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호 인터뷰] 체육학·인문학·인간학으로 통(通)하다-전병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

본교 체육대학 스포츠지도학과 전병관 교수는 체육학(스포츠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현재 학부생과 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는‘스포츠심리학’강의와‘현대생활과 체육’강의를 맡고 있으며, 특히 교양강좌인‘현대생활과 체육‘은 그간 단순히 스포츠에만 국한됐던 체육학을 인문학과 접목시켜 보다 넓고 다양한 시각으로 체육학을 바라보고 있어 마이클 샌델의 강의만큼이나 인문학적 깊이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제23대 한국체육학회장으로 선출돼 2013년부터 한국체육학회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병관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전병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체육학과 인문학의 만남

Q. 교수님의 강의는 체육학과 인문학의 접목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체육학(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학문적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교까지 운동선수를 했기 때문에 전공 관련 지식은 조금만 공부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접해보지 않았던 문학을 공부해보고 싶었어요. 일본소설부터 시작해 영미 4대 시인의 시, 유명 논문 등을 보고 듣고 외우며 공부를 했죠. 공부하면 할수록 체육학이 절대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며, 종합적인 인간학 ․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최근 학계에서는 학문간 경계를 뛰어넘어 학문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통섭(通涉)’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렇다면 체육학과 인문학은 어떤 점에서 맥(脈)이 통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 톨스토이의 ‘부활’ 등 다양한 고전문학들에서 다루는 공통적인 이야기는 ‘좋은 인간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육의 목표 또한 ‘신체(활동)를 통해 좋은 인간을 만드는 것’, 즉 ‘전인적 인간이 되기 위한 인간성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결국 인문학과 체육학 모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좋은 인간을 만들어 나가자는 부분에서 맥이 통한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인문학과 체육학이 동일한 목표를 이뤄나가는 것에 있어 문학은 글, 체육은 운동 이라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에 온전히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체육학이 서로 공존하고 공생해야한다고 봅니다.

 

Q. 체육 또는 스포츠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체육은 ‘신체활동을 통해서 맑은 영혼에 도달하기 위한 교육과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체육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사람은 육체의 고통을 심화할수록 맑은 영혼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스님들의 경우 많은 육체활동을 합니다.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죠. 공부하고 사상을 전파하는 길에 들어선 스님들이 번민(煩悶)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즉 무술을 연마하거나 절을 하는 것 또 북을 치거나 생활노동 등을 통해 밀려드는 잡념을 떨쳐내고 맑은 영혼을 갖기 위해 정진(精進)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신체활동은 매우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저는 어릴 때부터 체육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체육이야말로 좋은 사람을 길러낼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체육인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신념

Q. 교수님께서는 강의에서 삼국지, 수호지, 사기열전을 비롯해 그리스로마 신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활용한 강의를 하고 있으신데, 이렇듯 고전을 강조하거나 판서로 강의를 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대학교육은 너무 획일적입니다. 현대 대학의 전공이 세분화되고 이론적인 교육에만 치우쳐 교양강좌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생들의 감성이 많이 메말라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지식에 매우 갈증을 느끼고 있기도 하죠. 단순히 전공지식만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전공지식은 물론, 그것을 통해서 인류의 행복에 공헌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낡아빠진 사상 같지만 충(忠), 효(孝)와 같이 인류의 보편적 사상이라든지 인간생활에 있어 필요한 다방면의 이야기들, 이를테면 어떻게 직장을 구하고, 어떻게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은 어찌할지, 어떤 성향을 가져야 할지 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입니다. 강의 진행방법에 있어서는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면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오랜 시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습니다. 대신 강의 주제와 관련 있는 고전, 이야기 등을 활용해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유머가 더해지면 학생들도 지루해 하기보다 관심을 갖게 되고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이 가능해 지는 것이지요.

 

Q. 전공강의에서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계신가요?

 

전공수업이라고 해서 교양수업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전공수업도 다방면의 이야기들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합니다. 좀 더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실기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실제 체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체육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런 점은 상당히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악기를 못 다루고, 미술을 하는 사람이 스케치를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현대 복지사회에서 체육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하지만 각 기관에서 체육을 담당하는 사람들 중 전공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비전공자가 일을 맡아서 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죠. 이처럼 행정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실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체육인들에게 실력을 쌓으라고 강조합니다. 체육행정, 외교, 스포츠의학, 마케팅 등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전문가시대가 도래했고 과거에 비해 전공을 살리는 기회가 많아진 만큼 학생들도 형식적인 스펙이 아닌 실질적인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Q. 체육인,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어떤 고민과 노력을 실천하고 계신지 궁급합니다.

 

지도자는 학생들을 단순히 기술에 능한 기계적인 기술자로 가르치기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간이 되도록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만큼 지식을 아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배운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사회를, 또 크게는 인류를 위한 크고 바른 안목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성과 감성에 대한 부분도 교육자로서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리 바빠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 관리를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체육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강의준비를 위해서는 지나간 사람들에게 어떤 낭만적인 요소들이 있었는가, 지금은 어떤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을 모두 다 알아야 학생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많은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줄거리나 핵심적인 부분 또 체육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메모해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아둔 메모책자가 20여권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강의의 주제에 적절하고 필요한 내용을 발췌해 강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체육학의 발전, 체육의 정체성 확립이 우선

Q. 우리나라 체육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개선이 시급한 몇 가지를 말하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학생선수 및 일반학생의 학습권, 운동권, 인권 등, 실업스포츠의 문제점, 은퇴선수들의 문제, 학문으로서 체육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근원적으로 우리나라 체육의 구조적 측면의 문제, 즉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이 이원화 되어있고 생활체육도 분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엘리트 체육, 학교체육, 생활체육이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근간이 되는 학교체육을 정상화시키고 강화해야 할 것 입니다. 또 최근 학교폭력을 비롯해 청소년 자살 문제와 같은 사회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체육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학생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체육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Q. 2013년부터 한국체육학회의 수장으로서 임기가 시작되는데 어떤 목표와 방향으로 이끌어 가시겠습니까?

 

학문은 사회적 요구에 응하면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하면 도태됩니다. 학문적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예일대학교의 인류학과가 없어진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사회적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면 그 학문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따라서 체육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커리큘럼이 정립돼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연구를 위한 연구, 다른 학과목의 주변 연구가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체육에 필요한 좋은 인간성 그리고 기술적 측면을 발달시킬 수 있는 연구가 활발해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학자의 개념에 대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선수들을 가르치고 보조해 이들로 하여금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실질적으로 뛰는 체육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학자다’라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학자들이 스포츠의학이나 사회학 등에 대해 조언하고, 공부시키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체육의 주역은 실제 엘리트선수들이 되고 학자들의 연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체육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Q. 끝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두 힘들겠지만 특히 젊은 사람들이 힘든 세상인가 봅니다. 하지만 현 시대가 전문가의 시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쌓으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력이란 스펙이 아닌 실질적인 실력으로 스스로 내실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길 바랍니다. ‘江淸萬里鳩長在(강이 맑으면 만리로부터 기러기가 와서 머물고), 花發深園蝶自來(꽃이 만발하면 아무리 깊은 정원에도 나비가 스스로 찾아온다)’는 말처럼 실력을 키워 좋은 평판을 받으면 어디서든 인재를 찾게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정리 _ 강신녀|kangsn@khugnews.co.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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