리  한승원|aimar@khugnews.co.kr

사진  배효성|baehyosung@khugnews.co.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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