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호 기획2: 서평] 제국의 수사학과 긴장하는 북한문학의 실증적 텍스트들

선의의 북한문학 연구 / 왜곡되는 정치성

남한에서 이뤄지는 북한문학연구는 선의(善意)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정치적 굴절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는 북한문학이 지닌 강렬한 타자성(他者性) 때문이다. 동일한 근대문학의 기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북한 문학은 전혀 다른 경로를 거쳐왔다. 그 간극을 연구자의 입장에서 극복하려는 선의의 노력이 ‘내재적 접근법’이었다. 연구자는 자신의 위치를 중시한다. 북한(문학) 연구도 남한 연구자들의 입장이 강조되다 보니, ‘비판적 관점’이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의 ‘비판적 접근법’이 이데올로기적 양상을 띠었던 것에 반발해 제기된 ‘내재적 접근법’이다.

‘내재적 접근법’은 한 사회 체제 내의 작동 메커니즘을 ‘내부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안고 있다. 이 관점을 발전시켜 송두율은 북한사회에 대한 ‘내재적 비판적 접근법’을 제시했고, 김재용은 이를 문학연구에 적용해 ‘역사적 내재적 접근법’에 입각해『북한문학의 역사적 이해』라는 저서를 간행했다. 그런데, 내재적 접근법도 ‘제국의 수사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탈식민주의 문학을 논하면서, 이석구가 사용한 ‘제국주의 수사학’이라는 용어는 선의로 위장된 개입을 지칭한다. 제국의 입장에서는 ‘해방’의 수사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식민지 근대화를 이뤄낸다. 하지만, 식민의 입장에서 이는 침략이고 지배일 뿐이다. 내재적 접근법 또한 근대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침략이고 지배일 수도 있다는 성찰이 필요하다.

 

금기에 도전하는 북한 문학의 실제 텍스트들

남한 연구자의 북한문학 연구도 마찬가지다. 선의에서 출발한 연구가 북한 문학을 끊임없이‘과잉된 정치의 문학’으로 확인하는 순간 새로운 정치성이 탄생되고 만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간행된『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전4권, 김종회 편,국학자료원, 2012)는 ‘실제 텍스트를 통해 북한 문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북한 원전자료의 간행으로 ‘비판적 접근법’과 ‘내재적 접근법’의 새로운 긴장이 형성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제1권인『북한문학의 심층적 이해-남한에서의 연구』는 남한 내 대표적인 북한 문학연구자들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문학이론, 문학사, 시∙소설∙비평연구, 공연예술, 북한 문화라는 다각적 측면에서 그간의 연구 성과를 일별할 수 있다. 제2권『겨울의 평양-북한의 시』는 근대시문학사에서 돋보이는 존재였던 임화∙백석∙박팔양∙리찬부터 북한 시문학사에 혜성같이 등장한 시인인 김순석∙백인준∙오영재 등의 시가 252편 수록되어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북한 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실제 텍스트들이 풍성하다. 의도된 정치성보다는 시어적 측면에서 제2권을 읽는다면, 북한문학이 ‘전통에 충실한 민족어의 보고’ 임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제3권『력사의 자취-북한의 소설』은 31편의 중단편이 시기별로 실렸다. 북한 초기 소설은 카프 출신의 문인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이기영∙한설야∙ 김남천 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황건∙권정웅∙최학수 등이 북한소설의 서사적 전통을 형성해 왔고, 근래에는 남대현∙한웅빈 등이 맥을 잇고 있다. 이야기성과 구성을 중시하는 이들 작가들의 작품들은 일관된 정치성에도 불구하고 ‘근대소설의 전통’을 나름의 방식으로 펼쳐 보인다. 제4권『문학예술의 혁명적 전환-북한의 비평』은 보다 더 과감하다. 김일성∙김정일의 강령적인 글들을 수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문학사적 쟁점을 류만∙장형준의 논의를 통해 일별할 수 있다.

 

한민족문학이라는 틀 제안하며 편집 이뤄져

지금 북한문학 연구는 소강상태에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것에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남한 내에서 북한문학연구가 축적된 데도 원인이 있다. 새로운 방법론으로 남북문학을 통합적 관점에서 사유할 수 있는 방향이 모색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렇기에『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간행은 다음 몇가지 지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첫째, 남한 연구자에 의해 편집된 북한문학 원전 판본이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총서는 북한의 시(2권)∙소설(3권)∙비평(4권)을 원문 그대로 출판했다. 남한의 독자들은 북한문학을 원문을 그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1988년 즈음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펼쳐진 ‘북한 바로알기 운 동’의 일환으로 학생운동 차원에서 북한 문학이 도전적으로 간행된 적이 있었다. 이는 북한 편집본을 불법적으로 남한에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그간 남한에서 북한문학을 원문 그대로 출간하면 엄격한 제재가 가해졌다. 예를 들어, 남북이 함께 간행한 <통일문학>이라는 문예지는 남한 배포를 앞두고 문제가 될 만한 구절을 지우도록 권고를 받았고, 황건의『개마고원』은 이미 인쇄된 상태에서 배포가 금지되기도 했다. 그런데『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는 남한 연구자의 관점에서 원문 그대로 편집한 판본이라는 측면에서 북한문학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 있다.

둘째, 역사적 관점에 따라 편집이 이뤄짐으로써, 장르별로 북한문학의 변화과정을 살필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총서는 북한문학사의 관점에 따라 평화적 민주건설 시기 (1945~1950), 조국해방전쟁 시기(1950~1953), 전후복구기 (1953~1958), 천리마운동기(1958~1967), 주체시기 (1967~1980), 현실주제문학 시기(1980~현재)로 구성해 각 시기의 특징을 주요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의 정치∙사회의 변화에 문학사를 대입한 구성이기에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북한 문학사의 흐름을 현재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데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셋째, 남한에서 이뤄진 북한문학예술 연구논문을 제1권에 배치함으로써 그간의 북한 문학연구 성과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한 연구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북한 문학의 풍경은 현재 북한 문학의 과제를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 가 된다. 논자에 따라서 통일문학사적 접근법으로 북한문학을 바라보기를 제안하기도 하고(김재용), 보다 넓은 의미로 확장해 ‘한민족 문학이라는 전체적 구도’ 속에서 접근 을 제안하고 있다(김종회). 이들 논의는 북한문학 연구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가 를 성찰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텍스트 선정의 기준 제시 등 아쉬움 남아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의 편집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기 구분을 통한 역사적 구성을 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 구분법이 북한의 관점을 그대로 따랐다는 점은 한계이다. 이는 향후 남한 내북한문학연구가 심화되면서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텍스트 선정의 기준이 정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소설의 경우 권정웅의 작품이 두 편이나 수록되어 있는 반면 북한의 대표작가인 천세봉의 작품은 한 편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동시대 북한문학에서 중요한 작가인 변창률의 작품이 수록되지 않은 점도의아하다. 그리고, 시∙소설∙비평이라는 구분이 남한의 장르관습에 따름으로써 북한의 특수한 문학장르인 총서형식장편소설, 서정서사시 등을 포괄할 수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는 남한 내 북한문학연구가 실제 작품인 시와 소설, 평론에 기반한 논의는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던 데 비추어 진일보한 면이 있다. 구체적 텍스트의 독해는 남한 연구자들이 북한 문학을 바라보는 나름의 안목과 식견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문학 연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으면서도 북한의 2차자료에 의존하는 연구가 반복될 때, 북한문학연구는 기존의 관점을 확대재생산하는 방식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학연구는 정치적 억압에 균열을 내곤 했다. 남한 내 북한문학도 남북관계와 같은 정치 상황과 긴장한다는 측면에서‘문화 정치’의 일환일 수밖에 없다. 현실 정치에 대항하는 문화정치라는 이중의 과제를 숙명적 굴레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북한문학연구는 앞에서 언급한‘제국의 수사학’을 넘어서는 연구방법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남북의 문화적 긴장의 한 축을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가 감당하고 있다. 이 총서는 날것으로 접근하는 북한 문학의 길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흐름을 따라 읽는 북한 문학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오창은 / 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교양학부대학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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